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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번역

이름:김연수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11월 <전자적 숲; 더 멀리 도망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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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우연히 한 남자의 삶에 끌린다. 그는 이니셜로, 혹은 흔적으로 남은 사내다. 그의 삶을 상상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하여 글을 쓰는 건 무모한 욕망이다. 이니셜, 혹은 흔적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니까. 실패의 글쓰기는 예정돼 있다. 타인은 영원히 타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뭔가를 쓴다. 실패를 감당하겠다는 태도, 거기에 자기 삶의 모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문학에서 종종 목격된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바로 그런 소설이다.
2.
『4 3 2 1』은 같은 부모, 같은 주변 인물,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동일 인물의 충분히 가능했던 네 개의 삶을 순서대로 오간다. 무한의 가능성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들. 인간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길은 폐기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하지만 이 우주에서 폐기된 선택지가 새로운 우주를 생성시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몽상가들이다. 소설가는 몽상가에 속한다. 소설가는 이 삶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쓰는 몽상가다.
3.
『4 3 2 1』은 같은 부모, 같은 주변 인물,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동일 인물의 충분히 가능했던 네 개의 삶을 순서대로 오간다. 무한의 가능성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들. 인간은 그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받지 못한 길은 폐기된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하지만 이 우주에서 폐기된 선택지가 새로운 우주를 생성시키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다. 과학자들이다. 그리고 몽상가들이다. 소설가는 몽상가에 속한다. 소설가는 이 삶에서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쓰는 몽상가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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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오랫동안 이창래의 소설을 따라 읽어 온 독자(맞다, 내가 그 독자다.)에게 이 소설은 다소 낯설다.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들 정도다. 역사에 어떤 빚도 지지 않은 듯 현실의 중력에서 벗어나 동아시아를 종횡무진하는 미국 대학생의 선택도,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연상의 여인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MZ 세대의 선택도 처음에는 의아하게만 여겨진다. 그럼에도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 얼떨결에 끝까지 읽은 뒤, 다시 읽으면 파도와 같았던 이 문장이 실은 암반처럼 서사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건 이전의 대학생과 이후의 MZ 세대는 동일 인물이다. 소설은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두 가지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보여 준다. 자연스레 두 이야기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게 되지만, 그건 쉽지 않다. 이 소설에서 이창래는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 온 모든 규칙을 무너뜨리는 듯하다. 반리얼리즘적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나 할까, 넷플릭스 시리즈를 넘어서는 소설이라고나 할까. 이 모순 형용과 불가능한 수사가 논란을 불러오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이창래는 이창래를 다시 썼다. 읽으며 많이 놀랐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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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나를 소설가로 만들어준 작가.
6.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한 소설가가 평생 뒤쫓은 주제가 담겼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소설이 잘 읽히는 까닭은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는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다시 인생을 되짚어 보면, 모든 건 원인과 결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테니까. 마치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쓰인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소설이다.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150페이지짜리 이 소설을 두고 줄리언 반스는 “나는 이 작품이 300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건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 이 인생의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한 번 더 이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7.
잠을 자듯이, 혹은 꿈을 꾸듯이 우리는 사랑에 빠져든다. 질병처럼 사랑은 경험된다. 몸으로 겪는 일이다. 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머리로 뭔가를 헤아릴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에게는 시간도 흐르지 않고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줄리언 반스는 평생에 걸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소설을 써왔다. 오래전,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과 위태롭게 사랑한 일을 되돌아보며 그는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파국에 이른 모든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모든 기억은 하나의 이야기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이 이야기를 다시 쓰면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을 줄리언 반스는, 그리고 이 소설은 잘 보여주고 있다.
8.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러시아에서 살아남은 작곡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한다면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소음』에서 줄리언 반스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에 찾아온(그것도 윤년마다!) 세 번의 결정적 순간을 세밀하게 파고들며 예술과 사회, 예술과 정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독자들에게 묻는다. “자, 예술은 누구의 것이지?” 쇼스타코비치의 인생과 음악에 익숙하다면 이 소설을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아이러니 속으로 빠져드는 한 예술가의 일생을 냉정하게 묘사한 대가의 출중한 솜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예술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예술의 것이라면,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연주자가 떠난 무대의 정적처럼,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오직 인생의 것일 뿐인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여운처럼 펼쳐진다.
