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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명남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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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테러리스트>

김명남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블러디 머더 ― 추리 소설에서 범죄 소설로의 역사』,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소름』 , ‘마르틴 베크’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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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고맙습니다 (스페셜 에디션 버전 1)> - 2016년 5월  더보기

내 작은 서가의 올리버 내 작은 서가에는 올리버 색스의 책만을 모아 둔 공간이 있다. 우리 시대에 제일 사랑받은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였던 색스의 책 10여 권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이제 그 칸의 맨 끝에, 이 얇은 책을 꽂는다. 색스는 여든 인생을 회고한 자서전을 마무리한 직후 불치병 진단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 사정은 케이트 에드거와 빌 헤이스의 서문에 잘 나와 있다. 빌 헤이스는 색스와 말년을 함께한 연인이었고, 케이트 에드거는 오랫동안 색스의 집필을 거든 개인 편집자 겸 비서였다. 색스는 이들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생애 마지막 글을 썼고, 이제 남은 두 사람이 그를 대신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을 묶어 낸 것이다.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을 손에 쥐면, 부질없는 상상인 줄 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다만 이삼 년이라도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글을 남겼을까? 질병의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하나로 엮어 인간 존재의 특수하고 보편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그답게, 쇠락해 가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마치 제3자처럼 의사의 눈으로 관찰해 분석하는 동시에 여느 때처럼 유머와 지적인 낙관으로 노년기의 변화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의학의 시인으로 불렸던 그가 쓴 노년과 죽음의 책을 볼 기회가 없다니, 이미 존재했던 책을 잃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망스럽다. 그러나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에는 죽음을 앞두고 두려움과 아쉬움을, 무엇보다 감사를 느끼는 한 인간의 모습이 따뜻하게 담겨 있다. 혹시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나는 독자가 있다면, 그는 운이 좋다. 여기에 짧게만 언급된 일화들이 모두 제각각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있으니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를 펼치면 되고,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 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색스를 좋아하던 독자에게는… 글쎄,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나는 많은 독자들이 나처럼 색스의 책이 여럿 꽂힌 책장에 이 책을 살며시 끼워 두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은 색스가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고 말한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는, 역시 색스의 말을 빌리자면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면서” 이런 작가와 교제를 나눌 수 있었던 우리의 시간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임을 느낄 수 있다. 평생 아름다운 만년필 글씨로 일기 1000여 권과 그보다 많은 편지를 썼던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나는 아마 나란히 꽂힌 그의 책들 중에서도 이 작은 책을 가장 자주 떠올릴 것이다. 시간이 흘러도 그럴 것이다. 아니,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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