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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성석제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상주

직업:소설가

데뷔작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최근작
2024년 4월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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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을 출간한 성석제 소설가를 가을날 카페 꼼마에서 만났습니다. 기억과 말,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진행은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협조해주셨습니다.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기록되는 것, 기억하는 것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집입니다. 전작 <위풍당당>은 한 마을의 당당한 싸움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이번 소설집 작가의 말엔 오늘이 어제의 기억으로 지탱되듯이 현재를 기억함으로써 미래가 만들어진다. 잊지 말지니, 기억의 검과 방패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이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이렇듯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모으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설이라는 형식 자체가 기억에 대한 찬가 같은 거죠. 물론 기억만 가지고 소설이 되진 않지만, 기억을 불씨 삼아서 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에 의지하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하고요. <이 인간이 정말>에 실린 글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 발표한 단편 소설들인데, 책을 묶기 전에 전체적으로 보니까 지금 우리가 사는 게 굉장히 힘들구나, 사소하구나, 무의미하구나, 많은 사람들이 응급한 대로 살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내 발로 땅을 딛고 살아가는 게 아니고, 헛걸음을 걷는 것 같은 느낌


우리가 쓰고 있는 것들, 대화하는 방식이 그렇게 된 현상 자체를 부인할 순 없겠죠. 그렇지만 내 친구나 가족이나 이웃 같은, 나와 같이 가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유성이나, 정체성, 사람됨, 이런 것들이 퇴행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거대한 치매증에 걸려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편리하다고 쓰고 있는, 개발되고 있는 도구들, 앞에 스마트가 붙은 도구들과 정보, 매체 이런 것들이 점점 우리를 퇴행시켜가는 것 같아요. 중세시대에 교회가 사람들을 겁주고 억압하면서 무명의 상태, 무지의 상태를 원했던 것처럼 우리가 우리 스스로 무지의 상태를 초빙한 게 아닌가 싶죠. 이익을 얻어내려는 집단이나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기억 같은 것들을 강탈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간접세를 내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것들을 모르는 채 빼앗기다 끝내 나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상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기억을 중심으로 한 소설을 엮으셨나요?


 

기억은 과거로 가는 열쇠 같은 거죠. 기득권층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 자기 경험을 강조하면서 상대방을 협박하는, 그런 경우에 우리가 과거지향적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지금은 그런 의미의 과거마저 희귀자원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는 기억되지 않을 과거라는 생각을 해요. 매체나 뉴스, 인터넷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집단의 기억을 가져가버리고, 개개인에게 남은 것은 굉장히 적죠


비슷한 음식을 먹고, 뭔가 소비하고, 감각적으로 자극 받고, 그만큼 반사적으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데 뭘 하고 살았나 싶고 기억은 안 나는 거죠. 지금이라도 그것을 쉽게 보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로, 언어로 기록하고, 붙잡아야 나중에도 우리가 우리 자신의 것이라고 칭할만한 게 남게 되지 않을까요


SNS나 인터넷 매체가 실시간으로 개개인의 삶을 기록하지만 기억되진 못한다고 생각해요. 매체가 갖고 있는 약탈적인 성격이 개개인의 개성이나 삶의 본질 같은 것들을 덮어버려요. 트위터의 140자라는 형식이 한 사람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결정해버리는 것처럼요. SNS라는 형식 자체가 우리를 제한하고 간섭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효과가 있든 없든 문학 같은 예술이 이러한 현상에 저항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이라고 봐요.

 


 

이 책의 표지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조문기 작가의 <굴절과 분산>이라는 작품인데요프리즘을 사이에 둔 남녀의 모습이 시선을 끕니다

 

책 만드는 분들이 디자인 요소를 결정을 해요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대개는 좋아요를 누릅니다느낌이 좋았어요화사해서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에 어떤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았고요.






'이 인간들'이 정말



<인간적이다>, <인간의 힘> 같은, ‘인간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포함되어 있는 소설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번 소설집에선 다소 진상이라고 할 만한 어떤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표제작에 등장하는데요.

 

앞 소설 제목들은 제가 정한 건데, 이번 소설집 제목은 제가 정하진 않았어요. ‘인간을 많이 사용해서, 안 썼으면 했는데 이 제목이 제일 낫다고들 하더라고요 (웃음) 우길 수도 없고 해서, 그러자고 했죠. <인간의 힘> 같은 소설을 냈을 때는 지금보다는 인간이 값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간의 힘> 같은 경우엔 조선시대의 인물을 불러내서 쓴 글이죠. 그 조선시대 인물의 삶과 행적이 지금보다 인간적이었을 거예요. <인간적이다>라는 책은 짧은 소설인데, 인간과 비인간을 왔다갔다하는 상황을 굳이 말로 붙잡고 싶어서, 우연히 그 말이 들려와서 그 제목을 잡은 거지 싶어요.


<이 인간이 정말>이라는 단편이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데, 소설 속 주인공인 이 인간은 오리지널리티라는 게 거의 없죠. 파편으로 챙긴 정보들만 있는 사람이에요. 그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행동해서 획득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없죠. 남이 준 말을 바탕으로 말을 하는데, 그가 하는 말이 맞는 말 같긴 하나 따지고 들면 정확한지 아닌지 본인도 모르고 있어요. 잡다한 정보로 가득 찬 사람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한테 보여줄 수 있는 게 그런 것뿐이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잖아요, 사실은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죠.


