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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시인장의 살인 복학왕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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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시설 밖 세상에서 어른이 되다"
어른이 되면
장혜영 지음 / 우드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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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씨는 열세 살 되던 해에 가족이 흩어지며 시설에 보내졌다. 그렇게 열여덟 해가 흘렀다. 언니 혜영씨는 그 세월 동안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못한 채 발달장애인 혜정씨의 삶을 지켜보고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시설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으나, 혜정씨의 자립을 위한 시도였고, 혜영씨가 혜정씨를 동등한 한 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도전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복지정책과의 갈등이기도 했고, 비슷한 고민을 품고 실천하는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이기도 했다. 이제 그 이야기가 도착해 당신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묻는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신의 이야기를 묻는 질문을 바꿔보고자 한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서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로. '자립'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보살핌 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는 존재로서 '자기다움'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이라면, 각자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모두의 여행이 안전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서로를 돌보는 것 아닐까. 우리의 자립이 불안한 까닭은 "내 한 몸도 살기 힘든 세상"이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 한 몸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혜정씨와 혜영씨의 이야기는 이 일이 분명 쉽지 않지만 역시 행복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할수록 더 수월해지고, 심지어 더 즐거워진다"는 걸 보여주고, "우리가 서로에게 진실한 관심을 품는다면 삶은 훨씬 더 많은 신비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귓속말한다." 이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는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혜정씨의 어른이 된 모습, 혜영씨의 어른이 된 모습, 나의 어른이 된 모습을 겹쳐보며 나의 이야기도 새롭게 시작해본다, 당신이 꼭 들어줄 거라 믿으며.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 세상에는 태어난 것만으로 자랑스러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스물을 훌쩍 지나 서른이 가까워오는 혜정이의 입에서 “어른이 되면”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그간 혜정이가 살아온 시간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말로 얼마나 오랫동안 혜정이는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을까. 이미 어른인 혜정이에게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하는 것은 기만이다. 혜정이에게 ‘어른이 되면’이라고 말해왔던 그 사람들은 정말 단 한 번이라도 언젠가 혜정이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해보았을까?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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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대표 랭킹을 휩쓴 데뷔작"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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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애호회' 회원 하무라와 아케치는 '영화 연구부'에서 심령 영상을 찍기 위해 여름 합숙을 간다는 소식을 입수한다. '여름'과 '펜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이끌린 두 사람은 어떻게든 동참하려고 애쓰고 결국 성공한다. 호수 옆 대저택에 도착한 첫날 밤, 일행은 조를 짜서 오래된 신사로 담력 시험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한 것은 '아무도 준비한 적 없는 이벤트'. 경악한 학생들은 숙소로 후퇴하고 바리케이드를 쌓아 문이란 문은 모두 막아두고서야 안심하고 잠이 든다. 하지만 이튿날, 부원 한 명이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고 마는데...

데뷔작인 <시인장의 살인>으로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을 휩쓴 신인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 탐정과 조수의 등장 등 본격 미스터리의 클리셰로 가득하면서도, “읽어본 적 없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수상소감처럼 반전 포인트가 기다리고 있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변함없이 하는 일 다 잘되고 건강하리라고 믿는다. 인사말을 늘여놓는 건 성미에 맞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책 속에서
"협박장이 왔대요."
뜸을 들이듯이 겐자키 씨가 컵에 입을 댔다.
"제 친구가 발견했죠. 어느 날 어쩌다 제일 일찍 동아리방에 왔는데, 종이 한 장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더래요."
"내용은?"
"'올해의 희생양은 누구냐'라고 빨간색 매직펜으로 적혀 있었죠. 글씨체를 숨기려고 그랬는지 글씨가 괴발개발이였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참 기묘한 문장이네요. 죽이겠다는 둥 저주하겠다는 둥 가해 행위를 직접적으로 암시하지 않았으니 정확하게는 협박도 아니고요."
"그렇죠. 하지만 부원들은 그 내용을 보고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겐자키 씨가 주변의 이목을 의식하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작년에 합숙에 참가했던 여학생이 여름방학이 끝나고 자살한 모양이에요. 아케치 씨는 모르세요?"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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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이기주 산문집"
한때 소중했던 것들 (볕뉘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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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언어의 온도>를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언어의 소중함을 100만 독자들에게 전한 이기주 작가가 2년 만에 신작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 역시 작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자분자분하게 들려준다.

