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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어린이/유아

이름:이금이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충청북도 청원

직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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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밤티 마을 이야기 시리즈 전4권 세트/아동도서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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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충정로에서 양재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짧았다. 첫 인터뷰의 상대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결 같이 ‘아이들의 영혼’을 사로 잡아온 우리 시대의 동화 작가라니. 당연히 안절부절, 머릿속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리하면서도 동시에 차창에 비친 모습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느라 시간은 정신없이 흐른다. 드디어 도착한 약속 장소에서 만난 이금이 선생님은, 세심하고 민감한 감수성을 담아온 작품만큼이나 편안한 인상을 가진 분이었다. 초보 인터뷰어의 사진 촬영 요청에 살짝 경직하시는, 친절하고도 소박한 느낌. 바로 그것이 20년 동안 아이들의, 아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비결 아닐까?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김재욱, 금정연)
  

친절한 금이씨


알라딘 : 먼저 알라딘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금이 : 네 (웃음). 저는 책이란 작가가 쓰는 걸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독자에게로 가서 의미나 반향을 줌으로써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 제가 작품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독자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냥 막연히, 내가 좋아서 작품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 거죠. 독자가 있긴 있다고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몰랐으니까. 그런데 점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팬레터나 독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독자의 실체가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정말로 열심히 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저도 인터넷 서점의 마이 리뷰 같은 거 읽어보고 하거든요. 고맙죠. 이렇게, 좋게 봐주시고. (웃음)

(이금이 선생님도 마이 리뷰를 즐겨 보신다고 하니 어쩐지 뿌듯했다. 간단한 인사말을 부탁드렸는데 독자와 작가의 관계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씀을 던지시는 선생님을 보며 서두가 굉장한 책은 친절한 책이라고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말이 떠올랐다. 사소한 첫 질문에도 멋진 답을 하는 이금이 선생님의 첫 인상은 그렇게 친절하고 편안했다.)

이금이 : 사실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시리즈 같은 건, 큰돌이네 집으로 끝내려고 했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이 편지를 써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그 뒤 어떻게 됐어요?’ 해서, 그 뒤로 두 권이 더 나온 거거든요. 결국 십년을 걸려 세 권이 나오게 되었지요. 어떤 아이는 그러더라고요. 한권으로 내지 왜 세 권으로 냈냐. (웃음) 하지만 저는 그 다음 작품들을 쓸 생각이 없었고. 독자들이 십년 동안 잊지 않고 계속 기다려주고 관심을 가져준 덕에 두 권이 더 나올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런 걸 봤을 때, 저한테는 독자가 계속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맙고, 감사하죠. (웃음)

알라딘 : 사실 독자들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책은 많을 수 있지만, 실제로 작가가 거기에 응해 다음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일은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한 작가적 고민은 없으셨나요?

이금이 : 저도 처음에는 되게 망설였어요. 저 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읽었을 때, 그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는 해도 그냥 혼자 상상하고 그러지 그 작가한테는... (웃음) 그래서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서 계속 이어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좀, 우습기까지 했어요. 아이들이 편지를 써도 항상 답장으로, 뒷이야기는 너희들이 상상해 보렴, 했는데. 그런데 그건 아이와 어른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른들은 그냥 자기들이 상상하고 말지만, 어린이들은 그 작가가 그 이야기를 썼으니, 자기들이 아무리 상상을 해도 그 작가가 마무리를 해줘야지 그게 마무리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요.

(이금이 선생님은 일일이 독자들의 팬레터에 답장을 해주신다고 한다. 작가적 에고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하는 답변에 다시 놀란다.)



"아, 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알라딘 : 글을 처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말하자면 이금이 문학의 시작점이 궁금한데요.

이금이 :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속에서 자랐어요. 지금처럼 국내창작물이 많지 않을 때여서 세계명작동화를 주로 읽었는데, 그냥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나도 이런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어요. 재미있는 책을 하나 읽으면 머릿속으로 다른 이야기도 꾸며내고, 그런 일들을 즐겨했어요. 어렸을 때라 동화작가 혹은 소설가가 꿈이다, 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냥 이런 책을 쓰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죠.

