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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곽동준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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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미술, 어떻게 읽을까>

곽동준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하여 리모주(Limoges) 대학에서 프랑스문학 석사와 그르노블(Grenoble) III 대학에서 생 타망(1594-1661)의 시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프랑스 시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바로크 시와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곽동준 교수는 불문학자이면서도 문학과 미술을 융합하려는 관점에서 매월 ‘이 달의 미술책’을 선정하여 스물여덟 권에 대한 글을 썼고, 이에 더하여, 소설가 신경숙과 그녀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두고 토론을 했던 글을 부록으로 실었다.

번역서 : 제라르 듀로조이 『세계현대미술사전』(지편, 1993, 2008 개정)/ 마르그리트 뒤라스 『간통』(원제: 여름밤 10시 30분)(상원, 1994)/ 앙드레 빌레 『피카소 기억들과 비밀정원』(신동문화, 1996)/ 모리스 르베 『프랑스 고전주의 소설의 이해』(신아사, 1996)/ 자크 오몽 『영화감독들의 영화이론』(동문선, 2005)/ 니콜라 부알로 『부알로의 시학』(동문선, 2005)/ 뱅상 아미엘 『몽타주의 미학』(동문선, 2007)/ 미셸 옹프레 『바로크의 자유사상가들』(인간사랑, 2009)/ 자크 랑시에르 『사람들의 고향으로 가는 짧은 여행』(인간사랑, 2014)/ 생 타망 『구원받은 모세』(한국문화사, 2014)/ 앙리에트 르빌랭 『바로크란 무엇인가』(한국문화사, 2015) /

저서 : 『텍스트 미시 독서론』(전망, 1996)/ 『지역시대의 지역논단』(세종출판사, 2001)
공저 : 『세계의 도시를 가다1, 베를린과 파리』(부산대학교출판부, 2017)  

출간도서모두보기

<구원받은 모세> - 2014년 9월  더보기

1. 생 타망의 『구원받은 모세』(1653)는 그의 『마지막 작품집』(1658)이 나오기 전에 따로 출판되어 많은 평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편 서사시다. 『구약성서』 창세기의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의 서사적 이야기로서, 어린 모세가 나일 강에 버려지고 파라오의 공주에 의해 구조되는 불과 몇 구절의 이야기를 6000여 행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놓고 있다. 작가가 이러한 엄청난 양의 묘사를 전개해 나가는 데는 다양한 서술기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우선 외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장르와 구성상에서 독특한 영역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생 타망은 그 당시 어떤 작가도 시도한 적이 없는 ‘영웅적 전원시’라는 표제가 붙은 서사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작품 속에서 스토리의 구성을 여러 층위의 액자 구조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당대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 서사시 장르와 근대 소설의 구성상의 한 특징을 예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요컨대, 성경의 짧은 몇 개의 구절을 방대한 양의 구절로 확장하기 위해서 생 타망은 성서적 요소와 상상이 가능한 성서 외적 요소를 광범위하게 전개시켜 나간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어린 모세가 나일 강에 버려지고 이집트의 공주에 의해 구조되는 1차 이야기로서 화자의 글쓰기 시점을 밝혀주는 현재 시제를 이루고 있으며, 액자 구조를 이루는 다른 층위의 이야기들은 성서적 요소에 근거한 2차 이야기이다. 이 2차 이야기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의 제단에 바치는 이야기와 야곱의 이야기, 노아의 홍수 이야기, 요셉의 이야기 등이 과거로 제시되어 있다. 또한 어린 모세가 나일 강에서 구조로 되고 난 후, 미래의 모세에 대한 이야기는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이 꾸는 꿈 이야기로서 미래로 제시되어 있다. 1차 이야기에서 성서적 요소를 제외하면 성서 외적 요소가 남는데, 이것은 주로 작가가 상상하는 전원적 묘사에 치중되고 있다. 