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학 북오르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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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지음 / 문학동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구름모모 님
문학이 가진 힘을 좋아한다. 그래서 더욱 빠져들게 된다. 제주 4.3에 대한 관심도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듯이 이 작품도 그 연장선이 되는 작품 중의 하나가 된다. 좀 더 확장되어서 '대구 실종 재소자 제주 유족회'에 대해서도 알게 해준다. 딸에 눈에 비치는 엄마의 의미는 전부였을까? 친구 엄마를 처음 뵈었을 때 느꼈던 첫인상이 그 사람의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연약해 보이는 작고 여린 할머니가 이부자리 밑에 실톱을 두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던 기나긴 세월의 근원을 찾게 해주는 소설이다.
이미예 지음 / 팩토리 나인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꿈 백화점이 다시 문을 열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두 번째 이야기. 1년차 판매 사원이 된 페니는 첫 연봉협상도 하고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을 받아 '컴퍼니 구역' 접근 권한도 얻는다. 하지만 '민원관리국'에서 페니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이들. "왜 저에게서 꿈까지 뺏어가려고 하시나요?"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792번 단골 손님. 페니는 이 손님에게 좋은 꿈을 다시 선사할 수 있을까.

체리시 님
페니는 이제 꿈을 파는 일뿐만 아니라 그 후에 민원까지 해결할 수 있는 베테랑 직원이 되어간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한데, 꿈을 꾸기에도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가운데 나 또한 치유를 받은 기분이었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김초엽 첫 장편소설. 더스트로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장은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에 대해 연구하는 아영의 이야기. 2장은 2058년, 더스트를 피해 돔 안에서 도시를 이루고 사는 시대, 돔 없이 숲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나오미의 이야기. 그리고 3장에서 이 두 이야기가 만나 세계의 멸망에 관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멸망을 앞두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도 김초엽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abel1990 님
지금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지구의 끝이 도래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지구의 끝은 작가님의 말씀처럼,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사랑할 구석이 전혀 없다. 막막하고 참담하기만 하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단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도 문장의 질감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작가 최은영이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던 편지를 통해 증조할머니 - 할머니 - 엄마 - 나로 이어지는 모계서사의 백 년의 시간과 만나는 지연. 왜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한 일을 저지르냐고, 왜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영영 없어져버리는 거냐고, "천주님에게 사과받고 싶"(124쪽)다고, 언젠가 별이었을, 우리의 몸에 깃든 이 고통은 무엇이냐고. 그 서럽고 외로웠던 이들의 물음에 응답하는 답장. 최은영이 편지를 쓴다. 이제 밝은 밤이다.

latee 님
첫장을 읽자마자 알게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은 꼭꼭 씹어서 아껴 읽어야지. 최은영의 밝은밤은 그런 책이었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은호와 유나는 러시아 여행에서 만났다. 바이칼 호수에 홀로 선 유나는 자꾸만 궁금해지는 여자다. 각자 아이가 한 명 있었고 이혼 경력이 한 번 있는 은호와 유나, 결혼 후 은호는 자꾸만 유나의 결정대로 행동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혼은 '완전함'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이혼하는 걸 원하진 않는 은호. 유나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자라고, 은호는 유나를 감지한다. 꼭 맞는 옷을 입고 독자를 찾은 정유정의 2021년 최신작.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는 작가의 말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 <7년의 밤>에서 <종의 기원>까지 악의 3부작을 넘어, 시작되는 정유정의 '욕망 3부작' 그 첫번째 이야기가 찾아왔다.

에일로이 님
그래서 난 지유에게 동병상련을 느꼈다. 모두 나 또한 내 세계를 건사하기 위하여, 하고 있으며 기르고 있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노심초사(勞心焦思)와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지금의 내 삶을 단적으로 형성하는 사자성어들이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안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있다. 실존인물 '강화길'과 분리가 쉽지 않은 소설가 '나'는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17쪽)를 쓰길 원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악의에 찬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다.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20쪽), 너도 어디 한번 당해봐 (47쪽),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 (54쪽) '쓰는 여자'는 그 목소리를 향한 강한 반감을 품는다.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의 오마주임을 숨기지 않는 소설이 시도하는 한국식 고딕 호러의 빛깔. 미혹되는 순간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반유행열반인 님
그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어. 우리가 머문 장소를 먼저 지나친 이들, 유령처럼 원령처럼 남은 잔상들이 전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그러모아 그럴싸하게 엮어 전해주는 게 소설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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