알라딘 : 작품의 주제나 소재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이금이 : 제 작품은 거의 다 생활에서, 일상에서 얻은 사실을 다루기 때문에 일상이 다 저한테는 그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일부러 레이더망을 펴고 이러는 게 아니라. (웃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안에 들어오고 아, 이 이야기가 쓰고 싶다, 그렇게 되는 거죠. <주머니 속의 고래> 같은 경우도, 언젠가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보고 있는데 김범수라는 가수가 나왔어요. 원래 방송에 안 나오고 신비주의 마케팅 같은 걸 했던 가수인데, 처음 방송에 나온 걸 우연히 본 거죠.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차라리 자기가 못생겨서 못나온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잘생겼을 거라는 얘길 너무 들어서 더 나오기가 무서웠다.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고 물으니, 온 나라에 자기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 자기가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아무도 자기를 몰라봤을 때, 그때 너무나 외롭고 힘들었다는 말을 딱 듣는데, 그게 제 가슴에 와서 딱 꽂히면서, 아 저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렇게 시작 된 거지요.

알라딘 : 소설가가 성인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는 것과, (성인인) 동화 작가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것은 입장이 많이 다를 거 같습니다. 일단 눈높이가 다르니까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어떤 비결 같은 게 있으신가요?

이금이 : 글쎄, 저 같은 경우는 비결 이런 거 보다는, 글을 쓰는 동안은 저 스스로가 작품속의 주인공 나이가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웃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떻게 아이들 심리를 그렇게 잘 아냐고. 연구를 하느냐, 따로 공부를 하는 것이냐 그러시는데, 그냥 최대한 그 인물이 되려고 노력을 하는 거예요.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이란 남녀노소 똑같을 거라고 기본적으로 생각을 하거든요. 왜 배우들이 어떤 역 맡으면 막 일상에서도 그대로 맡은 역을 하게 된다고 그러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쓰는 작품에 우울한 이야기 쓸 때는 나도 모르게 우울해져 있고, 그런 식으로 몰입을 하는 거지요. 대답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요. (웃음)

알라딘 : 갑자기 생각난 질문인데, 어른들이 보통 애들한테 이런 말을 하잖아요.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이런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세요?

이금이 : 글쎄요. 사실 저 말은 어느 때나 있었고, 저 역시 어릴 때가 있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얼마나 고리타분한지는 저부터도 잘 알고 있으니까, 저는 그 말을 거의 하지 않지요. 그냥 지금 아이들의 마음이나 이런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알라딘 :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분명 예전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이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요. 요즘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금이 : 요즘 아이들이 밝고, 자기표현이 뚜렷한 점이 굉장히 좋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잘못한 게 없더라도 어른이 혼내면 가만히 혼나고 그랬어요. 굉장히 억눌려 지낸 거지요. 여러 의미에서. 물론 요즘 아이들도 우리 때와는 또 다른 것들, 과중한 학업이라든가 이런 거에 억눌려 있어요. 그런 것들이 많이 안타깝긴 한데, 그래도 자기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거. 저는 그게 부러워요. (웃음)

알라딘 :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이 자라서 만드는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이금이 :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거 같아요. 물론 지금도 조금 다른 아이들은 왕따 시키고, 그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거든요. 요즘 아이들이 굉장히 개인적인 면이 강하고, 다른 아이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곧 다른 사람의 다름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만 봐도 쟤와 내가 다른 게 쟤가 이상해가 아니라 뭐, 나와 쟤가 다른 건 당연하지,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주축이 된 세상은 더 다채롭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세상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어른, 나중에 노년이 됐을 때도 열심히 마음을 열고 있지 않으면, 정말로 소외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동안 품어왔던 아이들에게, 행복한 암시라도 주지 않고는 떠나보낼 수 없다


알라딘 : 다시 작품 얘기로 돌아가서, 언젠가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아이들이 자라는데 맞춰서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럼 앞으로 그 아이들이 더 크게 되면, 그들에 맞춰 성인소설을 쓰실 생각이신가요?

