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이름:김명인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6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진

직업:시인 대학교수

최근작
2023년 8월 <오늘은 진행이 빠르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옵션 설정
25개
1.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4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다시 발견된 고향, 동두천 정용국의 시집 『동두천 아카펠라』는 특이하게 시조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시조는 응축과 확장, 정지와 순환, 부정과 긍정의 정신으로 시대에 굴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조는 어족 정서의 미학적 결정(結晶)이다. 형식이 하나의 전형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오랜 역사적 경과와 경험의 축적이 요구된다. 따라서 3장 형식인 ‘시조’에 역사적 현실의 희로애락을 온축시키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껏 주둔군이 물러날 줄 모르는 동두천의 현장은 시대의 격랑을 방사하므로, 굳이 시가(詩歌)로 따지자면 서사의 무대여야 할 것이다. 그가 올곧은 율문인 시조의 형식으로 동두천을 습합하려는 것은 그곳을 향한 유난한 애정의 실천이자 시대 의지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신표균의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을 읽노라면 수사나 비유로는 닿지 못할 허기나 갈증과 마주친다. 단지 삶의 결핍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는 어떤 ‘고픔’을 그는 시집의 한 축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고픈 배 허리띠 졸라”매고 “빈 창자 도랑물로 축”이면서 그는 남이 버린 강의록을 뒤졌고, “개천”에서 솟구쳐 오를 “용”(「고픔」)을 꿈꾸었다. 고픔은 “하고픈 일/ 닮고픈 얼굴 많았던” 시절의 정조여서 사랑이나 열망조차 저만큼 밀쳐 두어야만 했던 건조한 청춘의 회한으로 지금껏 되새겨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표균의 『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이 회고나 감상에 젖어있다고 읽어내는 것은 시편들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한 결과라 할 수 없다. “반실이”의 나라에서 태어나 세태의 우여곡절을 온몸으로 겪고서도 그는 젊은 날의 초심을 살아내려고 애쓰는, 나이를 잊은 정정한 청년의 기상을 시로 구현해 낸다. 따라서 시집의 전편을 장식하는 것은 영원한 현실주의자의 시선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우주와 관계 맺고” “하늘을 하늘같이 우러”르며 함께 살아온, 인공지능 시대의 피조물(「스며들어 살아가기」)들, “살아낼 오늘” 속에서 하루치의 “탑”을 쌓고 있는 “오늘”(「일곱 번씩 일곱 번의 오늘」)의 인류인 것이다. 그런 뜻에서 나는 신표균의 시에는 리얼리티가 넘쳐 난다고 믿는다. “비밀번호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성”인 지상에서, “누구도 ‘땅콩’의 과거를 묻지 않은 데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배려를” 익힌다는(「유별과 배려 사이엔 교도소가 있다」) 시인의 자각은 사랑으로 사무쳐야 할 지구적 삶의 도리를 일깨운다. 이 각성은 개천에서 난 ‘용’만 아니라, 범부凡夫도 함께 다가서야 할 일상의 깨달음인 것이다.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몸과 바람과 시간의 편력’으로 노래하는 절절한 사랑의 비가 김윤배 시집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에서 독자가 받는 느낌은, 시인이 새삼 일깨우는 사랑이나 헌신(獻身)에 관한 신산한 감상이 아닐 것이다. 