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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구병모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6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소설가

기타: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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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소설의 첫 만남 21~30 세트 - 전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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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박서련의 소설을 줄곧 따라온 독자라면, 한 작가의 프리즘을 통과하여 나오는 빛이 이렇게까지 다채 로울 일인가 싶을 것이다. 작가의 어제와 오늘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일곱 편의 소설이 갓 쪄 낸 무지개떡처럼 담겼다. 이 가운데 무엇을 골라 집더라도 의외의 맛을 볼 수 있다. 답 없는 세상을 구원할 것만 같은 귀여움의 맛, 팽팽한 긴장감의 맛, 노스탤지어의 맛……. 우주와 현실 그리고 상상과 차원 너머 어디든 손 뻗을 데를 가리지 않는 천수관음의 소설은 미래 진행형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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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친척집에 있던 수동 타자기를 만지작거렸던 유년기의 로망을 못 잊어서 이십대 중반, 이미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하여 원고를 응모하던 시절에, 잠깐 전동 타자기라는 걸 구해다 써본 적 있었다. 전동 타자기는 소음을 흉내냈을 뿐 수동과는 타건감이 다르니 오래지 않아 시들해졌지만. 그후로도 꽤 오랫동안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안에서 타자기 소리를 구현하는 유틸리티를 만들어 배포하곤 했다. 타자기 소리는 지금 내가 각 잡고 앉아서 글을 쓰고 있거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고양감을 주는 효과적인 도구였던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고요를 깨뜨리는 파열음과 함께 무언가가 발아하고 이어진다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전부였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불안과 초조의 언어, 주저하는 듯한 백지 위의 중얼거림으로 이루어진 이 책이 그 시절을 소환했다. 특히 이 책의 고유한 편집 방식은, 타자기를 한 번이라도 써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종이책이라는 물성이 어째서 아직까지 절멸하지 않고서 명맥을 이어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디자인과 텍스트의 멋진 조우였다.
3.
철저히 망해가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이 정도로까지 바싹 코앞에 다가가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도무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않으려 들고 최소한의 의사소통 시도조차 거부하는 시대에 필요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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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책에는 세 부류가 있다. 읽어야 하는 책, 읽고 싶은 책, 설령 읽어내지 못하더라도 소장해야 하는 책이 그것이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번역 발간된 『마틴 가드너의 앨리스 깊이 읽기』(한국어판 원제는 『Alice-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곧바로 알았다. 앨리스의 세계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함의와 상징, 수수께끼와 법칙과 농담 들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날이 내게 언제까지고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무조건 갖고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한층 업그레이드된 장정은 물론 여러 작가들의 컬러풀한 일러스트가 대거 추가되면서 소장 가치를 더욱 높인 『앨리스』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지난 시절에 막차를 놓치고서 아쉬웠던 분들은 이번에는 꼭 탑승하시기를 바란다. 당분간은, 적어도 나의 이번 생에서는 이보다 아름다운 『앨리스』 경전의 끝판왕을 만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
그의 단편소설을 처음 만났을 때의 타격감이 떠오른다. 남몰래 추구하던, 그러나 나로선 닿을 수 없어 고뇌한 소설의 전형이 거기 있었다. 그러니 김솔을 읽으세요. 끝. 이렇게 간략히 정리해버리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여기다가 한마디씩 덧붙이기 시작해봤자 새어나올 거라곤 질투심뿐이다. 그런데 정교함과 분방함 사이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주행해온 그의 문장이, 어째서 여태 소수의 독자에게만 발견되어 일종의 비의秘儀처럼 읽혔는지 미스터리다. 처음 원고를 받았을 때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괜찮은 비평적 수사를 동원할 작정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소설이 좀더 폭넓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다만 이렇게 쓴다. 김솔의 책과 만나는 일은 당신의 독서 편력에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은 ‘말하지 않는 책’이다.
6.
여성 수도자들에 대해 억압적인 대상화를 서슴지 않는 시선들이 있다. 성스럽고 경건하며 깨끗한 몸가짐, 신의 뜻에 복종하고 이웃에 무제한으로 헌신하면서 개인적 욕망은 한 점도 존재하지 않는 삶 같은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기대하는 것이다. 신 앞에 겸손을 서약하고 검소하게 살아감이 곧 인간으로서의 희로애락마저 없음을 뜻하지는 않는데도. 그런 이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 마리를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질병과 기아를 비롯한 각종 환난이 진노하신 신의 시험으로 인식됐을 법한 시대, 기골이 장대하고 통솔력과 상상력이 뛰어난 여성이 나타나 죽음의 폐허에 다름 아닌 수녀원을 오랜 세월에 걸쳐 풍요로운 터전으로 바꿔놓는 과정이 박력 있게 펼쳐진다. 외부의 압박과 마찰에 응전하면서도 인간적인 열망으로 고뇌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조용한 어조로, 그러나 역동적인 맥박과 리듬을 갖고 그려진다. 존재 자체가 혁명인 한 여성과 그녀가 거침없는 투지로 일군 여성 공동체의 웅장한 일대기를 엿보는 동안, 팔백여 년 전의 중세에 동참한 듯한 긴박한 현장감으로 질식할 것 같았다.