즉 전원시의 특징인 남녀 목자가 등장하고, 이들이 나누는 대화와 사랑의 담론에 관련된 목가적 풍경과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모세의 누이 미리암과 그녀의 연인 엘리자프는 강가에서 모세의 요람을 지키면서 양떼를 돌보는 목자로 등장하고, 그리고 나일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부 메라리도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특히 성경에서는 전혀 언급이 되어 있지 않는 모세의 요람을 위협하는 악어, 폭풍우, 파리 떼, 매의 등장과 그들의 공격을 물리치는 목자들은 작가의 상상에 의한 허구적인 요소들이다. 이 성서 외적 요소들이야말로 『구원받은 모세』를 질적 양적으로 증가시켜 주는 묘사이며, 생 타망은 그의 ‘서문’에서 “전원 풍경을 펼치고, 장면들을 채우기 위해 여러 에피소드를 혼합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앞에서 지적했다시피 이 서사시의 뚜렷한 특징은 작품의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우선, 전통적으로 서사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위대한 영웅이 없으며, 전투나 전쟁, 그리고 정복해야 할 도시도 나라도 없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그의 서사시에는 “승리의 트럼펫이 울리기보다 칠현금이 울리고, 따라서 서정적 요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영웅적인 인물이 없지만 상서롭고 신성한 인물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 당시의 서사시가 시간적 원칙에서 일 년 혹은 그 이상의 지속 기간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구원받은 모세』에서 작가는 만 하루라는 시간으로 한정해 놓은 파격적인 시간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생 타망이 『구원받은 모세』를 통해 여러 영역에서 실험적 서사시를 시도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 2. 『구원받은 모세』를 이루는 여러 서술 단위들은 시간적 전개의 실질적인 순서와 스토리의 기능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서사시의 본질적인 구조인 시간은 비교적 규칙적이고 운율적인 변화 속에 여러 사건들의 연대기적 순서를 따라가고 있다. 말하자면, 스토리의 시간적 전개가 연속된 선적 구조를 따라가면서 그 규칙성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작가는 서사시에서 사건이 이루어지는 단위를 엄격하게 단 하루라는 시간으로 제한해 놓은, 고전극의 3 단일의 원칙인 시간의 단일을 따르고 있는데, 이 시간의 단일은 이 작품의 내적, 외적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시간의 단일이라는 원칙은 그의 서사시에 ‘영웅적이고 전원적’이라는 이중의 양상을 갖는 독특한 서사 양식을 통해서 나타난다. 그는 서사시에서 시간의 개념을 정의하면서도 서사 양식의 변화를 병행할 것을 주장한다. 즉 기존의 서사 장르의 전통에 대한 그의 태도는 이 장르의 규칙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울 것임을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간을 한정하지 않았지만, 16~17세기 고대 문학을 모방하고 있었던 롱사르와 샤플랭이 일 년으로 한정했던 줄거리의 지속을 생 타망은 “단 하루” 혹은 “하루의 절반”으로 제한한다. 즉, 이야기의 전체 시간에서 실제 사건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하루의 반나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원받은 모세』는 12부로 되어 있는데, 제1부에서 5부까지는 새벽에서 정오의 시간에 할애되어 있다. 즉 모세의 부모가 어린 모세를 나일 강에 숨기고 모세의 누이가 그 요람 주위를 지키는 새벽의 여명에서 시작되고, 모세가 나일 강에서 구조되고 난 후 그의 영웅적 모험 이야기는 모세의 어머니가 꾸는 꿈으로 서술되는 정오까지 이어지는 시간이다. 제6부에서 9부까지는 정오에서 늦은 오후까지 이어지는 시간이며, 정오가 되어 나일 강에 폭풍우가 일렁이고, 그 후 파리 떼가 모세의 요람을 공격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제10부와 11부는 저녁나절로 파라오의 딸이 나일 강으로 목욕하러 가는 시간으로, 제12부는 모세가 파라오의 공주의 일행에게 발견되고 구조되어 궁궐로 돌아오는 시간으로 할애되어 있고, 밤이 되면서 작품도 막을 내린다. 