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마음챙김의 시 두 번 사는 소녀 프리즘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류시화가 마음에 건네는 시.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치유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어 15년 만에 독자에게 말을 건다. 엮은이의 말에서 언급하듯 애매모호함 없이 더없이 명료하게 가슴에 다가가는 시, 그리하여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164쪽)를 가려 실었다. 수수한 말로 삶에 색채를 불어넣는 감각 있는 시라면 멕시코 복화술사의 시부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마거릿 애트우드 같은 문학상 수상 작가의 시부터 페이스북 시인의 시까지 위계를 두지 않고 나란히 두었다.

지금 내 마음이 필요한 소리가 무엇인지에 따라 마음에 특히 와닿는 시가 때마다 다르게 보일 듯하다. 팬데믹의 시대를 살며 새로움을 시도하지 못하고, 자꾸 머뭇거리는 이 시기의 내게는 특히 이런 시들이 말을 걸어왔다.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정화> 부분, 18쪽)
"그러나 위험은 감수해야만 하는 것 / 삶에서 가장 큰 위험은 아무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 것이기에." (<위험들> 부분, 32쪽)
"흉터가 되라 / 어떤 것을 살아 낸 것을 / 부끄러워하지 말라. (<흉터> 전문, 42쪽)
"나는 배웠다 / 어떤 일이 일어나도 /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보여도 /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 내일이면 더 나아진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부분, 86쪽)
"당신은 두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 삶을 부여잡고 /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중요한 것은> 부분, 49쪽)

첫 장에 실린 라이너 쿤체의 시처럼,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11쪽) 꽃은 제가 피어날 시기가 되면 어느 장소, 어느 시기이든 틀림없이 피어난다. 당신의 꽃도 언젠가 제 향을 드러낼 것이다. 시를 만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아잔 브라흐마, 배우 김혜자, 시인 도종환이 추천했다.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숨 막히게 사랑한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 숨 막히게 달려간 순간, 숨 막히게 껴안은 순간이. 혹은 영혼을 회복시켜 준 진정한 접촉, 자신을 증명할 무엇인가에 그토록 몰입한 순간이. 그 순간들을 사는 데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북트레일러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개인주의가 더이상 나의 길이 아니라고 느낄 때"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데이비드 브룩스가 말하는 첫 번째 산은, 말하자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방식이다. 드넓은 자유 속에서 직접 선택한 커리어, 매 순간 발전시켜 나가는 자아, 절대 선처럼 취급되는 개인주의의 비호를 받으며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삶. 이런 삶은 이미 현대인에겐 당연한 것이라 익숙하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 된통 넘어지는 때가 온다. 의미를 모르겠는 자기계발, 바닥 없이 떨어지는 자존감, 결국 내게 남은 것이 없다는 허망함에 발목을 잡혀. 계기는 제각각이겠지만 고립된 삶의 공허함과 무의미의 각성이라는 증상은 비슷하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삶에서 넘어진 이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산이다.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초점은 자기 자신이 아니다. 타인과 어우러지는 것, 타인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핵심이 된다. 첫 번째 산에서 채워지지 않았던 텅 빈 마음이 두 번째 산에서는 기쁨으로 채워진다. 자기 인생의 짐을 산더미 같이 떠안고 경쟁하며 사는 삶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저자는 개개인의 좋은 인생을 위해 우리 문화적 패러다임 자체가 이 두 번째 산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한다. 달리던 삶을 멈추고 방 안에 틀어박혀 사람이 사는 이유는 뭘까 고민해본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이정표로 다가올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자유다"라는 문화 속에서 개인들은 외로우며 서로에게서 느끼는 애착은 느슨하다. 공동체는 해체되고 개인들 사이의 결속은 끊어지며 외로움은 확산된다. 이 상황은 좋은 삶을 살아가는 것, 즉 사랑과 연결을 바라는 깊은 인간적 갈망을 채우는 것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든다. 모든 연령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청년들은 더 그렇다. 이들은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불확실하기만 한 세상에 던져진다. 믿고 의지할 권위나 방호책도 거의 없다. 그런 것들은 오로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자기 인생 여정에 올려놓는 일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

