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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난주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8년, 대한민국 부산

직업:번역가

가족:같은 일본 문학 번역가인 양억관과 부부사이이다.

기타: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후, 쇼와 여자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작
2024년 3월 <스토리 마스터스 4>


저는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버버리 코트를 입었어요. 네, 네..."
목소리가 참 좋다. 젊은 새댁이라 해도 다들 믿을 듯 생기 가득한 목소리. 횡단보도에 서서 맞은편에 선 인터뷰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정말로 쑥스러운 일이다. 두 눈을 마주보며 웃어야 할지, 아니면 짐짓 저 너머를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해야할지... 인터뷰에 익숙치 않아 자꾸만 경직된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문학담당 최성혜, 박하영)
 
 
1992년 <일각수의 꿈>으로 번역 시작


인터뷰할 장소로 이동하면서 이런저런 주변탐색에 나섰다. 아무 말 안 하자니 민망하고 막상 뭔가를 질문하려니 거리 인터뷰가 되어버린다. 초반부터 피곤한 질문은 피하고 싶었는데,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럭저럭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고 2차선 도로를 건너 한 레스토랑을 겸한 카페에 자리했다. 인터뷰의 시작은 이렇게 단조로웠다. 가장 무난한 질문을 골라 운을 떼어보았다. 질문 순위 1번은 어떻게 번역일을 시작했으며, 유학생활, 같은 일을 하는 부부에 대한 것.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귀국했어요(1990년 말). 공부하는 과정에 애를 갖고 낳고 공부 중단하고 또 갖고 하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무척 컸어요. 친정집에 더부살이하는 중압감도 있었고. 어떤 돌파구가 필요했죠. 더구나 남편은 아직 일본에 남아 있고 혼자 애만 데리고 나왔으니까. 뱃속에는 또 애가 있고... 뭔가 나를 투신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무턱대고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작품이 바로 <일각수의 꿈(원제 世界の終りとハ-ドボイルド.ワンダ-ランド)>(모음사)--문학사상사 제목으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96년)--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저의 첫 번역 작품이죠. 출판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생각하면 참 용감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혀 겁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죠. 나는 충분히, 멋지게 잘 할 수 있다는..."

"첫째 임신했을 때 일본의 현대 문학을 많이 읽었어요. 정작 일본 문학 공부할 때는 현대문학에 신경 쓸 틈이 없었거든요. 근대문학을 전공했지만, 일본말도 제대로 모르는 데다 일본 문학부의 커리큘럼 특성상 고전을 무지 많이 공부해야 했기 때문에 사실 동시대 문학까지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어요. 마침 제가 귀국한 시기에 우리나라에도 서서히 일본문학이 수입되기 시작했고, 그 때 읽은 책들이 큰 도움이 됐으니 저로서는 상당히 운이 좋았던 거죠."

남편이자 동료 번역가인 양억관 씨에 대해서는,

"두 번역가가 한 집에 산다 그런 정도지 특별히 남다르다거나 재미있는 일은 없어요. <냉정과 열정 사이>처럼 같은 제목의 작품을 나눠 번역할 때도 서로의 번역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니까. 작업 거의 끝내놓고, 남편이 자기가 하는 작품의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 내 쪽은 어떠냐고 묻더군요. 그런 정도의 간섭 내지는 관여, 심할 때는 남편이 무슨 작품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웃음)."


옮긴 작품 중에 만족스러운 작품을 고르라면?


하루키로 넘어간다. 하루키하면 김난주의 번역이 제 격인데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어서 번역했고, 결과가 가장 흡족했던 작품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역 작품이 <일각수의 꿈>이었는데, 뒤이어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노르웨이의 숲>, 줄줄이 하루키 작품이었죠. <일각수의 꿈>을 할 때는 작품의 무게를 자신감이 뒷받침해 줬는데,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작가의 의도적인 동어반복이 심했어요. 그걸 곧이곧대로 번역하면 지저분해질 거고, 그래서 적당히 조절하는 게 핵심이었죠. <노르웨이의 숲>은 정말 주인공이 도쿄에서 교토로 이동하는 길을 따라가는 마음으로(실제로 그 길을 여행한 적도 있고) 푹 젖어서 작업했어요. 덕분에 제게 하루키 딱지가 붙었는데.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렉싱턴의 유령>이에요. 원래 분위기를 재현하는데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자신해요. 뭐랄까, 작가의 느낌과 시선을 공유할 수 있었달까?"