그가 매창(梅窓)에 빙의하여 토로하는 속내 그대로 “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 삶은 “살이 찢겨지는 수치(「고도, 그 모멸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인 까닭에, 그의 전언들은 실로 부대끼며 살아온 세계를 다시 한 번 다잡아보는 절박한 고백일 수 있다. 그는 “세상은 알고 너만 모르는 희망은 어느 계절이냐고는 묻지 않는다”(「너는, 질문으로 가득 찬 계절이다」). 그 질문만큼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것은 삶의 비의가 시 보다 넓고 깊은 탓이다. 장시에 가깝게 활짝 젖혀놓은 시인의 속내, 「바람은 내가 누구의 과거인지 안다」를 구획하고 있는 소제목을 떠올린다면 그는 내면의 산책자임이 분명하지만, 시의 소요가 인간의 분별로도 간추려진다는 점에서 그의 어휘 중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몸과 바람과 시간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서 필자가 읽어낸 것 또한 꽃을 갈무리하는 ‘사서’의 시간과 바람의 상상력에 관한 시인의 호기심이다. 그는 쓴다, 몸과 바람과 시간의 편력을! 그것들을 고스란히 경과하는 것이 꽃이라면, 그의 시편 여기저기에 낭만적 상상력이 편만해 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가 동백꽃을 갈무리하는 시인으로서 이 편애를 앞세울 때, 꽃 곧 시는 입술과 가슴과 둔부를 지닌 육체로 현화(現化)한다. 그리하여 비화(飛花)에 이르도록 한 생의 서사로 흩날리는 것이 꽃이라면, 그 요약된 줄거리는 “영원에 이르지 못하는 서러운 기록”(「동백꽃 사서」)일 것이다. 분방한 상상력 속으로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끝없이 미끄러뜨리려는 열정에 가득 차 있는 한, 시의 ‘사서’로서 시인의 나날은 “경계 속의 모호한 꽃과 /모호한 무지개 /모호한 안개 /모호한 영토/ 모호한 기호를”(「몽혼의 날개」) 채록하고 분석하느라 오래도록 분망할 게 분명하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희망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버려졌다. 희망은 “깜깜한 밤하늘에게/ 입도선매되었으므로” 거짓 예언과 소문으로 파다한 지상은 “아수라장의 폐허를 밟고 가는” 검은 폭우뿐, “누적된 피로와 불신과/ 노역의 생”(「검은 비」)을 살아야 하는 실존에겐 한순간의 안식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내 놓아버릴 수 없는 희망이라면, 영혼의 간절한 기원으로나 보듬어질 것이다. 최춘희의 시집 『초록이 아프다고 말했다』는 희망에 다다르려고 절망을 지고 가는 고단한 영혼의 기도집이다. 그 기도들은 “이뤄지지 않고/ 끝날 거 같지 않은” “경계를 지운 그곳에/ 새의 영혼으로 착지하는/ 버려지는 것들”(「새가 되지 못한 새」) 속으로 파다하지만, 오로지 가닿기 위한 소망 하나로, “닿지 못한 곳, 오지 않은 것, 누리지 못한 것들을” 그려 보인다. 현실의 삶이 결핍으로 가득 찰수록, 시인의 기도는 절절하다. 그리하여 세상을 온통 덮어버리는 “대설주의보”가 “출처 없는 희망주의보”(「밤눈」)로 들릴지라도 탄식과 기도는 그치지 않는다. “봄이 오듯 너도 환해졌으면// 여름이 오듯 너도 푸르렀으면// 가을이 오듯 너도 물들었으면// 겨울이 오듯 너도 하얗게 피어났으면……” 꺼뜨릴 수 없는 희망 하나로 시인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기차역”(「아직 기차역에」)에 서있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환절기를 오래 앓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그의 원고들을 들춰본다. 창밖에는 겨울비가 어질 머리를 적셔오는데, 나는 시문(詩文) 속에서 돋아나는 “푸른 사유의 관정에” 마음을 빼앗겨, 가파른 숨결조차 스르르 허물린다. 무엇을 더 보태고 꾸밀 것도 없이, 고백 그대로가 살가운 문장의 자리, 모든 생각이 다 제 생긴 대로 여물어 건너오는 이 공유의 숨결, 김종숙의 시편들을 어쩌면 서러울 사람살이의 편만한 사랑을 잔뜩 실어 저의 독자 앞에 애틋하게 부려놓는다. 그가 「서도역」에서 “저것은/맨발이거나/혹은 빈 몸에서만 흘러나오는/투명한 시어(詩語)/어두워져야 빛나는/고요한 것의/눈빛”이라고 했을 때, 그 눈빛은 「마현에서」 “초부면 마현리 여유당(與猶堂)” 처마 밑을 파이게 한, “수없이 캐묻고 두드린” 낙수겠지만, 지독한 몸살감기로 일그러진 나의 심사에는 사무치는 독경(讀經)으로 새겨진다. 아껴가면서 읽어야 하는 정성 가득한 시편들이다.