북트레일러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밀레니엄' 시리즈 완간!"
두 번 사는 소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한여름 스톡홀름의 공원에서 오리털 점퍼 차림의 시체가 발견된다. 노숙 생활을 하던 걸인의 사망 건으로 단순 종결될 뻔한 이 사건은, 점퍼 주머니에서 기자 미카엘의 연락처를 적은 쪽지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정부의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죽은 남자의 정보가 없다는 사실과, 그가 죽기 전 정부 인사를 언급하는 수수께끼의 벽보를 써붙이고 다녔다는 사실이 의혹을 더한다. 미카엘은 의문사 사건에 마음이 쏠리면서도 종적을 감춰버린 리스베트를 생각하며 침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괴한이 리스베트의 집에 침입했다는 사실에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결국 미카엘은 리스베트가 이끌릴 수밖에 없는 미끼를 던져보기로 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리스베트,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봐줄 수 있어? 경찰은 이름도 아무것도 몰라. 법의학자는 그가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기억해둬, 내가 미친년이라는 사실을." 강렬한 첫인상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답답한 세계에 통쾌한 펀치를 날려온 천재 해커 리스베트. 냉철함과 여유로움으로 무장한 탐사기자 미카엘. 이 매력적인 콤비를 마지막으로 만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는다는 것은 리스베트와 미카엘이 풀어내는 수수께끼에 속절없이 몸과 마음을 맡긴 채 빠져드는 경험이자,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어둠의 온갖 모습을 맞닥뜨리는 경험이었다. 매혹적인 등장 인물, 순식간에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흡인력과 정교히 쌓아올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짜릿한 재미, 그리고 '걸작'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책장을 덮을 때의 만족감. "북유럽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이라는 전설적인 수식어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그 시리즈, '밀레니엄'이 마침내 대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맨 처음 용기를 내 나무에 다가가 남자가 사망한 것을 발견한 사람은 작가 잉엘라 두프바였다.

추천의 글
일말의 부끄럼 없이 말한다. 환상적이다. 밀레니엄, 불멸의 문학에 온 걸 환영한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눈 위의 핏자국처럼 강렬하다.
- 리 차일드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트위터로 보내기
"<아몬드> 손원평이 말하는 사랑의 빛깔"
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장바구니 담기자세히 보기100자평 쓰기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예진과 도원은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어 가끔 인사를 나누고 때론 산책을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계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오픈 채팅방에서 '왈라비'라는 닉네임을 쓰는 예진과 알게 되었다. "너무 날카롭고 아름다운 건 결국 속성을 뒤바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걸까."(13쪽) 알면서도, 자꾸만 사랑해버리고 마는 여자 예진. '평범하지만 괜찮은 현대인'이라는 느낌이 드는 도시의 밤의 고독이 좋아 타인과의 관계 진전을 원하지 않는 도원. 이혼 후에도 주기적으로 전 남편을 만나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를 견디는 여자 재인. 주인이 알은척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단골로 가게를 찾는, 세상을 좀처럼 마음에 들이지 못하는 호계. 네 주인공의 이야기가 밀도 높은 문장으로 전개되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연애에는 분명 불유쾌한 순간 역시 존재한다. '목 안의 염증' 같은 실연의 순간. 자신의 연애 라이벌의 SNS를 염탐하고, '그 사람'을 좋아한 건지, '새로운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진 건지 스스로도 헷갈려하는 순간, '그가 짜놓은 각본에 등장하는 비중 없는 보조 출연자'처럼, 내가 내 사랑의 주인공이 아니게 되는 순간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다채로운 빛을 산란하는 프리즘처럼,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261쪽) 다시 한 번 기대해보며. <아몬드>, <서른의 반격> 손원평 소설. 모두가 흐린 표정을 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거리를 비운 팬데믹의 시대,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라는 말과 함께 손원평이 사랑 이야기를 내민다.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바로 그 감정을 묘사하는 정확한 문장이 사랑을 멈추지 말기를 권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이 거리에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한 문장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은 어느새 스르륵 밀려나버렸고 날마다 성큼성큼 가을이 짙어지고 있었다. 예진은 변하는 계절이 두려웠다. 가을은 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한 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자각시켰고 예진이 외면하던 불안을 일깨웠다. 짧은 계절에 비해 고통의 체감 시간은 늘 길었다. 예진은 이 뜻 모를 부당함에 대항하고 싶었지만 저물어가는 햇살만큼이나 빠르게, 자신에게서 빛이 거두어져가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북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