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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나경

최근작
2024년 1월 <도즈 (Doze)>

이나경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2012년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 단편 〈오늘의 탐정〉을 수록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양한 앤솔러지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참여했다. 2021년에는 작품집 《극히 드문 개들만이》를 출간했다. 딸아이 덕에 경기도 소재 모 초등학교 특정 학급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름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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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극히 드문 개들만이> - 2021년 11월  더보기

이럴 줄은 몰랐다 이럴 줄은 몰랐다. 문서창을 열었을 때만 해도 ‘작가의 말’ 때문에 애먹으리라고는 예상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냥 여흥 같은 거였으니까.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그만 머릿속이 하얘진 것이다. 어림잡아 한두 시간이면 끝냈을 일을 사흘째 빈 화면만 노려보고 있다. 참다못한 아내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말했다. “자, 불러줄 테니까 받아 적어. 사랑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오랜 세월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덕에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내용이 책에 실리지 않으면 앞으론 국물도 없을 것이며….” 그러나 독자 제위께서 일개 필부의 가정사를 궁금해하실 리 만무. 어쨌거나 국물은 확보했으니 헌사는 이쯤 해두고, 이제 또 무슨 얘기를 쓸지 다시 골몰해보자.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속한 합평 모임은 소설 합평 외에도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미식을 추구하며 친목을 도모하는데, 비록 최근 몇 년간은 온라인 그룹채팅으로 갈음하는 실정이지만 한창때는 매주 만날 만큼 열의가 대단했다. 그 모임에서 한번은 이런 얘기가 나왔었다. “앞으로는 소설을 쓰면 후기 같은 것도 첨부합시다.” “자고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법일진대 그리하자는 의도가 무엇인지 여쭈어도 될는지.” “우리가 청운의 뜻을 품어 소설도 쓰고 수필도 쓰고 있다지만 후기란 사뭇 생소한 장르가 아니겠습니까? 장차 기량이 늘고 운도 따라 출간을 목전에 두었을 적에 사소한 것에 발목을 잡혀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미리미리 실력을 연마하자는 말씀입지요.” “그렇게 깊은 뜻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장래를 대비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론 우리 모두 그랬다. 늑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벽돌집을 세우기는커녕 볏짚조차 모으지 않은 것이다. 특별한 핑곗거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위기감이 없었을 뿐이니 잡아먹혀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혹시 또 모를 일이다. 저 얘기가 오갔을 무렵의 나는 온갖 것들을 온갖 데에다 끼적여대는 이른바 메모 강박에 빠져 있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물론이요 불쑥 떠오르는 재미난 소재나 근사한 단어도 닥치는 대로 기록했다. 소설에 쓸 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 같은 타이밍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문장을 몇 마디쯤 적어놓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어차피 손도 뇌도 놀고 있는 김에 메모장을 뒤져보았는데, 그래서 찾은 것들이란 온통 취객의 낙서처럼 의미불명인 단어 꾸러미들뿐이었다. 나는 내가 더는 메모에 집착하지 않게 됐던 이유를 새삼 이해했다.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진 않았다. 개중에 멀쩡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일기였다. 아이와 있으면서 우습거나 희한하거나 대견해지는 상황을 기록한 모음집으로, 일기 어플리케이션에 저장한 탓에 편의상 일기라고 부르는 것이고 엄밀히는 스케치 정도로 칭하는 게 맞겠다. 실제 있었던 일을 실제 날짜와 함께 기록했으니 그냥 일기로 봐도 무방하겠으나 이 경우 통상의 일기와 일말의 괴리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간 모음집의 분위기는 다음과 같다. - 아빠, 나는 (디즈니 만화다)이 별로 재미가 없어. - 왜? 지금까지는 잘 봤잖아. 이제 시시해졌어? - 그런 건 아닌데… 쥐가 나와서 뭔가 좀 별로야. 이런 것도 있다. ‘ㅎ’의 꼭지 부분을 세우거나 눕혀서 써도 된다는 것을 배움. - 이런 재미가 있네. 또는 이런 것. - 새 이불 사줄 테니까 이제 이불 버리자. 너무 낡았어. - 안 돼. 내가 좋아하는 이불이야. - 이젠 덮지도 않잖아. - 벌써 이름도 지었단 말이야. - 뭐? 무슨 이불에까지 이름을 붙여? 이름이 뭔데? - 핑크색 이불. 다 이런 식인지라 더 본다고 해서 딱히 쓸 만한 문장이 튀어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나는 어쨌든 이것들을 끝까지 읽었다. 본래의 목적은 잠시 망각한 채 순전히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애당초 내 취향에 맞는 이야기들만 모았으니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쓴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지금까지는 문제가 안 됐지만 이제는 양상이 달라졌다. ‘작가의 말’을 쓰면서(빈 화면을 노려보면서) 그만 독자의 존재를 의식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바라건대 내가 사랑하는 이 아홉 편의 소설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이상적인 전개는 2018년 3월 4일 일요일 밤에 이루어진 아래의 대화가 엇비슷하게 재현되는 것이겠다. 자기 전에 아이가 앵무새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줌. - 오늘은 늦었으니까 이만 자자. 재미있었어. 내일도 얘기해줘. - 알겠어. 내 마음속에 이야기가 아주 많이 있거든. - 2021년 가을, 이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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