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주기 속에서 길든 짧든 대다수의 사람들이 통과하게 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간병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전력으로 회피한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다가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날이 도래하면 신발을 뺏긴 채로 한겨울 거리에 내몰린 아이처럼 아연해져 떨게 될 것이다.
한발 앞서 미리 상상할 수 없을까. 상상으로 면역력을 기를 수는 없을까. 조금 더 의연할 수 있도록.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소설을 쓰면서도 피하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다. 소설을 쓰는 동안 내 상상 속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쓰러지거나 다치거나 의식을 잃었다. 몇몇은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고통스러운 마음의 끝에는 이기적이게도 ‘그러면 나는 어떡하지, 어떻게 살아가지.’ 하는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감염병을 겪으며 사람들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무수한 두려움을 공유했고,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은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믿어 보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불안을 나눈다면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삶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계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