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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양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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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장자 잡편>

고시원 :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 2

두 번째 ≪고시원≫ 번역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선진(先秦)과 양한(兩漢) 시기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번역본이 나온 지 1년 만이다. 2집에서는 위(魏)와 진(晉) 시기, 약 50명 작가의 170여 편을 싣고 있는데, 1집과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이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눈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란, 특히 한시란 일종의 압축 파일과 같은 것이다. 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은밀한 내면을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표현하기에, 시라는 장르는 원래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다. 따라서 서사적인 글이나 논리적인 글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 한다. 다분히 개인적인 내용을 개인적인 글쓰기로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자 또는 한문이라는 언어적 도구마저 세계에서 다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평판에 걸맞게 한자는 ‘다의’적이고 ‘함축’적이어서, 그것으로 이루어진 한시를 더욱 압축 파일 같이 만든다. 그래서 한시는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 한시의 매력 자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압축 파일을 푸는 것은 어렵지만, 제대로 풀기만 하면 우리는 시인의 은밀한 세계로 초대받은 귀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즐거움’을 즐기기 위해 그 동안 ‘함께’ ≪고시원≫을 읽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 두 번째 역주본을 출간한다. 이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함이다.

고시원 :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 3

퍽 오래 전 일이지만 난 그 때의 감격, 아니 그것을 넘어서는 충격을 잊지 못한다. 난생 처음 친구를 따라 천 미터가 넘는 산을 올랐었다. 등에 제법 묵직한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처음엔 설렘과 자신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짐은 점점 무거워지고, 길은 점점 가파러 갔다.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잖아?” “누가 가라고 시켰어?” 망설임 끝에 결국 고개를 수그리고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바로 걷기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 그저 발밑만 쳐다보고 걷고 걸었다. 어느 순간 내가 걷는 게 아니라 발걸음이 나를 데리고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앞이 밝아졌다. “와!” 숨이 막힐 정도였다. 정상에 내가 서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고시원≫ 번역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남북조와 수나라 시기의 작품 300여 수를 꼼꼼히 읽고 풀었다. 이로써 ≪고시원≫ 14권과 부록을 완역하게 되었다. 심덕잠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 멀리 신화와 선진(先秦)시대의 ‘수원’에서 시작하여, 한나라 위진 남북조라는 ‘강’을 거쳐 마침내 당시(唐詩)라는 ‘바다’의 입구에 이르는, 긴 항해를 마침내 마친 셈이다. 주지하듯이 당나라 때 완성된 한시는 전통시기 동아시아의 국제적 소통 언어이었다. 여러 민족과 국가의 수많은 배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바다’였다. 그 ‘바다’의 형성 과정을 추적한 책이 바로 ≪고시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를 “한시의 근원을 찾아서”라 하였다. 한시의 근원을 찾는 긴 여정을 마치는 이 순간, 30여 년 전 첫 등정 경험이 떠오른다. 고개 수그리고 걷고 또 걷다가 만난 그 감격, 아니 그 충격!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때 함께 걸어주었던 친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것은 언감생심의 일이었다. 마찬가지다. 함께 해준 분들, 그리고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고시원≫을 완역하는 이 여정 역시 애초에 불가능하였으리라. 가슴 속 깊이 고마움을 늘 간직할 것이다. 고개 숙이고 걷다 보면 보지 못한 게 많게 마련이다. 이 책도 당연히 그럴 것이다. 여러 분들의 질정을 겸허히 청하고 싶다. 끝으로 누군가가 더 높은 산을 오르는 데 ‘우리’의 경험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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