번역일을 하다보면 막힐 때도 있고, 또 창작이 하고 싶어지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떨까? 이런 질문, 전형적이지만 번역가의 스타일을 살펴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 일 시작할 때는 의욕이 앞서서 기획도 하고, 심리적 책임감도 더 많았어요. 초반에 한 기획 중에서 지금도 아쉬운 게 있는데.. 하루키,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 시마다 마사히코, 미야모토 테루, 이런 작가들을 줄줄이 소개했죠, 여덟 명의 작가를 묶어서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1994년인가, 1995년인가? 지금은 다 소개된 작가지만 그 때는 아직이었거든요. 출판계 현실이 장사가 안되면 계속 투자를 안 하니까 바로 사장되었죠. 그런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작품을 직접 발굴하겠다 이런 생각은 별로 안 해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에이전트에서 워낙 발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당시는 에이전트의 역할이 미미했거든요."

이제 막 번역일을 시작해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는 성귀수 씨가 생각났다. 이 책도, 저 책도, 음.. 이 시리즈도! 하면서 번역 리스트를 줄줄이 꿰던 패기에 찬 모습이.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럴 때죠. 재밌을 거예요, 아마." 했다. 그 때서야 '아, 참! 번역만 10년 간 해오신 분이었지. 연륜이란 거 무시 못하겠구나' 싶었다.


번역은, 작가의 시선으로 작품 속의 장면을 보는 것


"번역 이야길 하자면, 작가의 시선에 접근시켜서 작품 속의 장면을 보고 상상하는 것이죠. 그 장면에 가장 유효한 말을 선별하는 것, 그 점이 창작하는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이에요. 작품 속의 정황을 가장 유효하게 드러내줄 수 있는 말을 찾는 것, 즉 선택의 문제죠.

가령, "床につく"는 사전적 의미가 "잠자리에 들다" 거든요. 그런데 심한 감기에 걸렸고, 평소에는 낮잠을 자거나 일하다 말고 딴 일을 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란 전제가 있고 그런 사람이 대낮에 잠자리에 들었다면, 이 '잠자리에 들다'는 다양하게 변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몸져 누웠다'든가 '아파 누었다'든가. 그냥 잠이 와서, 혹은 시간이 돼서 잠자리에 든 게 아니니까요.

이런 식으로 장면의 유기적인 조화, 일관성을 봐요. 작품 전체의 레벨을 맞추는 건데,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면서 유기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거예요. 주인공이 그 전에 뭘 했지? 그 다음엔 무슨 장면이 나오지? 이렇게 총체적으로 보는 거죠. 그래서 번역을 하는 동안은 작품 속의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해요. 실제 생활도 그렇게 되고요. 그 톤을 쭉 따라가야 하니까."

한두 가지 질문에서 이렇게 많은 노하우가 공개되다니, 갑자기 뿌듯하다. 그만큼 본인이 번역을 아주 재밌게 또 자신있게 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직 답변을 못들은 질문, 막힐 때는 어떻게 하는지 다시 물었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괜히 집안을 한바퀴 돌거나 화분에 물을 주거나, 빨래를 챙기거나, 그렇게 전혀 엉뚱한 일을 해요. 그러면서 기다리는 거죠.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내 몸으로 번역한다' 그랬는데, 그 말이 적절한 것 같아요. 몸을 그렇게 이완시키고 가만히 풀어내는 거죠. 그러면 번뜩 스쳐요. 아, 이거였구나, 내가 원하던 말이. 그러니까, 번역이란 참 고독한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야 하니까." 가장 그녀다운 대답.


단어를 일대일 대응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이 목소리의 톤과 억양을 그대로 전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리듬감 있는 말투가 듣기에 참 좋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든 아주 쉽게 이해된다. 그런 목소리를 김난주 씨는 가졌다. 이 목소리가 그대로 번역에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닐까, 궁금해졌다.


"동시에 두 작품을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번역이란 게 한꺼번에 두 가지를 하기가 어려운 작업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작품에서 어떤 일관된 문체를 느꼈다면 그건 작가 고유의 것이라고 봐야겠죠. 물론 번역자가 개입되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있지만. 다만, 작가가 의도했던 장면을 내가 보고 나도 작가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경우에만 작가의 문체는 살아나니까...

선별한 언어의 무게가 조화롭고 또 원래의 리듬이 잘 드러나면 번역된 작품을 읽을 때도 거부감이 없거든요. 단어를 일대일대응 한다고 번역이 되는 게 아니니까, 그건 그냥 문자의 나열에 가깝지... 카톨릭대학에서 번역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도 이 점을 제일 많이 강조해요. 번역 이전에 작품을 이해하고 작가의 시선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를 선별하고 조화롭게 다듬는 것.