추스르다, 건네주다, 떠나보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이긴 하지만, 어느 곳을 먼저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어머니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어르신의 눈물, 눈길 위를 걸어가는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 우연히 엿듣게 된 노부부의 대화, 어머니의 울음소리, 한 전시회에서 본 수묵화 혹은 읽은 책... 이기주 작가는 삶에서 마주한 것들을 무심히 흘려보내는 법이 없다. 순간순간을 가만히 관찰하고, 내면화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한다. 그렇게 세심하고 차분하게 그러모은 삶의 풍경과 시간에 관한 글을 <한때 소중했던 것들>에 담은 것이다.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책을 통해서도 누군가에게 작가의 따스한 언어와 진심이 가닿을 것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세월이 흐를수록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늘어만 간다. 많은 말들이 가슴의 언저리에 들끓다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다.

에필로그 중에서
앞으로도 나는 내 안에서 솟아나는 문장을 놓치거나 잃어버리지 않고 정성껏 모아 책에 스며들게 하겠다. 독자의 응원과 당부를 잉크 삼아 바지런히 써내려가겠다. 독자가 거닐 수 있는 숲을 만들어서 아득하게 펼쳐놓고 싶다. 누군가는 그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맸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겨울을 견뎠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후드득 지는 동백꽃 앞에서 시린 기억을 불러내 울음을 토해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음이 덜 아팠으면 좋겠다. 책의 낱장을 넘기면서 상처의 낱장도 넘길 수 있기를, 책을 집어 든 순간만큼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하여 당신의 눈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햇볕이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에 햇살이 어른거리지 않으면 우린 언제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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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생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무엇인가"
복학왕의 사회학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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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심의 압축사회 한국에서 지방은 여전히 특산품이나 명승지로 호명되기 일쑤다. 사회적 자본에서의 소외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에서도 수도권의 필요와 호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니, 강준만 교수는 이를 두고 지방이 한국사회의 내부식민지가 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청년 담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과 취업 등 청년 이슈 역시 서울을 벗어나면 깜깜이다.

이 책의 기초가 된 같은 제목의 논문이 화제를 모은 까닭은, 바로 그 깜깜 무소식의 이야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저자 최종렬 교수는 10여 년 이상 지방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가까이에서 지방대 학생을 관찰했고, 대학에 다니는 지방대 학생과 그들의 졸업 이후 그리고 그들의 부모까지 아울러 생생한 목소리를 취재했다. 이들이 어떤 언어와 어떤 이해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는지 살펴볼 흔치 않은 기회라 하겠다.

알지 않으려는 의지, 성찰적 겸연쩍음, 적당주의 집단 스타일, 가족만의 최고의 가치 등 분석의 결과는 언뜻 봐서는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앞서 소개한 이들의 목소리와 더불어 읽어가면 맥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끝에서 마주한 물음은 두 가지다. 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할 한국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정말 식민지가 아니라면 응당 풀어가야 할 과제라 하겠다. 이 책이 마중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이 책의 한 문장
지방대 졸업생이 서울로 세팅을 옮겼을 때 제일 먼저 닥치는 곤란한 문제가 바로 이러한 윤리의 차이다. 직장에서 처음 목격한 몰입주의 집단 스타일에 충격을 받는다. 모두 성공을 위해 자기 일에 헌신을 다해 몰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자기도 일에 몰입해보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곧 깨닫는다. 그들도 성공주의자가 아니라 생존주의자라는 사실을. 가만히 보니 저들도 성공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을 뿐이다. 그럼 나는 뭔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