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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묵돌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94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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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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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Mukdolee

이묵돌

1994년 경남 창원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대구로 이사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세대로서 성인이 될 때까지 정부보조금을 받았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며 상경했지만 생활고를 겪다 자퇴했다. 중학생 때부터 글을 썼다. 서울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취미삼아 인터넷에 쓰던 글이 관심을 끌었다. 팔로워를 수십만 명쯤 모았다. 페이스북에서는 ‘김리뷰’라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다. 책 몇 권을 내고 강연을 몇십 번했다.
만 스무 살에 콘텐츠 기획자로 스카웃되면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퇴사 이후에는 IT회사를 창업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획하고 출시했지만 2년 뒤 경영난으로 폐쇄했다. 이후 여러 온라인 매체에 칼럼 및 수필을 기고하면서 프리랜서 작가 생활을 했다.
본관이 영천인 이씨는 어머니의 성이고, 묵돌은 오랑캐 족장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실제로도 무근본 오랑캐 같은 글을 쓴다. 굳이 의미를 갖다 붙이자면 몽골말로 ‘용기 있는 자’ 정도가 된다. 2019년에 수필집 『역마』,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2020년에 『시간과 장의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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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 - 2019년 7월  더보기

누구나 살다보면 방황하게 될 때가, 혹은 방황하고 싶어질 때가 온다. 사실 우리가 태어나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를 모두 방황이라고 한들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다섯 살 때의 기억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순간도 방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쩜 일 년 정도는 꽤 편안하지 않았나 싶다가도, 냉정히 생각해 보면 분명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단지 방황하고 있을 땐, 스스로가 방황하고 있다는 것만큼 인정하기 싫은 사실도 없다. ‘그래, 난 방황하고 있어’ 라고 인정한다고 한들 당장 처해진 상황이 나아지거나 편안해지는 것도 아니다. 2017년 12월, 나는 2년 간 운영하던 ‘주식회사 리퍼블릭닷’을 잠정 폐업 상태로 돌렸다. 투자금은 바닥났고, 함께 일하던 다섯 명의 직원은 모두 정리했으며, 어떻게든 수익을 내 보려 했던 서비스 ‘리뷰리퍼블릭’은 몇 달의 기간에 걸쳐 천천히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작은 회사, 작은 서비스였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온 마음을 쏟았던 것이 돌연 사라져 버리는 일은 누구라도 견디기 어렵다. 나는 학창시절 때처럼, 대학을 다니던 때처럼, 너무 힘들고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을 때처럼, 내 과거로 인해 다니던 회사에 피해를 끼쳤던 때처럼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곳은 내가 세운 회사였고, 내가 만든 팀이었고, 내가 기획한 서비스였다. 되려 날 위로하는 직원들을 모두 집에 보낸 뒤 혼자 텅 빈 사무실에 남아 내가 저지른 실패의 상흔들을 매만지면서, 진심으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당장의 실패가 비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2018년은 내게 유독 힘겨운 한 해였다. 첫 두어 달에는 빚을 갚아야 했다. 빚을 갚는 일은 재미있었다.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들을 위해 일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다른 생각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일에 몰두했고, 4월이 되기 전에 대부분의 빚을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숨통이 트이고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바닥날 때쯤, 나는 잊어버렸던 실패를 상기했으며 더 이상 내 꿈이나 이상, 비전을 위해 어떤 일을 기획하고 혹은 덜컥 시작해버릴 수 있는 동력 같은 것들이 모조리 바닥났음을 깨달았다. 살고 싶지가 않았다. 아무렴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그저 매일 먹을 음식과 잠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난 그저 ‘살기 위해’ 살고 있었고,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하다가, 가끔 들어오는 강연이나 외주 같은 소일거리나 받아 연명하고 있었다. 내가 다섯번째 책을 계약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건 정확히 그 무렵이었다. 당장 갚을 빚을 위해, 선인세나 받아볼 요량으로 덜컥 책 계약을 해 버렸던 것이다. 