7.
처음에는 그것이 단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인 줄로만 알아서 무엇으로든 메워지기를 바랐다가, 조금 더 나아가자 가슴의 구멍이 이 세계에 난 구멍과 구분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구멍이 회복 내지 구원으로 통하는 탈출로처럼 여겨졌다. 이미 빠져나간 것과 흘러 나간 것을 주워 담는 일보다 앞으로 새로이 채워나갈 것이 무엇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소설이다. 작가가 한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그러니까 현존하는 사회에서 일상의 인물들로 이야기를 빚어내는 일을 넘어설 때 얼마나 큰 고통에의 결단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지, 나는 현호정의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사람과 사태는 물론, 스쳐 지나갈 법도 한 사물에까지 하나하나 센스 있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문화 및 그들의 관계를 눈부신 직물 위에 펼쳐내는 작가의 솜씨는 베틀 앞에 앉은 아라크네를 떠올리게 한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제시되는 망울의 창조 신화만으로도 이 소설은 아름다움의 몫을 다했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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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평소 같았으면 나는 이 자리를 좀더 진중하고 고상한 응원과 기대의 말로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엽록소가 넘치는 상상력에 광합성의 언어와 개성이 풍부한 인물 묘사를 비롯하여, 그냥 ‘오다 주웠다’ 모드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투척하는 유머와 위트 또한 일품이어서 어느 쪽으로든 꼽을 수 있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됐으니까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나 혼자만 이 과즙에 취하고 살 순 없다. 당신의 몸에 닿을 것은 성분 불명의 빨간 열매일 수도, 필사의 비밀이 담긴 초코머핀일 수도 있고 인간 마음에 엉킨 매듭을 양분으로 피어난 브로콜리일 수도 있는데 뭐가 됐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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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테이크 갈 때마다 뭐라도 다르게 해보려고” 애쓰는 그 마음이 당신의 오늘을 좀더 값있게 만들어주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평행우주를 다 살아볼 수 없는 우리 유한한 모두에게 작가가 전하는 응원인 것이다.
10.
  • 출판사*제작사 사정으로 제작 지연 또는 보류중이며, 출간 일정 미정입니다.
2000년대 영화의 엔드 롤이 올라가는 걸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 배우도 여기 나왔어, 저 배우도 있었네, 요즘 같아서는 제작비나 스케줄도 그렇고 이 수많은 명성 있는 사람들을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보기 힘들겠지…… 머지않은 훗날 이 소설집은 바로 그러한 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곁에 두어야 한다.
11.
2000년대 영화의 앤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걸 보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 배우도 여기 나왔어, 저 배우도 있었네, 요즘 같아서는 제작비나 스케줄도 그렇고 이 수많은 명성 있는 사람들을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보기 힘들겠지…… 머지않은 훗날 이 소설집은 바로 그러한 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곁에 두어야 한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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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내가 들여다보는 건 분명 글자인데 행간에는 십자포화가 쏟아진다. 충격과 비극의 여진을 수습할 틈 없이, 살과 피와 뼈를 지닌 언어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내 말을 믿기 어렵다면, 부디 이 책을 집어들고 중간 아무 챕터든 펼쳐보기 바란다. 페이지마다 쌀알만 한 평화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에서, 읽는 동안 머리가 울리고 영혼은 옥수수처럼 털릴 테니까. 취기 혹은 광기 어쩌면 오기를 동원하여 대수롭지 않다고, 그 무엇도 개의치 않는다고 위악의 제스처라도 가장하지 않고선 제정신으로 버텨내기 어려운 폭력의 국면들과 진창의 나날들에 대한 비망록이 펼쳐진다. 일상이 되어버린 죽음과 악몽에 접붙인 유령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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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오래전부터 언론에서는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받기 싫은 선물 1위가 단연코 책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곤 했다. 그러나 세상 어딘가에는 아직도 책의 힘을 믿으며 책으로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혹시 당신이 누군가에게 책과 한 통의 편지로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마지막 희귀 인류에 속한다면, 여기 그에 적합한 책이 있다. 일단 제목부터가 나 선물이에요, 라고 말한다. 이 한 권으로 왠지 허전하다 싶으면 다른 선물 위에 살포시 얹어주는 게 어떤가. 선물의 의미가 같이 빛날 것이다. 삶의 마지막 나날에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얼까.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가야 하는 것은 또 무얼까. 돈? 지식? 명예? 재능?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는 저마다 대답이 다양하겠지만, 소설 『고마운 마음』을 읽고 당신이 간직할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기 바란다.