6.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김성춘 시인의 새 시집 『온유』는 ‘비밀의 초록정원’에서 시를 기다리다 낮잠 든 ‘늙은 시인’ 곁에 저절로 내려와 적히는 빗소리의 시편을 펼쳐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코를 골고” 있는 시인의 곁에는 “여섯 살짜리 빗방울이/ 여섯 살짜리 生을?적고” 있다(「여섯 살」). 이 지고지순한 어법은 시를 향한 동경으로 충만한 시인의 비몽사몽을 옮겨 적은 것이다. 시 앞에서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천진해지고 절절해진다. 그에게 “너를 생각하면/ 산다는 건 신비다”(「溫柔」; ‘온유’는 독일에서 피아노를 공부하는 시인의 손녀 딸 이름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는 시에 걸어놓은 고백이 유난한데, 시인이 살고 있는 유서 깊은 땅 경주의 풍광을 빌린다면, 스스로 깊어가는 고요 속의 어둠처럼 시는 “썩지 않고 천년이 지나도 어둠”이다(「사각형의 어둠」). 그리하여 이 ‘水流花開’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몇 줄의 단단한 사각형에 지나지 않는다.” 시인은 다만 “이승에서 듣는 아득한 강물 소리”를 시의 가슴으로 새길 뿐(「詩, 또는 강물 소리」). 그 강물은 필경 우리들의 영혼을 스쳐 영원으로 흘러가는 중이리라.
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윤덕점 시집 『그녀의 배꼽 아래 물푸레나무가 산다』에는 하루하루를 허름하게 지치고 가는 우리들 일상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만가지 풍경들로 피었다 시드는 이 만인의 나날은 소소한 일로 떠들썩하고, 작은 흉사에도 함께 얼굴을 감싼다. 누구들 정情으로 만곡彎曲지지 않는 평생이 있을까. 사람들 사이로 흘러가는 것이 시인의 서정이지만, 이 시집은 각별히 “작은 몸을 타고 흐르는 모성의 수맥” (「엄마라는 우물」)처럼 간곡한 넘침의 화용花容을 읽어내게 한다. 퍼낼수록 솟아오르는 ‘샘’의 기적은 시인이 말로써 쌓아올린 공덕일 테지만, 시시로 “미친 듯 광포해지는” 세파와 맞서,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삶의 성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시집 속의 시편들은 애써 수식하거나 완곡해 하지 않아도 어법 그대로 이어지는 살림의 유장함이 있다.
8.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시인이라면 대개 그러하겠지만 석연경 또한 우주의 먼별에서 전생을 겪고 지상에 내린 ‘별 사람’의 모습과 향기를 지녔다. 천상의 생이 “진한 획 그으며 내려와” 나지막이 지상에 엎드린 “둥근 영혼”으로 현신되었다면, 가슴 깊숙이 간직하는 것은 “사람아 네가 오는 깊은 밤 억만 리” “생살 찢어 가시 틔워 견디고/ 네가 오는 길목에서 숱한 손짓의 시간으로/ 번지고 번지던 붉은 손바닥들의 파닥임”(「부겐빌레아」)의 갈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석연경의 시집 『독수리의 날들』 을 읽을 때, 독자들은 대지모大地母의 배꼽 언저리로 떨어지는 환한 빛에 감싸이기도 하지만, 못 다한 전생의 그리움으로 “아직 절벽 끝에서 한 계절의 울음을 쏟는” 꽃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날개를 달아매려(「부겐빌레아」) 애쓰는 시인의 우주적 충동에 더 이끌리는 것이다. 그렇다. 독자인 나도 그녀의 ‘매화’처럼 비에 “젖어 있을 때라야 사랑이라는 것을” (「밤 순천만」) 깨우치는 까닭에 “내 한생”의 무게(「매화에 내리는 비』)를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폭우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쓰면서 지상의 봄을 전별餞別해 보내고 있다.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정용국의 시집 『난 네가 참 좋다』는 마침내 고향에 들어 실향의 한을 떨쳐 보이는 시인의 충일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에게 ‘시조’는 고향과도 같은 것, 그 뿌리에서 그리움을 익혀 시인으로 일가를 이루었으니, “알 빠진 주판을 들고/오십 년을”(「명왕성」) 버티며 새삼스럽게 3장 6구의 형식을 지켜내려는 일 자체가 이력의 전부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불배롱 환하게 내건 들머리 감나무 길”(「우박」)을 걸어 마침내 고향 집 문 앞에 도달한 그의 시조에서는 미학적 완성을 향한 강고한 집념과 질박한 구도가 읽힌다. 