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물지 않은 몸으로 고추밭을 지나가기가 부끄럽다
고추는 저리 자연스럽게 붉은데
나는 아직 파랗다
나는 언제쯤 저 고추처럼 붉게 잘 익어
풍성하게 수확될까
새 한 마리 머리 위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노동요를 뚝 꺾어 바닥에 던지고는 날아간다
여자들은 쪼그려 앉아 산의 사타구니 아래
천연히 손을 집어넣고 여전히 바쁜 손놀림이다
나는 머리끝까지 노을을 뒤집어쓰고는
얼른 밭두렁을 지나간다
내놓고 다녀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내 청춘이 너무 부끄럽다
2018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