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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비페이위 (畢飛宇)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중국

출생:1964년, 중국 장쑤성

최근작
2016년 4월 <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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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의 굴곡진 삶 - "위미" (추천3,댓글0) 글자산책   2016-07-12 12:32

 

 위미1970~80년대 중국의 세 자매가 겪는 이야기야. ‘위미가 바로 이 집안의 첫 째 딸이자 주인공 중 한 명이고. 위미에겐 여동생이 6, 남동생이 1명 있어. 위미의 어머니 스구이팡은 왕롄팡에게 시집와서 위미, 위후이, 위슈, 위잉, 위예, 위먀오, 위양 일곱 딸을 낳고 겨우 겨우 여덟째로 아들 홍빙을 낳았어. 옛날에 여자가 결혼해서 아들을 못 낳으면 죄인 취급을 받았으니, 위미의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짐작이 되지 않니?

 

  책의 주인공은 위미, 위슈 그리고 위양이야. 우선 위미는 전형적인 장녀란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고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집안일에 손을 떼는데, 위미가 어머니를 대신하여 집안을 돌보고 동생들을 챙기거든. 형제들이 싸우면 중재하고 위계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하는 것도 위미란다. 위미의 아버지 왕롄팡은 지부서기였어. 그래서 위미는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조건이 됐었어. 아버지는 여기저기 혼사를 알아보다가 조종사를 소개 받았어.

 

 그날 저녁 온 마을에 위미의 혼사 소식이 퍼졌다. 모두가 이렇게 수군댔다. “위미가 조종사를 잡았대’.” “제수반과 투쟁하는 친구래.” 위미 같은 여자가 좋은 혼처를 찾으리라는 것은 마을 사람 모두가 짐작하던 터였다. 그러나 그치가 조종사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날 저녁 마을의 모든 처녀 총각들의 머릿속엔 오로지 비행기 생각뿐이었다. 비행기는 위미의 팔자뿐 아니라 왕롄팡의 팔자까지 바꿔놓을 것이다. 왕롄팡은 지금도 세력이 있지만, 그것은 기껏해야 지상에서의 세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하늘까지 그의 관할구역이 된 게 아닌가. (p52)

 

  결혼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흥미롭지 않니? 물론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생각해서, 결혼 상대방 부모의 직업, 집안의 경제적 수준 등을 세세하게 따지는 편이긴 하지. 그런데 사위가 조종사라고 해서 장인의 세력까지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보기엔 재밌지. 오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던 위미의 혼사는 위기를 맞았어. 아버지 왕롄팡이 지부서기 자리에서 쫓겨나게 됐고, 동생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생기자 위미는 파혼을 당해. 결혼을 약속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는 일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 지금이야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옛날에, 그것도 여성이 결혼을 안 하는 건 큰일이었잖니. 위미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되니?

 

  편지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위미는 홍빙을 위후이에게 맡기고 다리 어귀에서 직접 답장을 기다렸다. 펑궈량의 편지 대신 소포가 하나 왔다. 위미의 사진과 펑궈량에게 보낸 편지들이었다. 모두가 위미의 필적이었다. 서툰 글씨였다. 위미는 편지지 속 자신의 필적을 바라보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지만,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이 엄습해왔다. 치욕감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다. (p112-113)

 

 정혼자에게서 버림받고 치욕감에 부들부들 떨던 위미는 아버지에게 혼처를 구해오라 요구하고 거의 아버지뻘인 50대 남자에게 시집을 갔어. 부인과 사별하고 아들, 딸이 있는 남자에게. 그런 자리에 시집가면서 위미는 이 남자가 권력이 있기 때문에 자기 집안을 일으켜줄 것이고, 마을 사람들이 자기 가족들을 업신여기지 못할 거라 생각하며 위안 삼아. 스무 살도 채 안 된 위미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걸 보면 같은 여자로서 안쓰럽고 마음이 아파. 위미가 살았던 시대가 70년대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위미가 결혼해서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한단다. 너무 자세한 얘기를 해버리면 스포가 되니 여기까지만 할게.

 

  이어지는 위슈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야. 과연 저런 일을 겪는 것이 저 당시의 보편적인 모습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위슈의 이야기를 읽고나면 여자의 성()’, ‘여자의 정절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왜 성의 문제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마구 헤집어 놓는 걸까 화가 나기도 하고.

 

  위양은 위미 집안의 많은 형제들 중 막내 여자아이야. 바로 밑에 귀한 남동생이 있으니 제일 찬밥 신세였겠지. 책에서도 여러 번 언급돼, 위양은 평범한 아이라고. 그런데 위양은 이 평범함을 무기로 새로운 생활을 맞이하게 돼.

 

  위미, 위슈 그리고 위양 이 세 자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느낌을 주면서 꽤 파란만장하고 흥미로워. 직접 읽어보면서 몇 십 년 전 중국 여인들의 삶을 잠시나마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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