책이야 바로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니 일단 받기만 하면 무이자로 돈을 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마감이 닥쳐오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책임을 떠맡게 된다는 것을, 난 불과 몇 달 전의 패배로부터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한 달 남짓 동안 책 한 권을 써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기획이야 선인세를 받을 당시에 미리 해 놓았지만, 정작 내용을 쓰려니 A4 한 장도 제대로 채울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마지막으로 책을 쓴 것이 2015년이었고, 창업한답시고 이 년이 넘도록 제대로 글을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주제에 나는 책 한 권쯤이야 언제든지 뚝딱 써 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마감의 중압감은 상당했다. 나는 마감을 애써 무시하고자 한동안 말초적인 욕구를 쫓았는데, 얼마지 않아 살이 뒤룩뒤룩 쪄서는 얼굴에 기름기가 가득했고, 주위에는 소모적인 인간관계들이 계속됐으며, 하루 온종일 게임으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자정이 넘어서 작업을 시작해, 두 문단 정도를 써내려가다가 죄다 지워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3년 전에는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할 수 없다니! 어느 날 갑자기 자전거 타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밤낮도 잊어버리고, 밥때도 가물가물했고,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마감 날짜를 넘겼다. 나는 당연히 작업을 끝내지 못했고, 뒤늦게 출판사에 전화해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한 달만 시간을 더 주십사 애걸복걸했다. 그렇게 한 달을 더 벌었기로서니 이렇다 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열여덟 시간 넘게 잠만 잔 날도 있었다. 그날 서울 전역에 비가 내렸는데, 얼마나 쏟아졌는지 반지하에 있는 내 방 베란다에 물이 가득 차오를 정도였다. 나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서 외투도 우산도 없이 무작정 바깥으로 뛰쳐나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신림동을 배회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답한 도시에서는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 내 수중에는 삼백만 원 정도가 있었다. 남은 빚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서 모아 뒀던 돈이었다. 나는 이 돈을 갖고 무작정 길을 나서기로 했다. 목적지도 계획도 없이, 돌아오는 날짜도 정하지 않고, 그렇게 떠나서 글을 다 쓴 뒤에야 돌아오기로 했다. 어떤 작가는 글 마감을 하려고 스스로를 감옥에 가뒀다는데, 나는 갇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인간이라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쪽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출판사 측에 ‘내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기도 했고, 이왕지사 제대로 방황해 보자는 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서울을 떠났다. 한쪽 어깨에 배낭 하나만 걸머지고 전국을 떠돌았던 시간은 수개월 전 내가 서명한 계약서에 책임을 지는 과정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전도유망한 척하는 청년 창업가에서 글 쓰는 삶으로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근본 없는 여정 가운데 일기처럼 써 올린 방랑기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사랑받을 줄은, 심지어 책으로까지 내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나의 이런 진지한 글을 읽을 사람은 열 명도 채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내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의 뭔가가 채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어쩌면 마음껏 방황하고 싶었던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방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어디론가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여정 이후로 나는 다시 한 번 글을 쓰기로 결심했으며 지금은 이 책의 서론을 쓰고 앉아 있으니 세상일이란 정말 알 수가 없다. 세상에는 정말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란 늘 골칫덩이고, 애물단지다. 그래서 난 방향도 없이 방황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방황하지 않고선 결코 깨달을 수 없는 사실도 있다. 난 당신이 살면서 한 번쯤 거대한 방황을 경험하길 바란다. 거창한 해외여행이나 남부럽지 않은 휴양지로의 여정이 아니어도 좋다. 산이든, 바다든, 어디 머나먼 시골동네라고 해도 좋다.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는데, 내일 어떤 일이 있을지 가늠조차 안 되는 나날들을 보내보길 바란다. 살면서 딱 한 번쯤은 목적도, 목적지도, 만날 사람이나 이렇다 할 용무 혹은 약속도 없이 훌쩍 떠나버릴 수 있는 거니까. 이유는 달리 없다. 다만 방황은 다 끝난 뒤에야 그 이유를 깨닫게 되곤 한다. 답은커녕 질문도 없이 떠나간 곳에서 과연 어떤 것들을 찾고 잃을지는 알 수 없다. 난 그저 알 수 없는 당신의 방황에 아주 사소한 참고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나의 방황기를 이곳에 적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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