이금이 : 아니요. 저는 오히려 이런 소리를 하지요. 너희들이 결혼해서 애기 낳으면, 그때 내가 그림책을 쓰겠다고. 손자들 보여줄. 성인 쪽으로는 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쓰고 있으니까, 동화나 청소년소설을 쓰다가 손자가 생기면 그때 그림책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웃음) 그런데 저는 동화나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그 독자가 꼭 어린이거나 청소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어른들과 자녀들 사이의 어떤 가교가 될 수 있지요. 초등학생 자녀와 엄마가 같은 소설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잖아요. 하지만 동화를 읽고서는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요. 그래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써요. 일차적으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이해하면서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면서, 그 함께 있는 어른들이 읽어도 어우 동화니까 유치해, 하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알라딘 : 선생님의 작품은 대부분 해피엔딩이고,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따뜻하다고 느꼈는데요. 작품을 쓰실 때 결말을 미리 생각하고 쓰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야기 스스로가 그렇게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건가요?

이금이 : 사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제가 너무 완벽하게 해결을 해준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작가의 개인적인 기질이나 성향 같아요. 제가 장편을 쓰는 동안 몇 년씩 마음에 품고 있던 내 등장인물들에게 적어도 행복을 암시라도 하는 결말을 내려주지 않으면, 떠나보내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끝을 맺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고. 대개는 처음에 플롯을 짤 때 이야기를 끝까지 다 짜요. 물론 나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고 특히나 디테일한 부분들은 쓰면서 등장인물들이 그 작품 안에서 생명력을 얻어서 자기네 의지대로 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를테면 밤티 마을에서 팥쥐 엄마 같은 경우도 그렇게 비중 있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팥쥐 엄마가 그 안에서 너무나 자기 생명력을 발산하면서. (웃음)

<유진과 유진>에서도 처음에는 선생님의 역할을 좀 더 비중 있게 하려고 했어요. 아이들이 작품을 읽었을 때, 선생님과 이렇게 의논할 수 있다, 이런 걸 좀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작품을 쓰는데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안 가는 거예요. 독자들이 보기에는 다 작가 마음대로 하는 건데 왜 그게 안 되나, 그런 생각을 하실 수가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세세한 부분은 변한다고 하더라도, 결말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결국엔 제 기질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품어왔던 아이들에게 행복한 암시라도 주지 않고는 떠나보낼 수 없다, 라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언제부터 글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말을 믿지 않게 되었는데, 선생님을 보니 그런 따뜻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따뜻한 글을 쓸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금이 : 때때로 사람들이 제 작품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다 착하고, 무슨 일이 생겨도 다 해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저는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어요. 왜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가. 정말로 내가 현실에서 겪는 고통을 다시 들여다보려고 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문학이란 어느 정도의 위무와, 위안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힘들지만, 동화 속에서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비판을 받아요. 그런데 그것을 잘 벗어나지는 못하겠어요.

알라딘 : 방금 말씀 중에 답이 얼핏 나온 것 같기도 한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동화’란 어떤 동화인가요?

이금이 : 글쎄요. 제가 쓰고 싶은 동화인데, 일단 아이들 마음을 잘 읽어주는 동화였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로는 책을 읽은 아이들이 마음이 조금 더 자라고 넓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게 좋은 동화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어릴 때 동화를 보면, 그저 재미만 있었던 책은 읽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덮으면서 잊어버렸고, 너무 교훈이 많이 들어간 책은 지루해서 차라리 교과서 읽는 게 나았으니까.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재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어느 것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게 잘 들어간 동화가 좋은 동화인 것 같아요.

(그럼 여기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선생님은 어떤 작품을 재미있게 읽으셨고 또 좋아하시는지, 식상한 질문이지만 좋아하는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는 로알드 달도 좋아하고 애비 워티스도 좋아해요. 그 작가 작품을 보면 동물들을 등장인물로 하고 있지만 거기 담겨져 있는 것들은 인간의 세상으로서 바꾸어 봐도 전혀 손색이 없잖아요.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저도 그런 걸 쓰고 싶은데 상상력의 폭이 현실을 못 벗어나는 것 같아요. 그게 저의 한계이기도 해요 사실은. (웃음) 예전에는 무겁고 진지한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막 무겁고 골치 아프고 그런 거는 보기가 싫더라고요. 아직까지 저는 그럴 만큼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작품을 쓰지는 못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고 좀 더 연륜이 생기면 보다 철학이 담겨 있는,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그런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국내 작가들 중에선 뭐 어떤 작가를 딱히 좋아 한다기보다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이를테면 황선미씨의 <푸른 개 장발> 같은 작품이 굉장히 좋았어요.