9.
  • 청춘유감 - 울면서 걷기, 넘어지며 자라기 
  • 한소범 (지은이) | 문학동네 | 2023년 6월
  • 16,000원 → 14,400 (10%할인), 마일리지 800원 (5% 적립)
  • (5) | 세일즈포인트 : 1,315
대학 시절, 이따금 찾아가던 카페 중에 ‘십년후’라는 곳이 있었다. 그때는 만나려면 전화로 미리 약속해야만 했다. “십년후에서 만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희미한 떨림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십 년 후에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그리고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책에도 나와 있다시피 십 년 전, 나는 한소범씨에게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편지에는 “저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겸허한 배움의 순간들을 지나 매번 다른 사람이 되어갑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그는 무엇을 잊지 않으려고 했고, 또 무엇을 잊으려고 했을까?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펼치게 했다. 청춘의 기억은 저마다 치열해 다 내 것 같다. 이 글들을 읽으며 나는 십 년 후를 상상하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희미한 현기증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십 년이 흐르고 다시 만난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십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으니 다만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고. 나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청춘의 기억들이다.
1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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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날이 언젠가는 찾아올까? 문학적으로는 이미 찾아왔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는 영원히 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그것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러므로 죽음 앞에서도 작가는 물러설 수 없다. 여기 잭 런던, 플래너리 오코너, 토마스 만, 알퐁스 도데, 오에 겐자부로 등 최고의 작가들이 죽음에 대해 쓴 이야기들이 있다. 쏙독새 때문에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고도 하고, 북극의 얼어붙은 땅에서 불 하나를 피우지 못해 죽기도 하고, 나비 한 마리의 죽음으로 역사 전체가 바뀌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이 멋진 이야기들은 우리가 읽는 즉시 되살아난다. 놀라운 생명력이다. _김연수(소설가)
12.
  • 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 박정미 (지은이) | 들녘 | 2022년 10월
  • 19,500원 → 17,550 (10%할인), 마일리지 970원 (5% 적립)
  • (38) | 세일즈포인트 : 4,506
"자본주의사회의 전형적인 고통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워킹 홀리데이로 간 런던에서 갖가지 갑질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글쓴이는 반기를 들었다가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남은 돈은 300만원인데, 당장 내야 할 방값만 150만원. 가만히 누워 숨을 쉬다가 문득 깨닫는다. 숨만 쉬는데도 돈이 나가는구나. 숨이 돈이구나. 그러자 분노가 치밀었다. 인간은 생명이지 돈이 아니니까. 그걸 증명할 수 있을까? 돈을 벌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모험담이다. 우연히 서점의 매대에서 이 책을 펼친 뒤로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나 읽었다. 감히 따라 할 수도 없을 만큼 급진적인 삶의 방식, 그러니까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말 그대로 ‘0원의 삶’을 보여준다.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가 부제다. 나는 이제 정치 지도자나 정치체제를 바꾸는 혁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삶의 방식을 바꾸는 혁명이라면 솔깃하다. 정치적이고 미래적이고 영적인 책이다."
13.
날씨와 형편에 따라 마음은 달라지고, 하루하루가 모두 다른 날이다. 변덕스러운 세상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며칠 전의 나는 어디로 갔나 싶다. 지금과 달리, 완벽한 하루의 나는 어디로? 어쩐지 잘못 놓인 화분처럼 어정쩡하게 세상 한구석에 서 있는 듯하다. 김민아의 이 책은 그런 퇴근길에 들어보라며 친구가 공유한 플레이리스트 같은 책이다. 화분이 놓인 휑뎅그렁한 방으로 들리는 노랫소리. 사람의 속셈과 짐작 같은 건 잊어버리고 들리는 그대로 가만히 듣노라면 노래들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변함없는 일상에 노래만 덧붙여졌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진다. 모두 노래 때문인가 싶지만, 그건 또 이 노래들을 보내준 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래를 듣고 나면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그런 책이다.
