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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국내저자 >

이름:문태준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0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김천

직업:시인

기타: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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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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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새와 아내와 한 척의 배와 내 눈앞의 꽃과 낙엽과 작은 길과 앓는 사람과 상여와 사랑과 맑은 샘과 비릿한 저녁과 나무 의자와 아이와 계절과 목탁과 낮은 집은 내가 바깥서 가까스로 '얻어온' 것들이다. 빌려온 것이다. 해서 돌려주어야 할 것들이다. 홀로 있는 시간에 이 결말을 생각하느니 슬픈 일이다. 낮과 밤과 새벽에 쓴 시(詩)도 그대들에게서 '얻어온' 것이다. 본래 있던 곳을 잘 기억하고 있다. 궁극에는 돌려보내야 할 것이므로.

그늘의 발달

나의 하루가 또 그늘을 짓고 말았다고 나는 어제 나에게 말했다. 눈물도 그늘이라며 눈물로 얼굴을 덮으면서 말했다. 당신과의 이별도, 그보다 좀 더 큰 당신인 세계와의 이별도 어제는 있었다. 황망했다. 예상하지도 못한 채 큰일을 당하고 만 때처럼. 나와 나의 세계를 오로지 설명할 수 있는 둘레로서의 그늘. 나는 발달하는 그늘을 보았다. 그리고 지금 어제의 일을 잊은 듯 앉아 있는 나에게 날이 다시 밝아오고 있다. 어두움과 환함의 교차가 이 시간에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의 시는 물러나는 빛과 물러나는 어둠, 그 시간에 태어났다. 당신의 감정과 생각이 대체로 살고 있는 그곳. 그곳을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도 없다. 그곳은 우리에게 하늘이다.

그맘때에는 외

샘의 바닥을 치고 한참을 쪼그려 앉아 기다리면 저 안쪽으로부터 가늘고 맑고 찬 물줄기가 샘으로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샘의 안색이 바뀌는 그 참으로 더딘 시간을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하염없이 지켜보았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를 빗대기를 천수답의 작은 샘이라 할 것이요, 시 쓰는 일을 샘을 치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길 잃은 새

『길 잃은 새』는 191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타고르가 3년 후인 1916년에 자신의 모국어인 벵골어로 출간한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짧은 시 326편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질문과 큰 침묵으로 가득 찬 시구(詩句)들을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읽으려 한다. 읽어서 이 시구들에 들어 있는 생기와 미풍과 꽃과 미소를 등불 삼아 흑암처럼 검은 나의 밤을 견디려 한다. 이 시구들에 들어 있는 음악과 희망과 광휘를 내 가슴속에 옮겨놓으려 한다. 뿐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구들을 나눠주려고 한다. 가령 “아름다움이여, 당신은 반짝이는 거울 속이 아니라 사랑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세요”와 같은 시구들을 씨앗으로 나눠주려고 한다.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새봄이 앞에 있으니 좋다. 한파를 겪은 생명들에게 그러하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올 봄도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다시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세계는 노동한다.

느림보 마음

시를 배운 이후로 처음 산문집을 냅니다. 시보다 조금 더 긴 말을 눌변으로 내어놓았다, 여깁니다. 살아오면서 시간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이 이러했거니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김연준의 '비가'를 듣고 있으니, 여름 우레가 한바탕 지나간듯합니다. 다시 이곳에서 잘 살아야겠습니다. 잘해야 할 일도, 잘 섬겨야 할 사람도 참 많습니다. 더디더라도 그 일을 미루지 않고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먼 곳

눈앞의 것에 연연했으나 이제 기다려본다. 되울려오는 것을. 귀와 눈과 가슴께로 미동처럼 오는 것을. 그것을 내가 세계로 나아가는 혹은 세계가 나에게 와닿는 초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활은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내게 불어닥쳤으나 시의 악흥(樂興)을 빌려 그나마 숨통을 열어온 게 아닌가 싶다. 그 빚의 일부를 갚고 싶다. 새로운 시집을 내니 난(蘭)에 새 촉이 난 듯하다. 바야흐로 새싹이 돋아나오는 때이다. 움트는 언어여. 오늘 나의 영혼이 간절히 생각하는 먼 곳이여. 2012년 2월

