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쁨이 아니라 두려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내 발로 걸어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굴의 어떤 신비스런 힘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죠. 동굴 깊은 곳에서 나는 내가 떨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수억 년을 간직해 온 순결한 모습들을 깊은 숨을 몰아쉬면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나의 마음은 늘 동굴을 향해 열려 있었습니다. 빛도 길도 없고, 계절도 밤낮도 없는 완벽한 어둠과 적막 속에 감춰진 동굴의 신비를 카메라에 담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죠.
... 나는 동굴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사진가이기보다 동굴의 모습을 보존하는 데 앞장서는 사진가이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소망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동굴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동굴의 신비를 자연 그대로 지키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