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하고, 제1호 러시아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막심 고리키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이후 건국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동화와 민담, 아동청소년문학과 영화 등이다. 막심 고리키, 러시아 동화 등에 관한 논문이 있으며, 저서로 ≪러시아문학 감상≫, 역서로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에 대한 소고≫, ≪시의적절치 않은 생각들: 혁명과 문화. 1917년 소고≫, ≪붉은 웃음≫, ≪인간의 삶≫,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곱사등이 망아지≫, ≪러시아 현대소설 선집 1≫ 등이 있다.
이제 제법 하늘도 눈 시리게 높아지고 집 앞 솔숲을 들락대는 햇살에도 가을이 묻어있다. 반가운 까치 소리에 이어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My Way가 흘러나온다. ‘길은 어디에나 있고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썼던 나의 길…. 어느덧 지천명을 앞에 둔 나이. 나는 나의 길을 어찌 걸었던가? 길 끝에서 만난 많은 인연들과 관계들은 평안한가? 단조로워 지루하고 심심할 정도로 잘 포장된 곧은 길, 반듯하고 정확한 이정표까지 갖춘 길도 있었다. 삐질삐질 땀 흘리며 언덕배기 숨 가쁘게 오른 길도 있었고 거침없이 내달리던 쾌속질주의 길도 있었다. 울퉁불퉁 자갈길도 만나고 자동차 바퀴가 빠져 애를 먹던 진흙탕 길도 만났다. 길 따라 걷던 나의 시선도 사고도 가치도 삶도 그만큼의 굴곡이 생긴 것이다. 고집스레 걸어온 길이라고 여기던 길이 어느 순간 모퉁이를 돌아야 보이는 길로 내 앞에 선다. 저 모퉁이를 돌면 과연 어떤 길이 펼쳐질까? 오랜 동안 서성였지만 여전히 서성이고 있는 길. 이제 내 앞에 놓인 또 하나의 모퉁이가 나의 길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터닝 포인트(tunning point)가 되길 바라며 보잘 것 없고 부끄럽고 거칠고 상처투성이인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그 길을 함께 걸어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모가 난들 되돌릴 수 없는 길, 이미 지나온 길은 아름다운 배경으로 보내고 묵묵히 통과의례(通過儀禮)를 치르듯 겸허한 마음으로 전경에 놓인 새로운 길을 걸어보리라.
2010년 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