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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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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소연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

직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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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키이우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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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하다

즐기다가, 매혹되다가, 홀려버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때에 나는 행복했다. 그 행복 때문에 몸이 아팠었다. 세상의 자질구레한----그러나 나에게는 위대했던----변죽들에게, 황홀하게 흡입되고, 또한 침식되는 것. 침식된 자들이 다시, 자발적으로 이 세상을 침윤하고 침식하는 것. 이것은 새롭게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이끌려 망가질 수밖에 없는 자들이 체득한, 어쩌면 유일한, 접신술이다. 그저 ‘호흡’하다가 내 몸 속에 빨려들어온 것들. 그리하여 나를 만들어버린 것들. 무너지고, 쏟아지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들…… 그 불순하고 찰나적인 것들이 나에게 위로한다. “너는 내 자식이다. 그래서 내 젖을 빨게 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랴. 착하고 지고지순한 노래들이 아무 의미 없이 여겨지는 이 천성을.

눈물이라는 뼈

어떤 눈물들은 차분하고 투명하며 열렬했다. 그런 눈물과 닮고자 했다. 나의 문학이. 그리고 나의 삶이. 내게 뼈를 보여주신 당신께, 고마움과 미안함과 황홀함을 전한다.

마음사전

외롭다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에서 시작해서 "이를테면"을 거쳐서, "마치 그것은..."을 지나 "비교하자면..." 즈음에 이르렀을 때에야 그는 겨우, '외롭다'는 말을 이해했다. 이해하자마자 그는 침대에 누웠고 이내 코를 곯았고, 나는 공책을 펼쳤고 '외로움'을 발화한 대가를 치른 간밤을 낱낱이 기록했다. 십 수 년 전의 일이다. 그 뒤로 그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내 입에서 나온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느 한 사람 때문에 생긴 버릇이지만, 이제는 나에게 어법이 되어버렸다. 그런 나의 어법을 정리하여 <마음사전>을 만들어본다. 처음에는 칠백 가지가 넘는 마음의 낱말들을 모아서 수첩에 적었다. 미세한 차이를 지닌 낱말들까지 옆에 다 적어두자니 천 가지는 훌쩍 넘는 듯했다.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이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 신기해하면서 출발한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도착해 있다. ... 마음의, 무수히 중첩되고 해체되고 얽혀드는 실핏줄. 나는 언제나 핏발이 선 채 피곤해하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정면 응시하면서, 바라보려 한다. 세상을, 사람을, 당신을. 마음은 우리를 현실 이상의 깊은 현실과 만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시선이기에.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저 달은 웃으리.

수학자의 아침

애도를 멎게 하는 자장가가 되고 싶다

오키나와, 튀니지, 프랑시스 잠

어렸을 때 아버지께 누가 내 이름을 지었냐고 따져 물은 적이 있습니다. ‘소연’이라는 여린 이름보다 좀 더 씩씩한 이름을 갖고 싶어서였습니다. 명이 짧다는 내 사주 때문에 장수할 수 있는 이름을 점술가에게서 얻어 왔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나는 ‘소연’이라는 여린 이름으로 불려지는 한, 아마도 아주 오래 살게 될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이라는 ‘포고노포르’처럼 말입니다. 포고노포르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서식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분비물로 관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관은 250년에 1미리 정도씩 자란다고 합니다. 자신의 분비물의 보호를 받으며 오랜 생을 보장받은 포고노포르에 대해 요즘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관에서 살아간다는 포고노포르, 이 이름이 좋아졌습니다. 250년에 1미리씩 관을 키워간다는 이 동물은 정말이지 먼 미래를 위해 살고 있는 것만 같아 좋습니다. 포고노포르의 관 속에서 사는 삶, 삶이 관인 삶에 대해 상상합니다. 그처럼 완전한 고독을 맘껏 부러워해봅니다. 그를 시인이라고 불러봅니다. 자신의 분비물이 자신의 관이 되는 삶, 죽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는 이상한 삶이, 나는 시라고 생각됩니다. 나에겐 과분한 상을 받으며 이 글을 씁니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그 어떤 과분한 상도 시인에게는 과분하지 않은 것 같다 생각됩니다. 상이라는 것과 시인이라는 것은 도무지 서로 무관할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불평과 불만을 불편과 불안을 그리고 불면과 불모를 사랑하는, 시인의 이 저속한 신분을 계속해서 맘껏 사랑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싫어하던 것을 더 맘껏 싫어하겠습니다. 맘껏 불량해지겠습니다.

촉진하는 밤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아서 만날 때마다 방을 잡았다. 그 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파티를 했다. 자정을 훌쩍 넘기면 한 사람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있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그 방 창문을 나는 한 번쯤 올려다보았다. 2023년 9월

키이우의 달

잔니 로다리는 키이우의 달에 대해 노래합니다. 키이우의 달은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전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때 이 책이 우리 사이에 놓여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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