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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국내저자 > 사진/그림

이름:선현경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 대한민국 서울

가족:남편 이우일

최근작
2019년 10월 <하와이하다>

처음 만나는 한시

우리, 옛 친구를 사귀러 가요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 시를 정의하는 것”이라 했답니다. 어쩐지. 그래서 그랬군요. 처음 책을 만들기로 한 후 ‘시는 무엇일까? 이 한시들을 어떻게 쓰고 그리나?’ 하고 혼자 고민하다가 그만 머리가 다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처음엔 이 한시들을 만화로 그리려고 했었거든요. 실제로 꽤 여러 페이지를 만화로 구성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한참을 그리다 문득, ‘이거 뭔가 잘못되었는데?’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화로 그리고 있으니 시들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그 한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답답해 보였죠.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어요. 한참이나 걸어 온 길이 잘못 된 길이라는 걸 아는 순간처럼 힘이 빠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제대로 가는 길을 알게 되었는데 계속 가던 길을 갈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다시 이렇게 만화가 아닌 글과 그림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는 정말 이상해요. 시를 읽을 때마다 내가 과연 이 뜻을 다 알고 있나? 하고 의심이 드는 순간이 있거든요. 하지만 시의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시를 읽는 동안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머리로 이해는 안 되어도 짧아서 좋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말들이 노래처럼 예쁘게 흐르는 것만 같아요. 글자 하나하나가 거름종이를 걸러 나온 것처럼 투명하고 깨끗하게 느껴지죠. 시인이 시를 쓸 때 느꼈던 그 마음을 모두 알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뜻을 알고 나면 그 시가 좀 다르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시와 더 친해진 기분이 들죠. 전 이 시들을 쓰고 그리면서 한시와 꽤 친해진 기분이에요.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진짜 제 할머니를 생각했어요. 나의 할머니이자 내 딸의 왕 할머니(그러니까 내 딸의 증조할머니)께서는 재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어요. 살아생전 정말 무서운 할머니셨지요. 하지만 제겐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좋아하셨거든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전 이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했어요. 어쩐지 쑥쑥 글이 잘 써졌어요. 그동안 잘 안 풀렸던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풀려나갔죠.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절 도와주시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이렇게 한시들을 감히 설명하고 그렸답니다. 이 글과 그림은 정민 선생님이 찾아 주신 한시와 해석을 바탕으로 제가 재구성해서 쓰고 그린 책이랍니다. 덕분에 선생님을 찾아가 한시 이야기도 듣고 점심도 얻어먹었지요. 제가 본 정민 선생님은 정말 한시를 사랑하는 분이셨어요. 선생님이 한시나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해 주실 때는 눈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시던지, 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죠. 모두들 고맙습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 있었어요. 자, 그럼 이제 멋진 한시들과 친해지지 않을래요? 한시와 친해지면 어쩐지 옛날 친구들이 왕창 늘어난 기분이 들거든요.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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