그가 힘껏 시위를 당겨 독자를 향해 쏘아 보내는 이 정념의 화살에는 쏟아지는 ‘우박’조차 “설익은 사리 몇 과”(「우박」)로 바꾸어놓는 변신에의 열정이 엿보인다. 그러나 생활에 엉겨 붙는 정념들을 형식의 틀에 가두는 일은 훨씬 가혹한 운명일 터. 시조가 함축미만 내세운다면 풀어졌다 여며지고 느슨했다 팽팽하게 다잡아지는 마음의 굴곡들을 어떻게 건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 정용국의 시편들은 오히려 균형과 배려를 뛰어넘는 수많은 서사들을 온축시켜 다시 정형으로 되감는 새로운 전통을 시조의 전범(典範)으로 내세운다. “사람이 내는 길은 흐려져 가뭇”(「자산(玆山)에서 길을 묻다」)할 뿐이므로, 우리는 그의 시조로 새삼스러운 몸의 맛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에게 정률(定律)의 배려는 오히려 세월을 곰삭힌 가뭇한 형세로 나타나니, 전말을 다한 이야기조차 한 편의 시조로 응축된 장편(掌篇)이라 일컬을 만하다. 젖어들어야 건너는 게 여울목이듯, 이웃의 긴 겨울을 걱정하는 현실에 대한 살뜰함도 그의 시조로 하여금 그늘에 잠겨드는 “급식소 긴 줄 사이로/짧은 해는 설핏 눕”는(「월동」) 세간의 풍경을 연민으로 아득한 시선에 젖어들게 한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최부식 시집 『봄비가 무겁다』에는 장소에 관한 심상들이 유난하다. 그곳은 죽천 바다, 울릉도, 법성포구, 청진항 등 우리나라의 어디이기도 하지만, 더러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모로코 등 세계의 변방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달의 싹 틔우는 푸른 바다 한가운데/별빛 엮어 둥지 튼 어미닭”(「월아(月芽) 바다」)으로 읽히는 영일(迎日)의 바다, 곧 동해가 펼쳐져 있다. 시인은 그의 시의 수많은 심상들을 그 둘레에서 길어 올린다. “아직은 삼등열차 다니는 새벽/우리는 어디쯤 가야/닳아빠진 의자에서 일어나/어둠 툭툭 털고 나오는/눈부신 아침 해 만날 수 있을까”(「동해남부선」) 하고 간절히 염원하는 것도, 시대를 건너온 삶의 응어리가 그대로 곰삭아가는 그 땅의 스산한 삶을 지금껏 붙들고 사는 까닭이다. 이제야 새롭게 ‘필사’(「筆寫」)하기 시작하는 시의 생도 그런 바다가 시인의 시심을 불러내는 탓이다. 그러나 너무 가없어서 세파(世波)의 주름처럼 하염없고 서슬 푸르다.
11.
한용국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에는 이번 생을 다 지불하고 구입한 책으로도 삶의 안개를 걷어 낼 수 없다는 슬픈 세대의 아픈 고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월’로 표상되는 꽃 피는 시절에 대한 갈증과 예감이 유난한 이 시집에서의 ‘서른’은 가위눌린 나이일 뿐이며, 고작 “애인과 섹스”하듯 젖혀 보내는 빛바랜 청춘의 나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혁명’을 잊은 ‘사월’이란 자욱한 ‘황사’ 속 봄일 수밖에. “양파의 가계(家系)” 위에 “가부좌를 틀고” 삶이 “나의 것이 아니었다고/ 다른 얼굴로 고백”하는 그라면 이미 평생을 다 산 것이다. 그리하여 ‘종달새’로 노래하고픈 시인은 지상에 “붙들려 와 박해받고 있는” 존재로 스스로를 단정한다. 어느 책갈피엔 양 “자신을 끼워 넣어 보기도 하지만” 어느새 시효(時效)가 상실된 페이지임을 발견하는 그라면 “무엇이든 견딜 수 있다는 것”조차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러나 한용국 시의 진수가 이런 비애에만 경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이라면 “언어로 이루어지는 탑 하나쯤은” 품고 살기 마련. 살아가는 이유를 “텅 빈 중심의 이 아름다운 인력”이라고 믿는 한, 그가 끝내 시인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독자들도 수긍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되묻는 아름다운 질문들 앞으로 성큼 나서야 한다.