14.
“한 테이크 갈 때마다 뭐라도 다르게 해보려고” 애쓰는 그 마음이 당신의 오늘을 좀더 값있게 만들어주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평행우주를 다 살아볼 수 없는 우리 유한한 모두에게 작가가 전하는 응원인 것이다.
15.
색상환의 곳곳을 망설임 없이 넘나들며 누비는 소설들은 때로 기이한 두통을 일으키는 셔벗 같았다가, 어느 순간 강력한 자성을 띤 핀 무더기처럼 의식을 찔러온다. 당혹스러운 블랙유머와 섬뜩하고도 낯선 그로테스크를 양날개로 달고 활주로를 따라 뻗어나가는 작가가 이제 막 이륙한 참이다. 이런 규모와 깊이를 지닌 텍스트의 숲이라면, 그 안을 헤매다가 아무데서든 발을 헛디뎌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이 가능한 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코끼리만 생각나는 법이기에 애초의 실패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런 후광에 가려지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다. 미지와 기지 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며 자유자재로 현을 타는 작가에게 사로잡힐 시간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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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은 출발점이거나 기착지가 되기도 하며 단순 환승 구간일 때도 있는데, 어떻게 에둘러도 공통점은 그곳 그 상태에서 너무 오랜 세월을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연인과 나눈 반지는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고 필사 노트는 박싱되어 창고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배차 간격이 넓고 승객도 드문 데다 목적지도 낯선 버스에 불쑥 올라타게 된다 해도, 우리는 정류장에서 기다렸던 시간을 함께 태워서 떠날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게 된들 우리가 만든 문장은 이미 몸에 배었으니 값없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17.
평소 같았으면 나는 이 자리를 좀더 진중하고 고상한 응원과 기대의 말로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엽록소가 넘치는 상상력에 광합성의 언어와 개성이 풍부한 인물 묘사를 비롯하여, 그냥 ‘오다 주웠다’ 모드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투척하는 유머와 위트 또한 일품이어서 어느 쪽으로든 꼽을 수 있는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므로. 그런데 이렇게 골고루 재미있는 소설을 본 이상 품위 있는 표현을 내려놓고 약을 팔아야만 하겠다. 됐으니까 일단 한번 잡숴봐, 이 빨간 열매를. 나 혼자만 이 과즙에 취하고 살 순 없다. 당신의 몸에 닿을 것은 성분 불명의 빨간 열매일 수도, 필사의 비밀이 담긴 초코머핀일 수도 있고 인간 마음에 엉킨 매듭을 양분으로 피어난 브로콜리일 수도 있는데 뭐가 됐든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18.
몽환과 비현실의 세계에 단도직입으로 다가서는 천연덕스러움이 돋보였다. 앞으로도 전투적인 상상력과 혁명적인 전개로 독자를 놀라게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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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노래에서 화염의 외침으로. 소설을 읽고 나서의 충격을 한 줄로 거칠게 요약해본다. 무소유를 실천하고 자연을 벗삼아 최소한으로 살아가는 친환경 가족의 전원시 같은 느낌으로 뻗어나가던 묘사의 줄기는, 1장이 끝나기 전부터 불길한 예감과 결합하여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언제라도 폭발할 준비가 된 긴장감이 유리관 안에서 끓어오르며 점화를 기다리고, 지금인가? 아니, 바로 다음! 하면서 심장과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타인의 규정에 맞지 않고 사회의 인준을 받지 않은 제 본연의 모습, 하나의 주어가 치밀한 목적어와 구체적인 부사어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살아가는 일의 지난함과 엄혹함을 화염의 언어로 보여준다. 피와 분노로 장전한 탄창이 꿈틀거리다가 독자의 심장을 과녁 삼은 발포의 순간에 맞이하는 기이하고도 잔혹한 해방감을, 당신도 알게 되기 바란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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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퍼내도 쌀과 재물이 줄지 않는 화수분처럼, 첫번째 소설집을 읽었을 때부터 나는 김성중 작가의 내면에 특별한 이야기의 단지가 숨겨져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번 마르는 법 없이 깊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리가 없다고.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는 미래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꿈에서 현실로 다시 환상으로 종횡무진하면서 다양한 색상과 놀랍도록 서로 다른 분위기를 교직하여 서사의 태피스트리를 짜 넣는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허구의 세계로 과감하게 뛰어드는, 이를테면 이야기라는 풍차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기사가 떠오른다. 물론 그 기사는 창 대신 붓을 들었다. 수많은 테마와 내러티브를 뒤섞어 자유롭게 카드놀이를 하는데, 그 가운데 뭘 뽑아도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나오는 타짜의 기술에 어떻게 홀리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사로잡히는 수밖에. 더구나 그 카드들이 허공을 부유하는 게 아니라 현실과의 강력한 점착면을 갖고 있기까지 하다면 말이다.