수런거리는 뒤란

시골집 뒤란엘 가면 심지를 잃고 모로 누운 초롱을 보는데, 그 때마다 마음이 아슬하다. 삶이라는 게 원체 모로 서 있는 것인지는 모르되, 그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은 고통스러웠다. 장마 지나고 나서 눅눅한 것을 내어다 말리는 일을 거풍(거풍)이라 하는데, '바람을 들어올린다'는 그 말의 여울을 빌려 일흔 다섯 편의 시를 세상에 내놓는다. 바람을 들어올려 가슴속에 남아있던 무거리를 마저 체질할 수 있다면, 그래서 흰 광목 몇 마처럼 마음자리가 환해졌으면 좋겠다. 가늘고 가벼운 다리로 수면을 횡단하는 소금쟁이처럼.

아빠 어릴 적에

아빠도 엄마도 어린이였을 때가 있었어요.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던 때 말이죠. 그때는 모든 일이 신기했어요. 아빠와 엄마가 공부하던 교실에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아주 많았어요. 그래서 교실은 늘 시끌시끌했어요. 친구들과 다투기도 했지만 곧 화해하고 고꾸라질 정도로 웃었어요. 함께 책을 큰소리로 읽고, 운동장을 뛰어다녔어요. 골목길과 작은 마당, 시골의 논밭, 꽝꽝 언 썰매장, 높은 언덕, 펼쳐진 바닷가, 붐비는 시장…. 이 모든 곳이 오락실이었어요. 이곳에서 많은 꿈을 꾸었어요. 얼른 힘센 어른이 되고도 싶었어요. 《아빠 어릴 적에》를 읽다 보면 아빠와 엄마의 어렸을 때 시간이 여러분 앞에 쏟아질 거예요. 아빠도 엄마도 어린이 여러분처럼 악동이고 철부지였던 때, 우습거나 가슴 찡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게요. 책을 읽으며 아빠와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옛 사진첩을 보여 달라고 졸라도 좋겠어요. 그러면 부끄러워하면서도 많은 애기를 들려주실 거예요. 아빠와 엄마의 어릴 적 교실과 놀이터, 가족과 친구들이 우르르 여러분에게 몰려올 거예요.

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1

이 세계 곳곳에, 과거에도 미래에도 시인이 살았고, 살고 있고, 또 내일에도 시인의 생존은 지속될 것이다. 시인들은 병석에서, 산골 깊숙한 곳 독립의 가옥에서, 열기를 품은 광장과 시장에서, 전쟁터에서, 노 저어 가는 배 위에서, 감옥에서 시를 지었다. 그들은 우리의 삶이 어떤 리듬에 붙들려 있는지를 노래했다. 시가 시인에게 부(富)나 명성을 부풀려 주지는 않는다. 단 한 행의 시일지라도 시는 시인의 피와 호흡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자기 존재를 만나고, 자기 존재가 속해 있는 이 세계를 만난다. 그리하여 시인에게 시는 혈관이며, 숨통이며, 세계와의 간절한 문답이다. 책을 펴내면서 이 시대에 시가 더 많이 읽히기를 소망해 본다. 누군가는 아무도 앉은 적이 없는 의자처럼 여전히 외롭다. 누군가는 의지가 매우 맹렬하고, 뜨거운 심장으로 살고 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시편들이 읽혔으면 좋겠다. 마치 편지처럼, 선언문처럼, 유서처럼.

포옹

제가 사랑한 이 은하와 같은 시들을 한데 펼쳤습니다. 저에게 은하를 빌려준 시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사랑의 과거였으며 여전히 미래인 이 시들을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꽃을 기르는 마음으로 이 시들을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꽃이 피어나듯, 해서 붉은 꽃잎이 당신의 마음을 물들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안고 제가 물들었듯이.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너에게

내성적이라고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내성적인 사람은 내면을 가꾸는 사람이다. 마음의 화원을 가꾸는 사람이다. 마음에 빛을 들여놓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보는 사람이다. 그리하여 바위 같은 평온을 얻은 사람이다. 당당하게 내성적이라고 말하라. 나는, 영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라. 공감 능력이 뛰어난, 내성적인 사람들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귀여운 거북이는, 예쁜 꽃을 든 거북이는, 이런 보석 같은 메시지를 책장 속에, 갈피 속에 가만히 넣어 놓고 있다. - 시인 문태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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