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암흑을 헤맬 때도 괴로움에 몸부림칠 때도 시는 꺼지지 않는 등불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는 빛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소월도 그랬을 것입니다. 스스로 빛이 되는 시를 찾아 외로울 수밖에 없는 먼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육탁』이라는 시집을 마음에 둔 것은
벌써 15년도 더 전의 일이다.
‘당신’의 얼굴이 곧 ‘나’의 얼굴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들이 이 시집의 목록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별은 어제보다 조금 더 창가에 머물렀다 간다.
꽤 먼 길이다.
한 그릇의 국수를 내놓는다.
아름다움이 태어나는 곳은 다가가는 만큼 멀어진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촉수를 뻗을 수밖에 없는 것이 시의 운명임을 새삼 느낀다.
많이 돌아왔다.
춥고 막막한 길, 그 공복의, 파릇한 허기로 시집을 묶는다.
인간 삶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 생명력의 본질적 순수를 향한 도정에 내 시가 있기를 나는 늘 소망했다. 이 시집이 보듬고 있는 사랑과 눈물, 혹은 햇볕과 바람이 한 사람이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우리 삶에 윤기를 더할 수 있다면 나는 조금이나마 누추함을 벗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땅의 아름다운 분들에게, 아버지 어머니께 이 시집을 바친다.
창원 주남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