1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신표균 시의 바탕은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세월에도 시들지 않는 한결같은 서정성이지만, 그 정겨운 마음 곁에는 세태를 걱정스럽게 둘러보는 풍자의 정신이 함께 산다. 시인은 근기의 언어로, 날카로운 비유로, “좌든, 우든/한 방향으로 완전 돌아버리지 않는 한/자리보전할 수 없는 미끄러운 세상”「( 팽이」)을 고발한다. 이 불통의 시대 속에 솟아오르는 자의식을 우리는 윤리적인 함의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시로써 세상의 일익을 감당하려는 시인의 진지한 노력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그의 시에는 표현 그대로 가꾸어온 시간만큼 깊은 맛이 든“해마다 스스로제 나이를 먹고”「( 나이 맛있게 먹기」) 사는 청년이 싱싱하다. 그의 시편들은 새삼스러운 회고담이 아니라, 호기심 많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변을 살핀 왕성한 탐구의 결과라 하겠다. “그리움과 거리는 비례한다는 믿음으로”「( 슈퍼 문 바라보네 아득한그 길」), 외로운 이웃과 한 끼 식사를 나누려고, 시인은 지금도 ‘종착역’인 독자들 곁에 사랑으로 살고 있다「( 종착역엔 사랑이 고 있다」).
1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청어는 맛나고 값싼 생선이지만, 가시가 많아서 먹기에는 다소 성가시다. 전다형의 첫 시집 『수선집 근처』에는 청어가시처럼 삶 속으로 파고드는 천 갈래 만 갈래의 불화들을 잠재워 열 손가락의 눈부신 수화로 피워내려는 끈기와 화해의 시심(詩心)이 충만하다. 청어를 굽는 그녀의 세월은 아픔을 움켜쥔 순간을 발효시켜 상처조차 따뜻하게 익히는 정금(正金)의 시간이다. 파도를 견뎌 바다의 사리로 거듭나는 것이 “흑진주”인 줄 아는 까닭에 시인은 온갖 간난에도 굽힘없이 수척한 삶을 수선해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썩을 줄 아는 것만 흙을 차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 찬 우물의 젖꼭지를 세상에게 물려주려는 이 시인의 깊고 간절한 뿌리의 사랑을 독자들도 감동으로 확인하게 되길 바란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3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대개의 시인들이 그러하듯 권진희도 살아온 날들을 시의 뿌리로 삼고 있다. 가난했던 성장기를 보내고 기자로 전전하다가 생계를 이으려고 학원가에 뛰어들었다는, 시에 스며든 그의 이력이 그렇고, 해마다 불어나는 아랫배를 민망해 하는 중년다운 고백이 또한 그러하다. 한 생을 결코 가벼이 방목할 수 없어 “생계의 고방”('나의 노래는')에서나 자청하는 그의 노래는 그러므로 갇혀서 갑갑해 하는 질박한 소시민의 애환이 되어, “밑자리에 차가운 발 넣고 드러눕고 싶었던”('엇노래') 어머니 품속 같은 회한과, 반가사유의 자세로 손바닥을 펴고 잠이 든 딸들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팔불출 바보 아버지’('반가사유')의 초상을 함께 포개놓는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가족에게 투신하면서 홀로 눈물겹게 출렁거리는, “살기 위해 외발로 걷기도” 해야 하는, 영락없는 생활인의 자화상을 그의 시는 끌어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시인은 금방이라도 떠내려가버릴 오늘을 견디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희망이 바로 그 일상에서 솟구쳐 오른다는 것을 안다. 노점상의 리어카 비닐 포장 위에 올려놓은 ‘벽돌 한 장의 힘’('벽돌 한 장')을 그는 굳게 믿는 것이다. 그에게 삶의 자리는 단순한 소비처가 아니라 ‘불러낸 바람’과 더불어 ‘검은 소’를 찾아 해매는 구도자의 여정('심우')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가 “제 몸 두드려 우는 풍경 소리”('운문사 흙길에서 너를 만나다')의 애잔 속을 살아가기보다, “저 만년설의 내일처럼 의연하기를”('만년설') 스스로 다짐하면서, 이 비루한 삶에서도 완성을 향해 꿋꿋하게 나아가기를 당부해보는 것이다.
