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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이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전라남도 광주

최근작
2023년 12월 <소설로 읽는 한국문학사 2 : 현대문학편>

소설의 유령

또 한 권, 나무들의 생명을 앗은 대가로 내 이름자를 새긴 네 번째 소설집을 발간한다. 이미 출간한 두 권의 장편소설까지 포함하면 몇 그루의 나무가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없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드려야 할지,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사죄부터 올려야 할지 문득 망연해진다. 내가 나무의 숨결을 빌려 붙들어놓은 많은 이야기들. 물처럼 흘려보낸들 어땠으리? 바람처럼 날려 보낸들 또 어땠으리? 아무도 아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섭섭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니, 그런 물이나 그런 바람에 대해 알게 뭐람? 출발한 적이 없는데 다다를 곳이 있을 게 뭐람? 발신자가 없는데 수신자가 생겨날 까닭이 뭐람? 늘 이렇게 회의하면서도 난 멈추지 못해왔다. 전생의 업보인 게지, 혹은 타고난 운명인 게지, 하는 따위 검증 불가능한 변명으로 내 소설 쓰기를 정당화하면서. 그러고 보면 누가 뭐래도 그냥 좋은 게지. 이런저런 회의감으로 미안하니 부끄럽니 뇌까리면서도 소설 쓰는 일이 즐거운 게지. 그 도달 지점이 어디든 일단 띄워 보내는 것으로 신나는 게지. 문득 한 생각이 날 사로잡는다. 그렇다면, 그리 좋고 즐겁고 신나는 일이라면 그건 놀이가 아닐 것인가? 놀이에 동무가 없어서야 무슨 맛인가? 함께 하는 것만으로 좋아 죽고 즐거워 죽고 신나 죽을 그런 동무들이 있을까?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이렇게 훌쩍 현실 세계를 뛰어넘어 머나먼 시공간 어디로든 손잡고 갈 수 있는 그런 동무들이 있을까? 참으로 운 좋게도 이미 찾아낸 듯하다. 글로 엮인 이야기에 가슴이 뛰는 당신, 여전히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당신, 지금 이 구절을 읽으며 입가에 설핏 미소를 올려보는 당신……, 오래오래 함께 가는 그런 동무였으면 좋겠다.

허균, 불의 향기

그가 남긴 홍길동전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자산이자 당대 한글 문학의 뛰어난 성취였다. 연구자들을 자극하는 몇몇 논쟁거리가 제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바치는 헌사를 아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소설적일 때 더욱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 <허균, 불의 향기>은 조선의 소설가 허균에 대한 나의 헌사다. 최후 진술마저 끝내 거부당한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나름의 탐구이자, 몇 줄로 압축된 역사적 사료 이면에 가려진 허균의 진실을 내 방식으로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실패한 혁명이었으나 성공의 기대에 부푼 순간이 분명 있었을 테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는 이들의 눈물이 조선 천지를 적셨을 테고, 일어난 적 없고 행해지지 않았으며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들 또한 적잖이 유포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바로 그 ~했을 것이다를 포착하여 직조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허균과 함께 한 지난 몇 년은 참으로 충만했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풍성해졌다. 사람들이 내 시를 보면 이것은 허균의 시다.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던 허균의 당당한 바람까지도 나의 것이 되었다. 이젠 그 충만감을 다른 이들과 나눌 때가 된 듯하다. 혼자만 누리기엔 그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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