1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소설다운 소설이면서도 상상력을 한계 너머로 마음껏 펼치는, 다니엘 켈만다운 작품이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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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세상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그간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면, 반쯤은 제대로 살고 있는 셈이다. 온전히 살고 싶다면, 사실은 세상이 나를 속였다기보다는 내 쪽의 일방적인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만. 이 첫 소설집에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의 부끄러움, 민망함, 분노, 미움, 죄책감 등 다양한 감정들을 탐구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탐구는 탐구, 이야기는 이야기다. 소설가로서 최은영의 가장 큰 미덕은 그게 무슨 탐구든 반드시 근사한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녀가 앞으로 쓰게 될 근사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에서 시작했다.
16.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지금 이 순간,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다. 그 사실을 안 뒤부터 외로운 순간은 많지 않았다. 나 역시 미니멀리즘으로 삶을 사는 것보다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사는 게 더 기쁜 사람이긴 하지만, 여전히 책을 펼쳐야만 이해되는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고백하는 이를 만나면 오래 전의 동료를 다시 만난 듯 반갑다. 비슷한 나이를 살아오면서 읽은 책들을 나와 비교하자니 “그때 너는 어땠니?”라고 묻고또 묻는 듯한 기분이었다. 책 제목도 그렇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셜록 홈즈의 새 단편을 손에 넣으면 밥상에서도 책을 놓지 않아 어머니에게 혼나곤 했는데, 《밥보다 책》이라니.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때로 유쾌하고 때로 사려 깊은 문장들로, 또 균형 잡히고 단단한 생각들로 이렇게 돌아왔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이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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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십여 년 전, 나는 두어 권의 책을 펴낸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소설가였다. 그즈음, 나는 재능이 모두 타버리고 난 뒤의 그을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서가를 다 뒤져도 그 그을음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노란색 표지의 『파리 리뷰_인터뷰』라는 책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내가 열광했던 소설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육성으로 자기 직업에 대해, 스스로 터득한 기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허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만 다를 뿐, 그들은 마치 매일 아침 작업장으로 나가는 시계기술자들 같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 그게 바로 소설가의 운명이라는 것을.
18.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십여 년 전, 나는 두어 권의 책을 펴낸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소설가였다. 그즈음, 나는 재능이 모두 타버리고 난 뒤의 그을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서가를 다 뒤져도 그 그을음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노란색 표지의 『파리 리뷰_인터뷰』라는 책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내가 열광했던 소설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육성으로 자기 직업에 대해, 스스로 터득한 기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허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만 다를 뿐, 그들은 마치 매일 아침 작업장으로 나가는 시계기술자들 같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 그게 바로 소설가의 운명이라는 것을.
19.
  •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중구 서소문로 89-31)
십여 년 전, 나는 두어 권의 책을 펴낸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소설가였다. 그즈음, 나는 재능이 모두 타버리고 난 뒤의 그을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서가를 다 뒤져도 그 그을음에 대해서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노란색 표지의 『파리 리뷰_인터뷰』라는 책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내가 열광했던 소설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육성으로 자기 직업에 대해, 스스로 터득한 기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허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늘 실패한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만 다를 뿐, 그들은 마치 매일 아침 작업장으로 나가는 시계기술자들 같았다. 그제야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단 한 번의 불꽃, 뒤이은 그을음과 어둠, 그리고 평생에 걸친 글쓰기라는 헌신만이 나를 소설가로 만든다는 것을. 그게 바로 소설가의 운명이라는 것을.
20.