1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2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손정순의 첫 시집 『동해와 만나는 여섯 번째 길』에는 풍경을 흩뜨려 음각으로 새기는 그만의 몰입이 있다. 그 음영 탓으로 시집 전체가 아뜩해지기도 하지만, 그리움들은 그렇게 불려나와 빛살 속에 제 몸의 주소를 마련하고, 어느새 어둑하게 어스름 속으로 지워져 간다. 고통을 뿌리로 삼은 이 내면화는 영혼의 전율로 독자들도 들썩거리게 한다. 겨울파도가 쓸쓸한 눈썹을 날리는 독산, 그리움으로 길 트는 마량포구, 수평선 아득하게 잠겨드는 몽산포의 저녁햇살 등, 시인이 천연한 비유로 응시해 보이는 수많은 장소들은 미혹과 미망에 사로잡혔던 지난날의 방황을 다독거려 한 세상을 흔들림 없이 건너가려는 시인의 의지를 표상해 보인다. 그리하여 시인이 이어놓는 길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해 가는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스산한 방황들을 잠재우고 드넓은 세계와 만나려는 열망의 도정과도 같은 것이다. 구비 구비 세월 속으로 굽이치면서 시인은 “해답 없는 질문처럼” 헤매지만, 어느새 그 앞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가없는 바다, 동해와 마주치는 것이다. 시를 통해 삶의 웅숭깊음을 알아가려는 이 간절함은 실존의 드라마여서 더욱 감동이 깊다.
16.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김명이의 첫 시집 『바다가 쓴 시』는 표현 그대로 파도며, 물고기며, 온갖 바닷새들이 어울려서 쓴 “바다의 시”라고 할 만하다. 바다가 주체인 반짝이는 이 물무늬의 시학은 “수십 년 물질”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이는 시인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더욱 가식 없는 삶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수십 년 경력의 여 선장으로 생업의 현장인 그 바다에서, “거친 파도의 숨결을 다독여서” 기록해온 이 유난한 삶의 편린에는, 따라서 구체성과 생동감이 살아서 숨을 쉰다. 시인이 너울바다에 생계를 걸고 살았다면, 시가 어디 감상만으로 씌어졌던 것이랴. 무섭게 다가왔던 가난에 속수무책으로 방기되었던 사람들의 바다, 그 바다에서의 첫정은 스물넷 꽃다운 새댁이 처음 어로(漁撈)에 나선 밤바다의 두근거림(「첫날밤」)을 간직한다. 그리고 파도를 끌어안고 버둥거려온 평생(「바다와 동행하다」)은 그날치의 풍파 위에 반백의 세월을 얹어놓았다. “파도의 덫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간 일상은 며칠이나 될까.” 나는 내 이름과 흡사한 이 시인이 쓴 시집에서 바다의 사물 됨을 발견하며, 「작별」처럼 서정과 짜임새를 두루 갖춘 빼어난 시편들을 만나게 되어 더욱 감동한다. 시인의 바다는 육화된 바다이며, 삶이 애환이 지극히 생생한 민얼굴로 드러나는 바다이다. “여자이기를 포기한”(「덕성호 여선장」) 아낙네가 쓴 시가 아니라 바다를 닮은 너른 모성이 길러낸 작품이므로 그의 시편들은 편편이 향기롭다.