작품의 제 1부, 6부, 10부, 12부에서 각각 새벽, 정오, 저녁, 밤이 배치되어 있고, 이 시간적 배치는 사건이 일어나는 텍스트의 1차 이야기를 이루는 중심 배경이 된다. 아침나절은 1부에서 5부까지 다섯 개의 장, 오후 나절은 6부에서 9부까지 네 개의 장, 저녁은 10부에서 11부까지 두 개의 장, 밤은 12부 마지막 장에 배치한 것도 시간의 논리적 배열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적 구분은 오전에는 나일 강의 고요한 분위기에서, 정오에는 점차 폭풍우에 휩싸이는 나일 강의 풍경으로, 저녁에는 하루해의 마지막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나일 강으로, 밤에는 어둠과 고독, 평화와 침묵이 흐르는 나일 강으로 묘사하면서 기승전결의 전개와 대체로 일치하는 것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구원받은 모세』는 ‘영웅적 전원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문맥에서 염연히 서사시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서사시와 전원시를 혼합하는 이런 서사 장르뿐 아니라, 1650년대에 나왔던 대부분의 서사시는 모두 부알로의 『시학』에서 비판받고 이로 인해 문학사에서 잊혀지는 비운을 맞게 된다. 『구원받은 모세』는 형식상 한 행이 14음절인 알렉상드랭으로 씌어 있으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처럼 고대 서사시의 전통에 따라 12부로 구성되어 있는 6000여 행의 긴 운문 서사시이다. 이미 1660년대 고전주의 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긴 서술 장르였던 셈이다. 고전주의 이론가들은 바로크 서사시가 고전적 규칙과 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점과 장편 서사시의 서술이 독자를 권태롭게 한다는 점에 대해 비판을 가했던 것이다. 생 타망은 ‘영웅적 전원시’의 서문에서 ‘전원시’, ‘장시’, ‘위대한 시’, ‘신성한’ 시 사이에서 망설인다. 내용상으로 『구원받은 모세』는 역사적, 성서적, 기독교적 주제를 다룬 혼합 서사 장르의 범주에 속한다. 또한 이 작품에는 신화적 신성과 기독교적 전통의 천사와 성인이 함께 등장한다. 작품의 내적 구조도 일반적으로 서사적 관례에 따르고 있다. 『구원받은 모세』는 처음부터 서사시의 네 가지 전통적 요소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명제, 기원, 배경, 서사시의 영웅과 그에게 대항하는 자연적 혹은 초자연적 힘이다. 화자는 이 작품의 중심 사건을 서술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주고, 천문을 주관하는 뮤즈인 우라니아 신에게 기원하고 있다. 또한 이 기원은 이 작품을 바치고 있는 폴란드 왕비, 마리 루이즈 공자그에게 보내는 것이며, 또한 이 작품을 무사하게 끝낼 수 있도록 주인공인 모세와 작가 자신에게도 기원하고 있다. 다음은 모세의 모험과 구원이라는 그의 영웅적 서사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멤피스와 그 주변 나일 강을 사건의 배경으로 묘사해 나간다. 여기서 생 타망은 “우라니아의 찬란한 칠현금을 치면서 한 영웅의 모험을 노래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그가 이 작품에서 영웅적 서사보다는 서정적 정서를 더 강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를 엿보이는 대목이다. 칠현금의 전통적 시학적 상징은 본질적으로 서정적 정서를 나타내는 동기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시인이 서사시에서 전쟁과 모험을 노래하는 트럼펫으로 서사시의 뮤즈인 칼리오프에 기원하는 반면에, 생 타망은 『구원받은 모세』에서 칠현금으로 시의 우주적 차원을 보여주는 천문의 뮤즈인 우라니아에게 기원하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는 그의 독자에게 미리 이 ‘영웅적 전원시’의 특징을 이렇게 알렸다. “트럼펫보다 칠현금 소리가 더 울리고, 서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또한 이 서사시에서 영웅은 “행동하는 영웅이 아니라 울고 있는” 갓난아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 영웅은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잘것없는 싸리 바구니” 속에서 나일 강의 평화스러운 강물에 떠다니면서 운명을 하늘에 맡겨놓은 소극적인 존재일 뿐이다. 그 영웅의 운명은 그가 어떻게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 갔는가일 것이다. 이 결과도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이미 아는 바와 같다. 