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제3회 창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겨울 삽화』가 있고, 2012년 현재 ‘젊은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붉은 도마> - 2012년 12월 더보기
일어나면 숙소 창 밖 늦가을 밤나무 잎이 아침 햇살에 잉걸 같다. 곧 질지라도 새봄에 저 자리마다 새싹이 맺히리라. 보통 사람들과 리듬을 달리해 살아야 하는 조리사의 삶, 약 이백 인분의 갈비의 살을 발라야 하는 오른쪽 검지가 빳빳해져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이 붉다. 아직도 뜨겁다. 서리를 허옇게 뒤집어쓴 망초꽃 눈 끝에 맺힌 이슬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