이 모습이 우리의 현재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있는 식당 같은 데에 가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는데, 화제가 점점 바뀌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TV에서 봤는데, 신문에서 봤는데, 영화에서, 라디오에서이렇게 말을 하는데, 요즘은 갑자기 특 튀어나오는 게 인터넷 아니면 트위터잖아요. 매체의 유행어가 투두둑 튀어나와요. 이 와중에 TV에서 봤는데, 어제 드라마에서 누가이러면 촌스러운 사람이 되죠.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대화의 소스가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요.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대화가 빈약해지는 거죠. 대화의 화제가 되는 소스가 지금처럼 빈곤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의 근거가 불확실해요. 내 삶도 아니고 남의 삶도 아닌 걸로 지저귀는거죠. 매체가 워낙 많으니까, 점점 극성스러워지는 게 아닐까 싶죠.

 



<이 인간의 정말>의 주인공 남자의 대화에는 정작 눈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사실 그 남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불안이죠. 불안이 노출된 건데, 본인도 통제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매일 집어먹는 수많은 약만 봐도, 약이 아니라도 다른 방법이 있잖아요. 예전 같으면 배가 너무 부르면 나가서 운동을 하겠죠, 잠이 안 오면 목욕을 한다든지 책을 본다든지 했을 거예요. 지금은 살이 찌면 거북하니까 남미 어디 숲에서 나왔다는 열매를 추출해서 먹는단 말이죠. 잠 안 오면 알약을 먹고요. 처방 과잉이에요. 약이라는 건 원하는 기능을 얻기 위해 압축하거나 정제한 것이잖아요. 반드시 부작용이 있죠. 중독상태에 습관적으로 빠져 계속 약을 먹어야 하겠죠.




<찬미>의 여주인공 이민주를 보면서 <단 한 번의 연애> 민현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소문, 해프닝, 능청스러운 사건이 결합된 이야기를 보며 이것이 성석제식 로맨스라는 생각을 했어요.

 

짝사랑이죠. 시골서 성장한 숫기없는 아이들이 읍에 사는 여학생을 향해 품는 흠모의 정 같은 것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하나의 광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이야기, 짝사랑의 경험이 제겐 연료효율이 높은 경험이에요. 응용분야가 많죠. (웃음)


민주는 상당히 적극적인 여성이죠. 자기 얘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인물이고요. 민주를 흠모하는 시골 아이들 생각과는 전혀 다른, 자기 나름의 인생을 살아가는 거죠. 주변에서 바보 같은 시골애들이 저들 멋대로 생각하는 점에 대해 마지막에 아주 기분 좋게. 한 방 먹이죠. 그런 태도가 참 좋아요. 어릴 때부터 가족을 부양한다든지, 부모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든지,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든지, 이런 민주의 운명 자체는 흔한 건 아니죠. 본인에겐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고, 그 무렵의 또래 애들이 누렸을 기쁨들을 많이 누리진 못했을 테고, 많은 걸 놓치며 살았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제겐 그런 점들이 멋져 보여요. 일찍 철이 들고 세상을 빨리 알아간, 이 모습이 민주라는 인물의 인생이니까요. 평균적으로 초,,고 졸업하고 적당히 군대가고 직장 잡고, 추첨해서 아파트 분양 받고 1/n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이 여성이 얼마나 드라마틱하고 자기결정권이 있는 사람인가 싶어요. 평범하게 쭉 살아오던 사람들일수록 나중에 인생 후반으로 가면 피동적인 인간이 되는 것 같아요. 자기가 자기 인생을 결정하는 게 아니고, 외부에서 자기 인생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끝장을 내주는 거죠. 그런 인생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사람과 민주는 다르죠. 자기결정권이 강하고, 선택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점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의 안과 바깥


민주를 서술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어요. 그에게 일어난 사건 자체만으로는 여인의 일생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신산스러운 삶인데도, 그 삶의 비참함이 서술되지 않고, 정말 이 여자의 삶을 찬미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주의 삶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한 면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민주같진 않더라도, 이런 사람들 사이에 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직은 참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죠. 내가 이렇진 못하지만, 이런 지지 않고, 허물어지지 않는 강한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죠. 아직 세상이 버티는 건 이런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주선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 <홀린 영혼>이라는 작품은 <찬미>와 함께 읽힙니다. “현세와 우주, 지상에서 단 하나뿐인 너의 영원한 벗이라는, 오세호에게 보낸 편지의 과장됨이 주선이라는 인물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어요.

 

주선은 일종의 자기중독자예요. 스스로에게서 출발한 소재를 갖고. 남들에게 계속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중독자죠. 그의 실체가 과연 그의 이야기와 얼마나 합치하겠어요. 그렇지만 이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믿고 있겠죠. 그런 팩트가 재미있어요.


주선이 오세호에게 보낸 편지의 과장됨은, 중학교 일이학년 때엔 그런 문구도 쓸 수 있어요. 물론 아무나 쓰는 건 아니지만요. 주선의 경우엔 거짓말에도 기본이 되어 있죠. 거짓말에도 나름 여러가지 실력이 있어요. 전혀 근거없는 건 아니고, 침소봉대를 하는 거죠. 이 거짓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져온다든지, 정서적으로 큰 상실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에요. 만나면 계속 떠드는 사람이 있다면 피곤하긴 하겠지만요.


주선과 같은 인물들이 참 많아요. 제 눈엔 많이 보여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질이 뭔지를 자기가 잘 모르는 게 큰 문제죠. 사방에 막 떠벌려놓고 집에 들어가서 넥타이를 풀고 양복을 벗고 앉았을 때 굉장히 허무하지 않겠어요? 자기 이야기에 중독된 좀비들이 한편으론 굉장히 증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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