그는 우연히 나일 강에 산책 나온 파라오의 공주의 눈에 띠어 그 운명을 극복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그 영웅이 나일 강에서 공주에 의해 구조될 때까지 그가 겪었던 온갖 위험이었을 것이다. 생 타망이 상상하는 이 “위험”은 성경외적 요소로, 나일 강의 모세가 모험과 싸워 이기는 영웅적 모험을 다루는 것 같지만, 어린 모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 “위험”이 공격과 방어라는 서사적 요소와 그 특징을 띠는 통과의례일 뿐이다. 더군다나, 그 “위험”은 “울고 있는” 아기가 극복할 수 있는 모험들이 아니다. 악어, 폭풍우, 파리 떼, 매의 공격은 모두 나일 강가에서 요람을 지키던 미리암, 엘리자프, 메라리에 의해 극복되고, 천사와 성령에 의해 어린 모세는 그 모든 “위험”으로부터 구원받는다. 『구원받은 모세』에서 요람에 위협적인 이런 모험들만이 서사적 요소를 이루지는 않는다. 사실 이 모험들은 이 작품의 서사적 주인공인 “울고 있는” 아기가 싸우면서 겪는 모험이 아니라, 등장인물들과 신의 메신저인 천사가 모험의 당사자로 나선다. 서사시의 중요 요소를 이루는 싸움이나 전투 장면은 2차 이야기에서 자주 나온다. 야곱의 이야기에서 야곱이 천사와 싸우는 장면, 요게벳의 꿈 이야기에서 모세와 이집트 사람과의 싸움, 여호수아와 아말렉과의 전투와 거인과의 싸움, “히브리 백성들의 입법자와 구원자”로서 미래의 모세가 겪는 모험과 영웅적 행적, 요셉의 이야기에서 요셉의 모험 등이 『구원받은 모세』의 서사적 요소를 대신하고 있다. 1차 이야기에서 목동들의 등장, 그들의 사랑의 고백, 나일 강에서의 낚시질, 새 잡기, 그들의 식사, 아침, 정오, 저녁, 밤의 묘사 등은 『구원받은 모세』의 전원적 요소를 이루는 예들이다. 『구원받은 모세』의 이야기가 그 방대한 양을 이루고 있는 데 비해 그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신탁을 받은 파라오 왕은 히브리 남자아이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모세의 부모들은 모세를 몰래 석 달 동안 키우다가 더 이상의 계속되는 비극의 살육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를 나일 강에 숨기기로 했다. 새벽에 나일 강 갈대 사이에 모세를 실은 요람을 띄워 놓고 미리암과 엘리자프, 메라리가 그 주변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요람을 공격해 오는 악어와 폭풍우, 파리 떼, 매를 물리치면서 그 요람을 지켜낸다. 저녁에 나일 강에 목욕하러 나온 파라오의 공주의 눈에 띄어 모세를 궁궐로 데려가고 모세의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그 구원받은 과정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생 타망은 이 간단한 줄거리를 가진 단순한 이야기를 복잡한 서술구조 속에 펼쳐놓고 있다. 4. 생 타망의 『구원받은 모세』는 하루 반나절이라는 시간 속에 스토리를 일관되게 이끌어 가는 시간구조, 서사시와 전원시를 혼합하는 담론 체계, 1차 이야기 속에 다양한 층위의 2차 이야기를 삽입하는 액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서사 담론은 훨씬 더 복잡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이 서사 담론의 토대에는 이 작품이 불과 몇 구절의 성경 이야기를 약 6000여행의 방대한 이야기로 변형시켜 놓은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 서사를 전개하기 위해 생 타망은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상상력, 신화와 성경, 전원적 양상과 영웅적 양상, 서술적 담론과 묘사적 담론을 뒤섞고 있다. 생 타망은 작품의 시적 효과를 생산하는 이러한 이분법을 종합하면서 그의 모든 시적 역량을 과시하고, 총체적인 효과를 유발하고자 했다. 그가 『구원받은 모세』에서 반영하고 재현해 내는 시적 세계관은 고전적 서사시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의 서사시의 개념을 독특하게 만드는 것은 작품의 시간구조이다. 서술의 시간이든, 허구의 시간이든 그것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생 타망의 시간적 구성은 서술된 시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묘사된 시간으로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는 이 시간의 테마를 스스로 규정하고 작품에 응용함으로써 그의 서사시를 의도적이며 계획적으로 실현해 나간다. 