21.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구속해서도 착취해서도 죽여서도 안 된다는 명제가 어떤 기적 내지는 이변의 결과가 아닌 당위로 자리 잡히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했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관통하는 신화적 상상을 전면에 내세운 이 작품은, 흑인들의 모세로 존경받은 해리엇 터브먼이 싸우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안에 담긴 주된 모티프와 인물들의 인식은 더없이 현재와 맞닿아 있다. 또한 소설에 묘사된 인도의 힘은 영적 신비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 기실 오늘날의 핍박 받는 인류를 위한 기도로 읽힌다. 우리가 실시간으로 접속 가능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비극들을 목격한바, 억압의 역사는 진행형으로서 물리적 직접적인 살해와 폭력도 사라지지 않았으며 다만 비난, 배제, 야유, 조롱 등으로 주요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지금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은, 자유인인가? 법적으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자유로운가? 이건 조금 애매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정한 우리 되는 자유를 획득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기억이라고, 망각이야말로 곧 죽음이자 노예 상태와 같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공포와 절망을, 고통과 상실을 잊지 않고 기억할 때 사람은 다른 세상으로 도약할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말이다.
22.
정류장은 출발점이거나 기착지가 되기도 하며 단순 환승 구간일 때도 있는데, 어떻게 에둘러도 공통점은 그곳 그 상태에서 너무 오랜 세월을 머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연인과 나눈 반지는 언젠가 사라질지 모르고 필사 노트는 박싱되어 창고행일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 배차 간격이 넓고 승객도 드문 데다 목적지도 낯선 버스에 불쑥 올라타게 된다 해도, 우리는 정류장에서 기다렸던 시간을 함께 태워서 떠날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게 된들 우리가 만든 문장은 이미 몸에 배었으니 값없이 버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23.
이 소설집은 때늦게 당도한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방향에서 온 여성의 이야기다. 그 방향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어딘가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가까이 존재했기에 간과했던 바로 여기― 몇 번을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은, 도돌이표가 그려진 후렴구와도 같은 삶이다.
24.
작가가 제기하는 이의들-보편적 인식 앞에 송곳니를 드러내는 그 지독한 질문들 한가운데 던져진 당신은, 손쉬운 치유나 희망이나 화합이 보이지 않음에도 끝내 좌절에 매몰되지 않는 인물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악수를 청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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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줄로만 알았던 미로와 미궁에는 실은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전자는 한번 들어간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갈피를 못 잡게 만드는데(출구를 못 찾을 수도 있다!) 후자는 설계된 모든 길을 따라 걷도록 이루어져 있으며 언젠가는 그 중심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곱 겹의 모퉁이를 지닌 미궁의 입구에 들어서서 정치한 언어와 의식의 벽을 더듬어 나아가는 동안, 첫 소설집으로 이후 작가가 갈 곳의 좌표를 소략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으리라는 느슨한 인식을 바꿨다. 허희정의 소설은 아직까지 또는 언제까지고 규정되거나 규명되기를 원치 않는 것처럼, 자기 세계를 담아내기에는 언어가 미치는 영역이 비좁다는 듯, 쓸쓸했다가 모호했다가 재기 넘쳤다가 모험도 하고 실험도 하고 혼자 다 하면서 자신의 문장이 착륙할 최선의 자리를 탐색한다. 독자들의 뇌리에 선명한 필압을 남기고 싶은 동시에 흔적도 없이 부재하고 싶은 소망의 충돌을 온몸으로 버티어내는 이가 작가라면, 실로 방심할 수 없는 장력과 개성을 지닌 한 명의 작가를 기분 좋은 충격과 함께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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