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나에게 삶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없다”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이제는 정년퇴임한 여인이다. 거구의 이 여인은 일반적인 의미의 ‘좋은 사람’은 아니다. 그는 ‘어떤 일에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며, ‘걸코 우는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이고, ‘극도로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연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이 무뚝뚝하며 강인한 여인 올리브를 축으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세 편의 단편에 실어 전한다.

이들의 삶은 일견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평온해 보이는 그 삶의 이면을 향한다. 매끈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는 삶의 치부들이 도사리고 있고, 깊게 패인 삶의 주름들 사이에는 뼈아픈 진실들이 숨어 있다. 하지만 가장 깊숙한 곳의 어둠까지 비추면서도 스트라우트는 그것이 견딜만 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을 견디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고 위로한다.
"그것은 얼마나 굉장한 일인가.
쇠락한 육신과 해진 마음에도
여전히 사랑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은."
80대의 올리브는 쓴다. “진실로 나는 한 가지도 알지 못한다”고. 피상적인 말들과 속물적인 것들을 가장 싫어하고 솔직한 태도로 맞받아치며 평생 이웃의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올리브.

그가 전하는 노년의 삶은 지혜와 통찰, 확신과 여유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실수와 후회는 반복된다. 여전히 타인을 쉽게 재단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여전히 선택의 순간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혼란스럽고 외롭고 죽음이 두렵다. 어떤 깨달음이 있다면, '사람들은 정말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들. 소설은 작은 마을 크로스비에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실패하고 성공하고, 또 실패하고 성공하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지리멸렬한 일상. 소설은 그 속에서 소중히 포착한 것을 내어놓는다. 일렁이는 빛의 명암과도 같은 찰나의 행복과 삶이 기꺼이 내미는 다정한 순간들을.
다시, 올리브
<올리브 키터리지> 중
-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 뭐든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니까.

-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다시, 올리브> 중
- 이따금 케일리는 실제로 아픔이 작은 파도처럼 가슴에 들이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상처를 말하는 거라고.

- “사람들은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살아간단다.” 버니가 말했다. “정말로 그래. 사람들이 뭘 끌어안고 사는지 보면 늘 놀라게 돼.”

- 인간의 본질적인 외로움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이, 입을 벌린 어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은 어떤 것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깨달음이 그를 찾아왔다.

-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굽어살핀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따뜻한 은빛 막이 내 몸과 세계를 감싸온다. 스트라우트는 너무 많이 알려져 있기에 사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미국인들의 삶을 드러낸다. 그녀는 미세한 일상의 관찰을 통해 미국을, 온 세계의 일들을 바라본다. 수백 겹의 페이스트리처럼 겹겹이 포개지고 교차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다시, 올리브』에 있다. 이 세계의 인물들은 각각의 이유로 몹시 애처로우면서도 거룩하다. 작가의 관찰이 깊어지면 어느 순간 영적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목격한다. 나는 그것이 예술가와 작품에 찾아오는 은총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은총, “우리보다 더 큰 뭔가”와 함께할 수 있었다.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삶이 선물이라는 걸 몰라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 선물이 어떤 것인지 모두 확인해봤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주 외로운 밤이 되면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풀어보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속적인 판단과 욕망들, 편견과 진부함과 선입견의 포장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그 선물이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들, 혹은 혼자서 보낸 시간들. 후회스럽기만 한 시간들, 혹은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시간들. 좋은 선물이 있고 나쁜 선물이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선물이란 다 좋은 것이지. 만약 삶이 선물이라면, 우리가 그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선물일 것이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시선과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파고드는 사건을 통해 우리 인생의 여러 나날들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더블린 사람들』을 읽는 듯하다.
- 김연수 (소설가)
무뚝뚝하고 직설적이며 까칠한 올리브. 남에게 비춰지는 그 모습 뒤에 여리고 따뜻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이런 모습의 올리브가 크로스비 주민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을 한다면? 그리고 그 선물을 독자들과도 나눈다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올리브가 독자에게 수줍게 내미는 새해 선물의 느낌으로 이 책을 작업했다.

“삶이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축하할 일임을 알기에 그들은 이맘때를 축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_『올리브 키터리지』 본문 중에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느끼는 요즘, 올리브가 내미는 이 책에서 선물 같은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 윤종윤 디자이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1956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베이츠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바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지만 원고는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작가가 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그녀는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잠시 법률회사에서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매진한다. 문학잡지 등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던 스트라우트는 1998년 첫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다.
특별판 포함 국내도서 3만원 이상 구매 시
<올리브 키터리지> 유리컵(500ml)
  • - 이벤트 기간: 2월 10일 ~ 도서 특별판 소진 시
  • - 이번 주문으로 발생할 예상 마일리지에서 우선 차감됩니다.
  • - 예상 마일리지로 부족한 금액은 기존에 보유한 적립금, 마일리지 순서로 차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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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어쩜 그렇게 살아서 튀어나올 정도로 생생할까 감탄했다. 어쩜 이리도 사람의 구질구질한 이면과 내면을 짚어내 두근대게 하는 걸까. (...)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이러저러함에 의연하고 현명해지라는 은근한 응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구역질 나는 순간의 기억들마저도 생의 프레임 밖으로 내치는 게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여 안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이 내게 준 게 많든 적든, 아니 많다고 생각하든 적다고 생각하든, 적절하다고 여기든지 말이다. + 더보기
늙으면 모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올리브의 말은 삶을 초월한 노인의 말 같으면서도 쓸쓸하게 들린다. 더이상 내가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에 슬퍼할 기력마저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슬퍼하기엔 남은 생이 너무 짧은 것일까? 아마도 처음엔 올리브도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에 슬펐을 것이다. 그러나 8년 간 결혼 생활을 한 두 번째 남편도 세상을 떠나고 정말로 혼자가 된 올리브는 이런 현실을 슬퍼하기 보다는 노년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 곧 2월이 올텐데 아마도 올리브의 이 말이 귓가에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쩜, 나는 늘 2월의 햇빛을 사랑했어. 2월의 저 햇빛 좀 봐." (p.224)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