알라딘 : 주로 이야기가 힘 있고, 서사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금이 : 네, 저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아이들한테는. 저는 묘사 같은 것도 많이 안 하려고 하거든요. 우리 아이도 그래요. 엄마 나는 묘사 같은 거 나오면 그냥 건너뛰고 읽어. (웃음) 동화(童話)의 화(話)가 이야기란 뜻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굉장히 재미를 느껴요.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물어보길, 어렸을 때 글짓기 대회 나가서 상 많이 받지 않았냐고 하는데, 사실 어릴 때는 글짓기 대회 나가서 상 받은 적이 없어요. 그때도 생활문 쓰는 것보다 이야기를 만들어 쓰는 걸 훨씬 좋아했으니까요. 백일장의 주제가 우산이면, 거기서 원하는 건 우산에 얽힌 저의 경험담인데, 저는 우산에 얽힌 이야기를 꾸며내서 쓰는 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상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없어요. (웃음)

알라딘 : 최근에 <금단현상>이라는 작품이 나왔는데요, 저는 처음에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동화집의 제목이라고 하기엔 연상되는 것들이 너무...

이금이 : 뭐 담배, 마약... (웃음)

알라딘 : 그 작품집 안에서 굳이 금단현상을 표제로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금이 :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해요. 그런데 사실 금단현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익숙하게 경험하던 것이 끊어졌을 때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실은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그냥 아이들이 인터넷 같은 것에 빠졌다가 못하게 될 때도 금단현상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아이도 인터넷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날은 아빠와 내기를 했더라고요. 아빠는 담배를 끊고, 자기는 인터넷을 끊기로... 그런데 자기가 먼저 말을 꺼내놓고, 정작 인터넷을 할 수 없으니까 괴로운 거죠. (웃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금단현상이 있다, 그냥 그 정도로. 그 작품을 표제로 한 건, 작품집 안에 표제라고 할 만한 제목이 없었어요. (웃음)

(아들 이야기를 하시며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자 문득 아이들이 엄마의 작품을 읽고 무슨 말을 할지가 궁금해 여쭤 보았다)

큰애가 남자 아인데 남자 애들은 무덤덤하게, 뭐 그냥 좋아요. 그런 투에요. 정말 좋아서 좋은 건지, 그냥 예의로 그래주는 건지 모르겠는데, 둘째 아이는 여자 아이라서 그런지 이번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엄마와 딸의 관계는 미묘한 것 같아요. 엄마는 딸이 자기를 대신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듯이, 딸도 그런 게 있나 봐요. (가제본 된 <주머니 속의 고래>를 가리키며) 이를테면 이런 표지 같은 거. 특히 초등학생일 때는 별로 그렇지 않더니 이제 중학생이 되더니 엄마의 작품을 친구들이 읽었을 때 자기가 창피하지 않을까, 그런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 딸은 굉장히 비판적이에요. 엄마 작품은 너무 범생이들만 나온다고. (웃음) 그랬다가 <유진과 유진>으로 그게 조금 갱신이 됐지요. ‘<유진과 유진>은 그래도 읽을 만 해’ (웃음). <주머니 속의 고래>는 제목도 마음에 안 든다고 너무 동화같은 제목이라고, 말이 많아요. 그리고 대사 같은 것도 자기네들이 잘 쓰는 건지 아닌지. 그런데 평가가 호의적이거나 후하지가 않아요. 그게 딸은 그래요.

알라딘 : 그러면 기분이 어떠세요?

