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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마음챙김이 일상이 되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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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생의 아름다운 순간"
바늘과 가죽의 시
구병모 지음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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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안의 작업실에서 시작한다. 닷새간 지속된 장마, 햇빛은 라스트의 코에 닿아 부서진다. 그늘지고 건조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기엔 '이 나라'의 기후가 적절하지 않다. 혹서 아니면 혹한, 백 아니면 흑, 나 아니면 너, 우리 아니면 그들. (12쪽)로 선을 긋는 사람들. '죽음과 삶' 역시 이 땅에선 철저하게 반대편에 있다. 이 땅에서 안은 구두를 짓고 지내며 영생을 산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 번도 죽은 적이 없다.

안과 같은 정령들은 보편적인 인간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이상 한 곳에 머무를 수는 없다. 때가 되면 사는 곳을 옮기고 외모와 이름을 바꾸어 살아가는 안. 지금은 모두 떠나갔지만, 그가 처음부터 혼자였던 건 아니라, 그에게도 '미아'와 같은 형제들과 함께 구두를 짓던 날들이 있었다. 어느 날 안이 지은 구두의 솜씨를 보고 그의 작업실을 찾아온 미아. 그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그와의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안은 그들을 보며 자신의 삶이 빛났던 한 순간을 기억해 낸다. <아가미>, <파과> 구병모 신작 소설. 안의 작업실의 구두 가죽 냄새와 먼지를 묘사하는 구병모의 절제된 단어들만으로도 이곳이 구병모가 지은 집임을 실감한다. 구두를 짓는 안의 일과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의 일 사이를 오가며, 비통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경험하는 순간, 한 켤레의 구두가 시 처럼 놓인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닷새간 지속된 장마로 삼나무 결이 뒤틀리지나 않았는지 염려되어 환기부터 할 요량에 슬쩍 젖혀 본 커튼 사이로 틈입한 햇빛은 라스트의 코에 닿아 부서진다.

이 책의 한 문장
스크랩을 해둔 신문 기사 묶음 사이로, 빛바래고 낡은 스프링 노트 한 권이 나온다. 누런 속지를 엄지로 잡고 훑어 넘기던 중 한 면에서 노트가 활짝 펼쳐진다. 건드리면 삭아 떨어질 것 같은 편지 봉투에 안의 이름과 주소를 적은 그녀의 가지런한 글씨가 나온다. 그 안에는 끝내 돈으로 바꾸지 않은 소액환금영수증서가 한 장 들어 있다. 혹시 싶었지만 역시 겉봉에는 이제 인쇄 글자가 거의 지워진 당시 회사의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고, 소액환금영수증서에는 금액과 교환 시 주의 사항만이 찍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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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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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으로 한국에 알려진 저자 태 켈러는 본인을 1/4 한국인이라고 칭한다.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로 1/4 한국인이라 정의 내린다. 어린시절 할머니(Halmoni)로부터 한국의 많은 구전설화를 들으며 자란 그는 이번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 전면으로 한국 설화 '해님과 달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는다.

주인공 릴리와 그의 가족은 아픈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주한다.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환상을 믿을 수 있는 나이의 릴리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호랑이와 신경전을 벌인다. 소중한 할머니를 낫게 해주겠다는 달콤한 말은 비록 환상일지라도 릴리의 마음을 흔든다.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가족 간의 이별, 그로 인한 슬픔 등을 새로이 마주한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에 갇히기 싫어하는 샘과 자신을 투명 인간이고 전형적인 '조아여'라고 여기는 릴리. 한국적인 전통을 고수하는 이민자 밑에서 자라 정체성 고민을 겪었던 2세대 엄마. 낯선 땅 미국에서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자 했던 1세대 할머니. 긴 세월을 아우르는 이민자 여성들의 '자기 찾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어린이 MD 임이지
이 책의 한 문장
할머니는 여전히 그 아이를 사랑했어. 여전히 그 아이가 집에 오길 바랐어. 호랑이건 아니건. 그래서 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선반에 있는 단지를 꺼내어 그 속에 대고 마음을 속삭였지. 할머니가 그 단지를 채운 것은 새로운 종류의 마법, 바로 사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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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 언어, 인간의 언어"
비트의 세계
데이비드 아우어바흐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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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한 입장으로서, 저자 소개를 듣자마자 광활한 거리감을 느꼈다. 문학, 철학,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전직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프로그래머. 문학, 철학과 컴퓨터과학 사이의 거대한 장벽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인지, 그는 이 다른 분야들을 문지방 넘듯 쉽게 넘나든 삶을 자랑한다. 덕분에 그가 쓴 이 책은 두 세계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크게 보면 <비트의 세계>는 언어에 대한 책이다. 기계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 바이링구얼인 저자는 언어와 세계를 교차하여 분석한다. 기계의 언어로 인간사를 볼 때 그는 결혼 생활에 소프트웨어 공학의 주요 원칙을 대입하며 사라지지 않는 버그, 즉 부부 싸움의 해결책을 찾아내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지식의 불완전함을 근거로 '결함 허용성'을 지녀야 함을 깨닫는다. 반대로 인간의 언어로 기계의 세계를 해석하면서는 단순하게 분류하고 꼬리표를 붙이는 데이터들이 사회적 편견과 편향을 강화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서문에서 그는 '틈새'라는 단어로 컴퓨터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아슬한 고리를 지적한다. 하나의 언어로만 사고할 때 보이지 않던 양 세계의 틈새들이 그의 통역을 거치자 드러난다. 확실히, 저자의 특별한 이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책이다. 그가 발견해내는 더 많은 틈새들이 궁금하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차동 톱니바퀴 같은 장치를 만지작거릴 때면 정말로 신났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세상 만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애쓰지만, 나는 이런저런 것들이 더 산뜻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차리고선 실망하곤 했다. 텔레비전, 자동차, 인체는 더 체계적이고 더 우아하게 작동하다록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컴퓨터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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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속도는 누가 결정하는가?"
마음챙김이 일상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캐럴라인 웰치 지음, 최윤영 옮김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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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과거나 미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를 피부로 느끼기란 어렵다. 현재의 기준도 모호하다. 1 나노 초든 1초든 아니면 1분이라 한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은 똑같다. 매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우리에겐 그저 과거와 미래만 있을 뿐이다. 베스트셀러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로 널리 알려진 영적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이라는 것은 일종의 질병입니다." 그렇다. 어쩌면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려면 그 생각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마음챙김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다. 그것은 생각을 몽땅 비우는 것이 아닌, 맑고 또렷한 생각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성공하여 삶을 변화시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챙김에도 연습이 필요함을, 마음챙김도 습관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퇴근길 정류장까지의 발걸음을 세어 보고 차가 올 때까지 호흡을 가다듬는 일부터 시도해 보면 어떨까.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사람들의 머릿속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 책의 한 문장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어떻게 자로 잰 듯 균형 있게 굴러갈 수 있겠는가? 어지럽고 복잡한 건 우리 삶의 근본적인 속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런 일과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일이 어긋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각자의 상황은 얼마든지 변한다. 이 또한 삶의 속성이다. 내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는 것, 삶이 원래 복잡하고 유동적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에 대한 수많은 기대와 요구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