그리고 립서비스. 때론 립서비스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워낙 암시가 많고 언어에는 층이 있고 숨어 있는 의미의 연결 연결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체적인 이해에 도달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암시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살짝, 아주 살짝 힌트를 주죠. 앞 이야기를 환기시켜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나의 단점은...


아무리 번역을 잘한다 잘한다 해도 자기만 아는 단점이 있나 보다. 성귀수 씨는 부사어와 접속어를 너무 많이 쓰는 게 흠이라고 했고, 김난주 씨는 특정 언어를 자주 쓰는 게 그렇단다. 예를 들면 '굉장히' 같은. 같은 뜻으로 '아주' '매우' '무척'등이 있는데, '굉장히'를 유독 즐겨 쓰는 것은 다른 유사한 단어들과는 굉장히 다른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란다.

그건 언어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오랫동안 번역 일을 한다는 건, 언어의 한계를 깨닫고 이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는 마치 번역 수업을 듣는 느낌이었다. 이런 수업을 매주 받는 카톨릭대 일본문화과 학생들이 정말 부럽다.



번역 작업의 이모저모


번역할 대상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묻자, "처음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초기엔 내가 좋아하는 거 정말 멋지게 하겠다 그런 게 있었죠. 직업의식이 생기면서 일거리를 선별하는 게 오히려 저의 영역을 제한한다는 실감이 있었어요. 그러면 내가 좁아지고 더 이상의 발전은 없으니까. 다양한 문체와 다양한 작가들을 접하면서 저 자신을 확대시켜 나간달까... 음! 그래도 여전히 문학 작품에 머물고 있어요. 역사 소설 하라 그러면 못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 철칙이 있다면 마지막 교정은 내가 본다 이런 원칙! 지금까지 이 원칙은 고수해요."라고.

모범적인 질문에 모범적인 답변이라 내심 쑥스러웠다. ^^;; 하지만 지금 유미리의 장편을 「동아일보」에 일일연재하고 있는데, 골치는 엄청 아프고 소설적인 재미는 못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해 다시 의욕 불쑥!

번역 작업의 속도와 패턴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질문은 앞서 인터뷰한 성귀수 씨가 요청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침 8시 30분 ~ 9시 전후로 집이 비어요. 그럼 그때부터 10시 전후해서 유미리 씨의 원고를 처리하고 다음 일에 들어가요... 오늘도 보내놓고 왔어요. 그래야 그 때부터 뭐라도 차분히 할 마음이 들거든요. 점심? 점심 거의 안 먹어요. 일하다가 못 먹기도 하지만, 그냥 혼자 먹기도 그렇고, 대충 때우는 거죠. 그렇게 한두 시까지 일하고 애들 학교에서 오기 전에 집안 정리 좀 해놓고, 오후에는 아이들이랑 지지고 볶고, 여느 주부들이랑 똑같아요. 그리고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출 잘 안 하고.

저녁 밥 먹기 전에는 체력 관리상 스쿼시를 하는데 한 1년 꾸준히 다녔더니, 지금은 잘 해요. 운동 자체는 과격하고 힘들지만, 제 성격이나 직업상 잘 움직이질 않으니까 딱 좋은 것 같아요. 기분 전환도 되고, 새 힘도 충전되고, 저녁 먹기 전이라 거의 허덕거리면서 하는데, 다녀오면 저녁은 꼭 생선을 구워서 항상 푸짐하게... 아이들하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진하게 먹어요. 그리고 아이들 숙제하고 잠자리 봐주고 그러다 보면 10시, 11시 되고, 그럼 그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요. 새벽 2시나 3시까지."


지금 작업 중인 작품과 다시 하고 싶은 작품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도 많을 것 같다고 했더니, 역시 문학과 어린이 관련서적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도서관을 4년 운영하면서 어린이책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게 되었다는 것.

근간인 <우리 누나>(웅진닷컴)에 대해서 한동안 눈을 반짝이며 (이 연배에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사실이니까) 이야기했다. 앞으로 장애아와 자폐아의 현실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싶단다. 더불어 번역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우리 누나>는 정신 지체아들과 그 부모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를 현장에 몸담고 있는 작가가 사실적으로 그린 단편동화이다. 늦되기에 오히려 순수하고 무구한 아이들의 심정이 눈시울을 적시는 책. 김난주 씨의 강력 추천 도서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계된 책(<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 디자인하우스, 11월 중순 출간 예정)을 준비중이다. 일본 유명 디자이너 15명의 에세이를 엮은 것인데 일반인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간단한 디자인 소개서이다.