  • 발 없는 새  choice
  • 정찬 (지은이) | 창비 | 2022년 5월
  • 14,000원 → 12,600 (10%할인), 마일리지 700원 (5% 적립)
  • (6) | 세일즈포인트 : 752
워이커씽은 술과 담배를 좋아하는 베이징의 독거노인이다. 술자리에서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껏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놀라운 이야기들이라 이게 모두 사실일까 싶으면서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발 없는 새』가 바로 그런 소설이다. 사람은 가고 그림자는 남는다고 했던가. 또 인생이란 나비가 꾸는 꿈과 같다고 했던가. 꿈같고 그림자 같은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 한중일 3개국의 역사가 개인의 운명 속으로 잔인하게 스며든다. 난징에서, 홍콩에서, 교토에서, 대전에서. 장국영은, 아이리스 장은, 열네살 식민지 소녀는, 최승희는 저마다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옭아매는 지상의 제국이 그림자극과 모래사막 사이에 환영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삶을 통해 증명하려고 한다. 스스로 그림자가 되고 꿈속의 사람이 됨으로써. 그게 예술가의 길이다. 잔인한 악의 구조와 함께 기꺼이 무너지고자 하는 자발적 허무, 그게 바로 예술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서 나는 그 아름다운 무너짐을 본다.
21.
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22.
여기 바다가 보이는 호텔 객실 침대에 누워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는다. 부코스키의 말을 그대로 받아적은 시다. 그 시 속에서 부코스키는 자신이 ‘쉰한 살’이라고 말한다. 아침 바다는 잔잔하고 푸르다. 물결 위에는 갈매기들이 하얗게 떠 있다. 오늘은 나도 레이먼드 카버의 시 속 부코스키처럼 ‘쉰한 살’이다. 오래전부터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어왔다. 그는 쉰 살이 가까워져서야 폭포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사람이다. 시는 그에게 두번째 삶, 진짜 인생, 하지만 결코 끝까지 가보지 못한 길이었다. 나는 그가 쓴 시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소설가로서 그는 취해 있었지만, 시인으로 그는 깨어 있었다. 나는 아침의 호텔 침대에 누워 밝아오는 12월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간간이 눈의 초점을 조절하며 레이먼드 카버의 시를 읽고 있다. 하루가 또 시작되려나보다. 하루는 영원히 새로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레이먼드 카버도, 부코스키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더이상 ‘쉰한 살’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 우리 모두는 ‘쉰한 살’이다. 폭포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23.
소설은 나의 현실과 타인의 현실 사이에 놓인 무지개와 같다. 그건 분명 픽션이고, 환상이다. 그런 무지개를 밟고 타인의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소설가들은 그 무지개를 디딜 수 있게 만든다. 오직 정확하고 분명하고 풍부한 동시에 시적인 문장만으로. 폴 하딩이 바로 그런 소설가다.
24.
인생은 질문투성이인데, 그 까닭은 우리가 죽은 자들이 묻힌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리라. 그곳은 ‘질문’이라고 이름 붙인 땅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랍비 델핀 오르빌뢰르는 “오직 모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죽음에서 떼지 않으니 엄청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죽음 앞에 언어는 얼마나 무력한가! 아름다울 뿐 무용한 이 말들로 죽음에 대해 설명해야만 한다니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저마다 아름답다. 한 사람이라는 우주가 소멸하는 이야기들인지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무용해서 아름답다. 헛되고 헛되도다, 라는 말은 결국 아름답고 아름답다, 라는 말인 셈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지 못하리라. 헛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 우리의 말로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말할 수 없으니. 오르빌뢰르는 무엇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대해, 더 나아가 그 죽음들이 응시하는 우리의 삶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일러준다.
25.
들리는 말만으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빈약한가. 제대로 듣는다는 것은 목소리를 듣는 데서 나아가,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데까지 다다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사이토 하루미치는 카메라를 들고 ‘자세히 보려’ 했다. 레슬링을 하며 말로 대화할 수 없는 상대와 ‘몸으로 부딪히려’ 했다.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속아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지금 여기’의 세계는 얼마나 다채로운지. 폭포수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는 감각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우리일 수도 있겠다는 반전에서 타인을 향한 이해의 발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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