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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하영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방송작가 북칼럼니스트

최근작
2023년 9월 <책 읽는 책 쓰는 책 만드는>

이하영

영화, 음악, 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독서 프로듀서이자 작가. 천천히 여행하고, 깊이 읽고, 오래도록 사랑하는 삶을 꿈꾸는 그녀는 방송작가, 영화 칼럼니스트, 에디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KBS 클래식 FM, MBC FM4U 등에서 일하며 클래식을 공부했고, OBS TV 〈전기현의 씨네뮤직〉에서 5년간 대본을 구성하며 영화의 바다에 푹 빠져 지냈다.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에 ‘북인시네마’, ‘예술가의 서재’, ‘영화 속의 편집자’ 코너 연재를 통해 영화 속 책의 장면들을 소개했으며 인터뷰 코너 ‘기획회의가 만난 사람’을 맡아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2016년 봄부터 2018년 봄까지 KBS 라디오 독서 프로그램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을 구성하고 대본을 썼다. 지은 책으로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2008), 『예술가의 서재』(2015), 『영화를 보다 네 생각이 났어』(2018), 『왜 그땐 아프지 않게 사랑하는 법을 몰랐을까?』(2018), 『누군가 함께라는 것만으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2020) 등이 있다. 현재 ‘읽고쓰기연구소’ 대표 편집자로 일하며, 읽고 쓰는 일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고 있다.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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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누군가 함께라는 것만으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 2020년 12월  더보기

삶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는 나에게 오래 준비해온 야심찬 여행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돌아보면 2020년은 험난했다. 별것 아닌 일에 감정이 폭발했고, 사소한 돌발 상황에 긴장했으며, 밤마다 내일 일을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었다.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나와 가족, 가까운 이들이 모두 무사한 것에 안도해야 하나, 아니면 다시 내일 일을 걱정해야 하나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오히려 하늘이 맑아져서 좋다고 호탕하게 웃어보아도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현해탄 건너기가 동생 만나기보다 쉬웠고, 태평양 횡단을 연례 행사하듯 했던, 지난 몇 년간의 자유롭던 외유가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개인이 평생 배출하는 탄소량에 한도가 있다고 해도, 내 탄소배출량은 아직 한참 미미한 수준일 텐데, 이렇게 턱 발이 묶이다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발밑에 구름, 구름 밑에 까마득히 망망하던 바다를 내려다보던 항공 시점은 이제는 나의 일상과는 멀어져버렸지만, 반면에 확 가까워진 것들도 많다. 요 몇 달 사이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틈틈이 걸었다. 오륙도에서 출발해 국토의 동쪽 해안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을 한 코스씩 다니기 시작했다. 제주 올레길을 21코스부터 거꾸로 걷는 여정에도 동참했다. 이제 고작 김녕과 함덕을 걸어서 지났을 뿐이지만, 내 생애 최고의 바다 빛깔을 가슴에 담은 그 시간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바다의 물빛을 들여다보고, 파도 소리에 호흡을 맞추며 바다 새들의 리셉션에 말없이 배석해 있던 그 순간에, 비로소 내 안의 바다를 느꼈다고나 할까. 소금내가 간간한 바다의 향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한참 만에 만난 가족의 얼굴을 보듯 바다를 그 파란 물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틈틈이 걷던 몇 달 사이 일어난 변화 중에는 수영 강습을 등록한 사실도 있다. 일곱 살 때 남해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인지, 수영 배우기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수영장 물에서 약품 냄새가 나서, 물이 차서, 샤워실이 비좁아서 등등 여러 가지 핑계로 포기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감염병 유행을 기회로 삼았다. 스포츠센터가 한결 한갓진 틈에 제대로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이었다. 나 자신에게 수영 배울 기회를 마지막으로 준다는, 자못 엄중한 도전이었으나, 또 실패하고 말거라는 예감을 떨치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수압을 느끼며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이 포근하게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랑 블루>를 여러 번 돌려본 때문일까. 물의 압력을 받으며 바다 밑에서 자크가 느꼈을 행복한 고독을 떠올려보기까지 했다. 물론 자크처럼 바다를 음미하기는 내 폐활량이 턱도 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시작은 반이 아니라 전부다. 배우가 서양인이면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분간을 못하고, 영상 문법에 어두워서 이야기를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던 영상맹이었던 나도 영화의 세계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영화가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대안연구공동체의 골방에 모여 온갖 영화를 함께 보아준 금영모 멤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영화 몇 편이 이 책에 새겨져 있다. 감염병 때문에 텅 빈 극장에서 나 혼자 보았던 영화들도 이 책의 곳곳을 수놓고 있다. 아무도 없는 극장에 홀로 들어서서, 정말 나 혼자뿐인 거냐고 놀라워하며 빈 객석을 스마트폰으로 찍기도 했지만, 나 말고는 관객이 아무도 없었을 때조차도 나는 결코 혼자는 아니었다. 단 한 명인 관객을 위해 발열체크를 하고 입구를 안내해준 이가 있었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에 맞춰 돌아와 출구를 열어주고 나가는 방향을 알려준 이가 있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한 세상이기에 우리는 늘 누군가와 함께하며 항상 연결되어 있다. 어떤 밤에는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에 사무쳐 눈물지을지라도, 벽 너머 어둠 속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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