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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문턱에서 여름을 기다리며

봄·여름 테마 문학

다정한 호칭
이은규 지음

다시 읽혀지는 순간까지
덮인 책장의 일이란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
혹은 다음 장의 문장들을 희미하게 읽는 것

언젠가 당신에게 빌려줬던 책을 들춰보다
보이지 않는 지문 위에
가만히, 뺨을 대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당신의 지문은
바람이 수놓은 투명의 꽃무늬가 아닐까 생각했다

「바람의 지문」
이듬해 봄
신이인 지음

지금은 꽃피기 쉬운 때. 정원에 사람을 초대하기 좋은 때. 좋아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싶다. 사과하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을 꺾어주고 싶다. 잠깐이면 잠깐인 대로 이 날들을 즐기고 싶다. 영원한 가짜 아닌 화악 시들어버리는 진짜의 마음으로.

죽음과 슬픔이 널린 도시를 꾸밀 것이다. 오늘 나는 막연하게 자신이 있다.

3월 15일 「대가리 꽃밭」

앨리 스미스 지음, 김재성 옮김

음. 바깥 날씨가 되게 이상해. 안에 있어서 아쉬워할 것도 없어, 패드.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최악의 봄이야. 두 주 전만 해도 여기까지 눈이 쌓였거든. 영하 7도에다가. 그런데 지금 좀 봐. 29도야. 틀렸어. 그녀가 말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야. 초목들이 더 못 기다리고 터져 나왔어. 그렇게 춥더니. 이렇게 푸르러.

봄에는 자살 금지
알레한드로 카소나 지음, 김재선 옮김

알리시아: 좋은 아침이에요, 후안… (침묵회랑 빗장을 걸고 눈에 잘 띄는 곳에 ‘봄에는 자살 금지’라는 팻말을 놓는다. 정원에서 베토벤의 교향곡이 아주 약하게 현악기 연주만 들리기 시작한다.) 촐레의 명령이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후안?
후안: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알리시아: 떨고 있는데요.
후안: 열이 좀 있는 거 같네요.
알리시아: 낮이에요… 음악 들려요?
후안: 무슨 음악이죠?
알리시아: 베토벤이에요. 봄에 대한 감사의 찬가죠. 베토벤도 이 곡을 쓸 때 혼자였고 열이 났었어요. 하지만 봄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꽃과 좋은 징조를 가져다주는 걸 알고 있었죠.
후안: 그렇게 생각해요?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열과(裂果)」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어쩌면 좋을지 망설이는 사이, 언니가 먼저 우산을 펼쳐 들고 빗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우산을 써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 비였다. 언니는 이내 우산을 접더니 비를 쫄딱 맞은 채 나에게 빗속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우리는 폭우 속을 달렸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머지않아 거짓말같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날 거라는 사실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처럼.

「시간의 궤적」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투명한 봉지 속에서 금붕어가 헤엄친다
너와 보도블록을 따라 걸을 때
슬리퍼가 너무 작다

슬러시에 꽂힌 빨대 하나로
너와 감기를 나눠 마시는 생각

왜 이렇게 기우뚱하게 걸어
금붕어도 멀미를 느낄까

「여름 오후의 슬러시」
여름 키코
주하림 지음

해변의 이층 방
창을 열면 멀리 흰 포말이 이는
낮은 담장에 기대어 나를 기다리는 너
잠수 장비들이 그을린 어깨에 걸쳐져 있고
팔다리에 달라붙은 모래알이 슈거처럼 빛나고
담장 아래 잠든 고양이들
그날의 대화 길어진 여름의 대낮
우리 뒤를 따라오던 젖은 유령

「붉은 유령」
여름의 사실
전욱진 지음

이런 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
일러준 사람 곁에 아직 매달려
바래도 앙상해도 봄의 한창으로
계속 가는 일은 내가 자주 하는 사랑

녹색이 보이면 혼자서
하고 싶은 오해를 하기 위해
아름다움을 다시 믿는 내가
나를 보러 오곤 할 것입니다

「사랑」
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비는 시내 전역에, 강과 파괴된 고속도로에, 나무, 오솔길, 아이들이 지나던 비탈길에, 세상의 끝까지 떠돌아다닐 창고 옆의 서글픈 의자들 위에도 오열하는 파도처럼 세차게, 격정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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