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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원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경북 문경

최근작
2023년 6월 <놓아 버려라>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지리산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 어느새 입산 21년차를 맞았으니 ‘나 여기 잘 살아있다’고 부표 하나 띄우고 싶었다. 10년 동안 4대강 등을 순례하느라 용량초과의 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몸이 무너지고서야 다시 입산 초심의 자세를 바로 잡았다. 일단 혀를 말아넣고 산에 올랐다. 구름과 안개 속에 얼굴 가린 야생화를 만나고 우리 토종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별들을 보았다. 낡은 카메라로 시의 맨 얼굴을 찍어보고 싶었다. 야생화와 별들이 나를 살렸다.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한 걸음 한 걸음 지금 바로 이곳에 이미 도착하는 마음으로 둘러보니 세상도처가 생명평화의 마을입니다. 행선(行禪)의 깊은 뜻이 무어 다르겠는지요. 삼보일배 참회의 길과 탁발 순례의 길은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낮고 느리게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부처와 선재 동자를 만나고, 비노바 바베를 만납니다. 경청의 자세로 만난다면 세상 모든 이들이 스승이자 도반이겠지요.

달빛을 깨물다

지리산 21년, 별똥별처럼 스치었다. 이전과 이후는 어차피 일가친척, 꿈인 듯 차마 꿈이 아닌 듯 10년 동안 걷고 걸으며 세상 공부를 하고 10년 동안 생의 한 수 한 수를 복기하며 전국 오지의 야생화와 별들을 찾아다녔다. 좀 더 아프고 외롭고 가난한 길, 핸드폰 꺼놓고 안개와 구름 속에 잠복하거나 산마루에서 야영하며 홀로 별밤을 모시느라 너무 자주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 11년 만의 시집,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을 것이다.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안부를 묻는다. 2019년 푸른 산빛을 보며 예술곳간 몽유에서

옛 애인의 집

지리산에 얼굴을 묻고 생의 한철 잘 놀았다.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 했던가. 6년 만에 남은 것은 이것뿐이다. 그동안 원 없이 걸었다. 낙동강 1300리, 지리산 850리 도보순례를 하고 백두대간과 새만금을 들락거렸다. 그마저 지겨우면 오토바이를 타고 꽃의 속도, 단풍의 속도로 전국을 일주했다. 돌아보면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간지옥이자 백척간두 진일보였다. 고맙고 고마운 사람들. 나는 여전히 안면몰수, 후안무치의 산짐승이다.

육담

육담은 하위문화로 치부돼 오면서도 그 생명력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육담의 내용이 다시 부도덕하거나 성의 불평등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저의나 악의는 없다. 말하는 사람도 웃기려 하고 듣는 사람도 그저 웃으며 일시적이나마 카타르시스를 얻으려는 것뿐이다.

지리산 편지

각계의 종교인들과 시인으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백 일 동안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을 걸으며 다시 한 번 그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가까이 있다면 세숫대야에 따스한 물을 받아 그대의 맨발을 씻겨주며 족탕이라도 해주고픈 환절기인 동시에 다시금 꽃피는 봄날입니다. 그대 또한 내내 앉은자리 그대로가 꽃자리, 별자리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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