이금이 : 이번 작품을 제가 작업하면서 앞부분을 봐달라고 그랬더니, 그때는 타이틀이 <내 인생에 첫 번째 오디션>이었는데, 그거부터 막 딴지를 거는 거예요 (웃음). 이게 뭐야 유치하게, 너무 그래서 나중에는 제가 화가 나서 ‘읽지 마 그럼!’ 그랬죠. ‘아, 읽지 마! 애들은 다 재밌데’ (웃음). 근데 걔가 하는 말들이 당장은 기분 나빠도,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맞는 부분도 많지요. 그러면 수정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렇다면 과연 <주머니 속의 고래>는 어떤 작품일까?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작, <주머니 속의 고래>에 대하여


처음에도 말씀 드렸듯이, 시작은 그렇게 된 거에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얼굴이 꽃미남이 아니라고 해서 대중 앞에 설 수 없다는 게 굉장히 이상했거든요. 거기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게 마음속에서 계속 옹그리고 있다가,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어떤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춤을 되게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예고를 가고 싶어 했는데, 집에서는 안보내주는 거예요. 여러 트러블이 있고, 아이 엄마는 걱정을 하고. 엄마 입장에서는 불안한 거지요. 춤으로 성공할 확률이 얼마냐 되겠냐는...

그런데 공부는 뭐 안 그런가요? 그 어머니의 말대로 하면, 부모님이 좋아하는 일류대 갈 확률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그 부모의 마음도 알 것 같아서 그런 말을 직접 할 수는 없고. 나중에 아들한테 물어봤더니, 그 아이가 예고 대신 자율학습이 없어서 춤 연습 할 시간이 많은 실업계로 가려고 하다가, 결국 그것도 집안의 반대로 1지망으로 자율학습이 적은 학교를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 쓰려고 했던 이야기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꿈’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어요. 그 아이가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이 책은 꿈에 대한 이야기예요. <유진과 유진>이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상처보다는 꿈이 좀 더 희망적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제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꿈은, 꾸어야지만 이룰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작가가 되리라는 꿈을 꾸어서 작가라는 지금의 저를 만들었듯이, 꿈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알라딘 : 선생님은 작가라는 꿈을 꾸어서 작가가 되셨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작가로서의 꿈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10년 후쯤에는 어떤 글을 쓰고 싶으세요?

이금이 : 어, 십년 후쯤에는 제가 작품세계가 더 폭넓어져서 다른 분위기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바람이에요. 제 작품에 대해서 이금이라는 작가는 다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얘기도 간혹 듣기도 하거든요. 사실 지금도 저와는 전혀 다른 애비 워티스 같은, 그런 이야기를 구상 한 것이 하나 있어요.

알라딘 : 아, 동물들이 주인공인...?

이금이 : 예. 제가 몇 년 전 설날에, 한라산 사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그때 딱 떠오른 이야기에요. 4월에 꽃향기가 막 나는데 태어나는 아기 사슴이라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원래 백록담에 하얀 사슴에 대한 전설이 있잖아요. 또 역사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들이 떠올라요. 사실 제가 5년 전쯤에 소서노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심이 생겨서 학회도 찾아 다니고, 답사도 다니고 그랬는데 아직 그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서 익지가 않아서 못 썼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요즘 갑자기 소서노가 열풍이 불어서... 그때 썼으면 (웃음) 이런 생각도 들지만, 이야기가 내 안으로 와서 무르익어야지만 써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마음속에 있어요. 어쨌든 일상에서 벗어난 이야기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태까지 작업해왔던 것과는 좀 다른. 그런 생각은 드는데, 그건 뭐, 모르는 일이죠. 그죠?

알라딘 :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이금이 : 몰라요. 또 십년 뒤에도, 이럴지 (웃음)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정신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니 어느덧 인터뷰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났다. 긴 시간동안 차분히 두서없는 질문들에 대답해주신 이금이 선생님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를. 아쉽지만 이제 끝내야 할 시간, 동화를 사랑하는 알라딘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렸다)

이금이 : 동화는 애들이나 읽는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요. 물론 동화는 어린이들에게는 자기들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다시 돌이켜 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거든요. 동화를 읽음으로써 지금 자기가 키우고 있는 자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고요. 저는 제가 동화를 쓸 때, 동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동심을 찾고 싶어서 쓰는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동화는 좀 더 삶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사실 많은 분들이 동화를 열심히 봐 주시고, 독자층이 넓어지고 해야지만 우리 작가들이 계속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는 자극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동화 읽는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웃음)

알라딘 : 두서없는 인터뷰에 친절히 답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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