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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해외저자 > 사진/그림

이름:아오야마 유키 (靑山裕企)

국적:아시아 > 일본

출생:1978년, 일본 아이치 현 나고야 시 (양자리)

최근작
2021년 1월 <아오야마 유키 작품집 세트 - 전6권>

고양이와 허벅지

사실은 원래 고양이에 특별한 관심은 없었습니다. 2014년 겨울. 방에서 예쁜 여성을 촬영하다가, 그 여성의 허벅지에 우연히 고양이가 올라탄 것을 봤습니다. “고양이가 되고 싶다” 세상의 남자라면 분명히 그런 생각을 할법한, 행복한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다가갔을 뿐, 허벅지에 관심이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고양이 주인의 허벅지에 관심이 있었고, 고양이도 귀여웠습니다. 그런 미묘한 ‘시선의 삼각관계’가 저의 창작 의욕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찍을수록 고양이에 빠져들었습니다. 마치 여자아이처럼, 내 의도에 따라주지 않고, 표표하게 구는 고양이에게 저는 백기를 들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이것저것 요구해봐야 소용없구나. 가만히 기다린다. 억지로 유혹하지 않는다. 고양이도 나름의 생각이 있어서 언젠가는 찍혀준다. 그런 자세로 기다리는 것이 고양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하는 비결임을 깨달았습니다. 2017년 봄, 「고양이와 허벅지」의 촬영이 끝났을 때, 결심했습니다. “그래, 고양이를 키우자”

부르마여 안녕히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당시에는 아직 여학생은 부르마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할 무렵에 반바지로 바뀌었죠. 바야흐로, 부르마가 사라져 가던 시대의 한복판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게 부르마는 달콤쌉싸름한 청춘의 향기가 가득한 존재입니다. 달콤쌉싸름한 향기라고 적으니 왠지 징그럽다고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부르마는 체육 시간에 입는 옷이다 보니 운동으로 땀을 흘리거나 또는 땅에 나동그라지며 흙이 묻기도 해서 시각적인 자극으로 가슴이 뛰기보다는 아무래도 후각 쪽에 호소하는 바가 크지 않나 싶습니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감각이라 우연히 맡은 냄새를 통해 아득한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부르마 냄새를 맡은 적은 없습니다만(정말입니다!) 부르마를 떠올리기만 해도 옛날의 그리운 청춘의 냄새를 느끼는 세대도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일상의 세계에서는 멸종해 버린 부르마지만 어째서 저렇게 속옷처럼 생긴 옷을 입고 운동했던 걸까요? 여자들은 한결같이 수줍어했고, 거칠게 움직이면 속옷이 흘러나오기도 해서 ‘바지에서 팬티가 삐져나오는’ 일을 걱정하기도 했고요. 돌이켜 생각하면 부르마는 정말로 신기하면서도 기적적인 존재라고 말해도 지나치질 않네요. 하지만 그런 점이 좋습니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열심히 운동하며 땀을 흘리는 여자아이들의 부르마 차림을 어디까지나 건강한 시선으로, 아니, 역시 변태적인 시선으로 눈에 담아 두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그리운 부르마여. 정말 솔직하게 여기까지 적었으니 마지막으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부르마가 정말로 좋았습니다(창피하지만)!! 그래서 아쉬운 마음으로 부르마에 작별을 고하며 사진을 찍었답니다. 고마워. 그리고 잘 가, 부르마.

소녀 사진을 찍는 방법

[들어가며] 소녀를 촬영한 사진, 소녀 사진 사물 촬영과는 달리, 인물 촬영은 ‘예상 밖’의 연속입니다. 소녀는 로봇이 아니라 생명체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데이트가 생각대로 다 잘 된 적이 있는지요? 그렇습니다. 소녀 사진은 생각대로 찍히지만은 않습니다. 아니, 무리입니다. 그래서 즐거운 법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 소녀 사진에는 일어난답니다. 그런 기적을 기대하며 여러가지로 궁리해서 소녀들을 귀엽고 예쁘게 찍어 봅시다. [마치며] 여러분도 분명 작품이 될 만한 자신만의 개성이 있으므로 사진 촬영을 통해 자신을 깊게 파고들길 바랍니다. 사진 촬영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세상과 잇는 다리 만들기 입니다. 촬영을 순수하게 즐기는 마음도 잊지 맙시다. 사진은 마치 데이트를 하는 듯 망상을 현실에 비출 수 있어서 멋집니다. ‘사진은 깔끔하게! 여성은 아름답게!’

스쿠미즈 Sukumizu

저는 스쿠미즈에 대해 그다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습니다만 촬영하면서 소재와 질감, 모양새 등 스쿠미즈의 타입별 장점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발표해도 되려나? 라는 생각은 들지만 저는 경영 타입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여러분은 어떤 타입이 제일 맘에 드시나요?) 언뜻 보면 페티시즘이 담긴 작품을 만드는 관계로 '아오야마 씨는 어떤 페티시인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럴 때면 대충 여러 페티시를 떠올려 봤지만, 뭔가 마음에 딱 오는 게 없어서 나는 대체 무슨 페티시를 갖고 있을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국, 저는 '모양 도착증'이 아닐까 싶네요. 갑자기 이야기가 딴 데로 새는 느낌이지만, 저는 펭귄을 정말 좋아합니다. 매끈매끈한 모양의 펭귄을 보면 언제나 황홀감에 빠져 버린답니다. (사실은 얼마 전에 난생 처음 펭귄을 만져 봤는데, 매끈매끈하지 않고 뻣뻣했답니다) 그리고 옛날부터 글자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글자의 직선과 곡선 모양새가 매우 사랑스럽다고 느끼곤 했습니다. 어릴적에는 도화지에 그림보다는 글자를 잔뜩 적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영 타입 스쿠미즈는 몸에 가장 붙는 타입이라 저속해 보인다기보다는 아름다운 모양새 때문에 왠지 펭귄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다른 타입의 스쿠미즈도 제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사로잡혀 버리고 맙니다. 무섭도다, 스쿠미즈여. 올여름엔 (촬영 때문에) 수영장을 여러 번 가서 저도 수영을 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햇볕에 몸도 타고 몸무게도 몇 킬로 빠졌더군요(다이어트 성공!).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조금 들었지만, 어른만의 페티시즘을 추구할 수 있는 꽤 정취가 있는 계절이 되었네요.