그밖에 열림원에서 준비중인 나가시마 유의 소설(<초 스피드 엄마> - 2001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올해 안으로 출간될 예정)과 을유문화사에서 역시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호리에 도시유키의 에세이집 <회송전차>, 작년도 나오키 상 수상작인 <어깨 너머 연인>(신영미디어)등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단다.

그리고 아주 긴 호흡으로 일본의 최고 고전인 <겐지 이야기>의 현대어판을 번역하고 있다는데, 새로 나올 책 말고 이미 출간된 책들 중에서는 없을까 했더니 망설임 없이 <상실의 시대(원제 Norwegian Wood)>를 꼽는다.


"<상실의 시대>야말로 시대에 따라 새롭게 번역해 볼 만한 소설이죠.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나, 또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키 작품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점이 많아요. 해외로 수출되는 자기 작품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요. 바나나 같은 경우는 바나나 주식회사에서 바나나란 상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 철저한 관리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하루키의 작품은 하루키의 작품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국내에서는 다 못 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나라 출판계에도 문제는 있지만..."

(김난주 씨의 번역으로는 1993년 모음사판으로 출간된 <노르웨이의 숲>이 있다. 그 후 한양출판으로 판권이 이전되었다가 절판되었다. <일각수의 꿈>(모음사, 1992년)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는 아직도 많다.)

<노르웨이의 숲>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엿보였다. 민음사에서 <호밀밭의 파수꾼>(민음사, 2001년)을 새 판형과 번역으로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걸 생각해 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닐 것 같고..., 좌우지간 출판과 번역은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하는 짝패란 이야기.



뚜렷한 자기목표가 있는 사람은 행복해...


인기가 높아 팬레터도 많이 받겠다고 하자, 한 여학생을 소개한다.


"어떻게 하면 번역자가 되느냐고 묻는 사람은 많아요. 근데, 내가 뭘 도와주면 좋겠냐고 답신하면 통 대답이 없어요. 그러니까 자기가 내게서 뭘 원하는지, 또는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모른단 얘기죠. 막연하게 번역가가 되고 싶다 이런 거지. 근데 그 학생은 달라요. 마치 날, 무슨 우상 떠받들듯 하면서... (웃음) 자기 모델로 삼고 싶다, 뭐 이번에 새로 번역한 걸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해줘요. 그래서 저도 격려하는 글을 많이 보내게 돼요. 그런데 수험생이라 답답한 탓도 있겠지만, 공불 안하고 소설책을 읽더라고요, 고 3인데... 그래서 일단은 대학 먼저 가자, 그리고 나를 위협하는 멋진 번역가가 되라고 응원을 보냈어요. 어떻게 보면 행복한 거예요, 그 학생은. 목적 의식이 뚜렷하고, 늘 가슴에 새기고 있으니까."

2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사진을 찍는다며 부산을 떨었다. 카페 테라스에서 찰칵, 벤치에서 찰칵, 정신없이 구는 데도 OK! 다. 편안하게 대해주니 참 좋다. 그럭저럭 인터뷰는 끝이 났고, 각자 목적지를 향해 발을 뗐다. 짧은 인터뷰에 긴 헤어짐, 왠지 허전해져 '책에서 또 볼 건데, 뭘'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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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3 건의 글이 있습니다.


 
서재바로가기맑은시내  2019-03-09 23:42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보면 대부분이 김난주 님의 번역이었어요. 오가와 요코의 ‘아이리스‘ 아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런 멋진 소설을 번역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아, 질문이 하나 있는데, 이것을 김난주 번역가님이 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난주 님께서 번역하신 시마모토 리오의 초기작인‘실루엣‘이란 작품을 보면 이렇게 (,) 문장 사이에 콤마가 많이 나오는데 그건 원문에도 이런 콤마가 많이 나오는 건가요? 작가가 의도했는지 궁금해서요. 어디다 물을지 몰라 이곳에 남겨요. 항상 건강하시고 더 좋은 작품들 많이 보여주시길 바랄게요.
 
서재바로가기smile  2017-10-12 18:49
그의 이름으로 책을 선택한다. 제가 그렇습니다!
 
서재바로가기yama  2017-03-16 13:25
소설 원작도 중요하지만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책의 느낌도 달라지는지라 누가 번역했는가도 살펴보는 편입니다. 김난주님이 번역하신 책은 일단 80%는 믿고 선택합니다. 또 다른 책에서 만나뵙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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