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고해소. 내게 백지 한장이 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에 대해 적는다. 구름과 나무와 바람과 파도와 새와 그것들의 씨앗, 우리 관계에 대해 적는다. 만남과 헤어짐, 그 공허한 적막에 대해 적는다. 그렇게 토로하여 내 죄를 눈곱만큼이나마 덜어보려 꺽꺽대는 중이다. 그것이 사는 동안 내가 할 일. 죄를 짓고 고해하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삶이니, 내 가슴팍에서 늘 새하얗게 돋아나는 백지가 내 영혼의 고해소다. 나는 이것으로 하루를 견딜 만큼의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