Schoolgirl Complex

제가 사춘기 무렵에 꿈꿨던 판타지에서는 여자아이란 미처 손댈 엄두도 낼 수 없는, 어디까지나 순수하고 아련한 존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어났던 욕망과 망상들이 있었죠. 그런 감정들을 구체화시켰더니 이런 느낌이 되었습니다. 동정이었던 그 당시의 제게 여자아이란 엄청나게 에로틱한 존재였던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사귀고 싶지만 낯가림이 심하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죠. 저와 여자아이 사이에는 투명한 얇은 막이 있어 저를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저도 나이를 먹고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샌가 결혼도 했고요.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어쨌든 뭐든지 알고 싶어 못 견뎌했던 ‘어린애같은’ 나와 헤어지고, 이런저런 것들을 알아차려 버린 ‘어른스러운’ 나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어른스러운’ 나의 입장에서 여고생들을 볼 때면 ‘어린애같은’ 내가 불쑥 얼굴을 내밀어서 새콤달콤한 기분에 잠기는 동시에 제복이라는 기호의 존재를 느끼고 뭔가 기묘한 느낌에 휩싸입니다. 그녀들은 모두 획일적인 제복을 몸에 걸쳤지만,각자 품고 있는 개성의 흔적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성인인 내’가 찍는 세련된 기호로서의 성격과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서 두근거리며 찍는 새콤달콤함이 마음속에 단단히 함께 자리잡고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저는 그런 <스쿨 걸 컴플렉스>를 찍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손이 닿지 않던, 쳐다볼 수도 없었던 신비로왔던 존재가 있고 ―여리면서도 나름 끓어올랐던,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사춘기의 욕망을 품어서 ―마음이 들썩였지만, 결국은 아무런 실행도 할 수 없었던 나날의 순환. ―그랬던 점이 오히려 아련한 판타지로 남은 내 청춘.

Schoolgirl Complex 2

학생 시절에 겪은 드라마틱한 ‘청춘의 한 페이지’라 할 만한 사건의 대부분은 거의 반드시 방과 후의 특별 활동이나 축제 준비, 하굣길에서 일어났습니다. 질풍노도같던 제 사춘기를 돌이켜 보면, 방과 후의 교내 분위기…… 새빨갛던 저녁놀, 운동하던 아이들의 땀 냄새와 숨결 같은 것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저는 난생 처음으로 여자아이와 사귀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제가 고백하자마자 그녀의 마음이 제게서 떠나 버렸습니다. 데이트 한 번 없이, 손도 한 번 잡아 보지 못하고 차여 버렸습니다. ――그렇게 제 ‘청춘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습니다. 노트 대부분을 백지로 텅 비운 듯한 방과 후의 추억이죠.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던 덧없는 고양감과 새콤달콤함.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 보는 일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곰곰 생각해 봐도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아무래도 여자에 대한 환상을 그저 무심히 쫓았던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너무나 제멋대로에 맹목적이면서도 낯을 가리는 풋내기였고요. 그래서 ‘어른이 된 내’가 ‘새파랗게 어렸던 나’를 돌아볼 때면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들어 버립니다. 여자에게 일희일비했던 방과 후의 여러 사건들, 그리고 솟구치곤 했던 욕망과 망상, 격한 감정들. 이런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사춘기의 기억들을 선명한 이미지로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기고 싶습니다. ――그리고, 역시 여자한테는 이길 수 없구나…… 라고 지금도 생각한답니다.

Schoolgirl Complex 3

저에게 여자아이는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수수께끼로 가득합니다. 웃으면서 동시에 우울해하고, 그러면서도 배가 고프다면서 열심히 먹기도 하고, 변덕스럽고 진지하면서도 순수한 생물입니다. 여자끼리 모이면 금방 친해져 버립니다. ‘그렇게 돼 버리는’ 거예요. 잠깐 눈을 뗀 틈에 서로 웃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좀 무섭네, 하는 생각도 들게 되는 것이죠. 책상 위에서는 즐거운 듯이 서로 웃고 있지만 사실은 책상 밑에서 서로 발을 밟고 있을지도……. 라는 나쁜 망상도 하곤 합니다. 무리를 지은 여자들을 저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날카로운 시선을 주기도 합니다. 관계성의 그라데이션. 친밀함, 증오, 찰떡궁합, 무관심. 저는 그런 것들을 담아내려고 시도해왔습니다. 여학교가 이렇게 아름답지만은 않겠지요……? 여자들은 사실 더 영악한 생물이겠죠……? 그래서 저는 마치 공상의 여고를 견학하는 듯한 마음으로 촬영합니다. 그저 상상만 하는 대신, 순간의 리얼리티라도 잡아낼 수 있다면. 그만큼 여자아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인 거죠. 제게 여자아이는 언제까지나 어디까지나 수수께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역시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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