17.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진은영의 시에는 범람하는 이야기가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이야기들은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서로 간섭하고 함께 지우면서 어느새 새로운 이야기를 잉태한다. (……) 끊임없이 설화를 잣고 빚어내면서 벗어나려는 이 셰에라자드적 충동은 비루하고 누추한 실존을 머금는 것이겠지만, 한편 변신을 꿈꾸는 시인의 유일한 동아줄이기도 하리라. 저마다의 골격을 갖춘 서사들은 결핍으로 가득 찼을 과거의 것이면서도 현대의 고통스러움에 닿아 있고, 미래의 우울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 이야기에는 누추한 현실을 꿇어앉히는 힘이 있다. 장황함과 수다를 떨쳐낸 생기 있고 속도감 있는 화법으로 삶의 경쾌함마저 맛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18.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을 경험의 전율 속으로 깊숙이 빨아들이는 손순미의 시들은 희로애락이 가감 없이 표출되는 삶의 현장에서 한걸음도 비켜나지 않는다. 그녀의 시 속에는 소가죽구두를 신은 아버지, 저수지에서 익사한 실패한 가장, 고등어를 파는 어물전 주인, 살구나무에 목을 맨 무능한 이발사 등 수많은 사내들이 등장하는데, 부랑에 지친 이들의 잠을 감싸 안는 것은 시인이라는 모성(母性)의 넓은 품이다. 그러므로 손순미의 시편에는 존재의 무거움을 희석시키는 인정(人情)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회상하듯 돌이켜 보이는 옛 시절의 밥상머리 또한 추억으로 환향(還鄕)하려는 회억의 정서가 아니라, 장년에 이르러서까지 시인이 떨칠 수 없었던 애환에 저린 삶의 흔적일 것이다. 초경의 비릿한 붉음을 불타는 칸나로 받아들인 이래 손순미의 시집에는 무수한 꽃이 등장한다. 족두리꽃, 자귀꽃, 백합화, 동백, 제비꽃, 작약, 백일홍, 천일홍, 목단꽃, 등꽃, 능소화, 민들레, 해당화, 벚꽃, 해바라기, 목련 등. 꽃들은 백일홍(百日紅)과 백일몽(白日夢) 사이를 오고간다. 그 꽃들은 빨리 피기를 기다리거나 느닷없이 피었다 어느새 시들고 만다. 그리하여 꽃을 휘두르는 정서는 피었다 지는 존재의 시간을 의식하는 시인의 버거움이다. 꽃들은 어둠의 바탕에서 떠오르는 저마다의 별들이 되어 독자들이 감추고 있는 마음의 초인종을 지그시 누른다.
19.
정호승은 이번 시집에서도 ‘스스로 빛나는 눈부신 아침 햇살’로 천지에 미만한 외로운 상처들을 어루만진다. 영롱하게 맺혔다가 스러지는 이슬이라면 어느 풀잎 위에선들 애틋하지 않으랴. 시인은 천성으로 따뜻한 사람이어서 흘러넘치는 눈물로 사랑의 꽃들을 피워내는 것이다. 그의 비애가 단순한 슬픔이나 한(恨)의 목록이 아님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사물과 사람을 끌어안는 시인의 열정은 세파를 견뎌오면서도 시들지 않았으니, 그의 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첫키스의 입술처럼 파르르 떨리는 풋풋한 서정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기울어진 세상의 수평을 바로잡으려 애쓰던 시인의 간곡한 결의와 노역은 이제 천의(天衣)를 재단하는 자리에 섰으니, 의식의 바늘로 티없는 허공을 기워낸다. 이 시집을 순백처럼 지순한 그의 영혼의 기도로 읽어내는 것이 지나친 비약일 수 없겠다. 시인은 데뷔작에서 노래했던 ‘첨성대’를 이 시집의 마지막에 배치하고, 그 꼭대기에 걸터앉은 별밤지기 소년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밤새도록 눈을 바라보다 마침내 눈사람으로 돌아선다. 이 설정은 둘레를 둘러보던 시선을 심고, 자라고, 피어나고, 열매 맺고, 쳐다보는 수직의 시야로 펼쳐 존재의 궁극을 사색하는 모습으로 읽힌다. 이 시집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