생 타망은 『구원받은 모세』의 ‘서문’에서 서사시의 이론과 특히 시간의 단일의 원칙을 제시하고, 또한 그것을 작품에서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서사장르를 실험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서사시의 실험은 ‘영웅적 전원시’라는 부제가 붙은 독특한 서사 장르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서사시에서 의례적으로 나타나는 종교적인 기적이나 영웅적 행위나 전투 등을 의외의 구성으로 배치하였다. 1차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영웅적 행위를 부차적인 등장인물들이 대신 맡도록 했다. 서사시의 주인공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 모세’를 내세우고 서사시의 전투적 요소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미리암과 엘리자프 그리고 메라리 등이 요람을 공격하는 파리 떼, 폭풍우, 악어, 매와의 싸움에다 할애해 놓았다. 또한 1차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는 2차 이야기 속에 삽입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영웅적 행위와 전투적 요소를 끌어내려고 했다. 히브리 백성들이 홍해를 건너는 종교적 기적에 대해서도 생 타망은 그 서사성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묘사함으로서 일상성에 더 주목하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구원받은 모세』에서 주목하는 것은 여러 수준의 복잡한 액자 구조를 가진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구원받은 모세』의 1차 이야기의 중심 사건은 모세의 은폐-노출-발견이다. 즉 모세를 숨기고, 그가 나일 강에 노출되고, 공주에 발견되어 구조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 1차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1차 이야기를 삽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요람을 공격하는 파리 떼, 폭풍우, 악어, 매의 에피소드들이 그것이다. 이것은 모세의 은폐-노출-발견이 성경 내적 객관적 요소라면, 1차 이야기 속의 여러 에피소드들은 성경 외적 주관적 요소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구원받은 모세』를 복잡한 액자구조로 만드는 것은 다양한 층위의 2차 이야기들이다. 2차 이야기들은 꿈의 형식을 빌어 미래의 모세를 재현하는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이야기와는 관련이 없는 스토리에 토대를 둔 것이다. 2차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여러 층위의 2차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있어 생 타망은 다양한 액자 구조 양식을 실험하고 있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의 간단한 내용에서 출발해 6000여 행에 이르는 방대한 서사시를 전개하는 데는 생 타망의 이러한 시적 원칙에서 그 근거를 끌어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역사성에 근거한 성서 내적 스토리나 허구성에 바탕을 둔 성서 외적 스토리들이 치밀하고 세밀한 이야기의 구조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서사시의 담론 체계는 전통적인 서사시의 개념에서 새로운 서사시의 장르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생 타망이 1653년 『구원받은 모세』를 내놓았을 때, 이러한 독특한 서사시의 양식과 구성에도 불구하고 1660년 세대의 고전주의 비평가들에 의해 비난받아, 결정적으로 문학사에서 300년 동안이나 묻히게 되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생 타망의 서술 양식은 오늘날 상당히 시사적이고 예시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를테면, ‘영웅적 전원시’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영웅과 전투 등의 서사적 요소를 배제하고 전원적 배경과 장면을 펼쳐놓음으로써 서사시의 전통인 극적 긴장을 배제했다는 점, 1차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보다 2차 이야기의 여러 스토리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근대 작가들에 의한 서사장르의 시간 개념을 새롭게 규정해서 제시하는 점 등은 고전주의 이후에 유행하는 시와 산문 문학에도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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