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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오늘 오전, 비둘기 세 마리가 맞은편 지붕 위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10분 정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살아 있는 무엇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기와를 장식하기 위한 조형물인 줄 알았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땐 이 많은 새들이 다 어디로 가지? 콧속이 얼어붙는 겨울밤에는 그 많은 고양이가 다 어디에 숨지? 늘 그런 게 궁금했다. 늘 그런 것만 궁금했다. ―「서문」에서

꼭대기의 수줍음. 유계영 지음

나는 쪼그려 앉아 손을 창살 사이로 더 멀리 뻗는다. 돼지들이 내게로 몰려오지만 맨 뒤에 있는 녀석들은 앞으로 밀고 나올 수가 없다. 스웨덴에선 도축용 돼지를 사육할 때 마리당 약 1제곱미터의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 계류장은 그보다 훨씬 좁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누군가를 밟지 않으면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면?

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그 심연에 있는 모든 것이 아니다. 그가 그의 품위를 잃지 않고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할 수 있는 말이 바로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가 듣는 말은 기록되어 세상에 공유된다. 그러므로 그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을 지켜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그를 광장에 벌거벗겨 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 이호연.유해정.박희정 지음

나는 평생토록 혼란스러운 시대와 극단적으로 분열된 사회, 거대한 파멸만을 봐왔다.

파네지릭. 기 드보르 지음, 이채영 옮김

20세기로 가는 반환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세기말은 종말론적 분위기를 풍겼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아직 뮌헨의 김나지움 학생이었다. 폴란드계 독일인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가 급진적 개념을 발표한 것은 1908년의 일이다. “따라서 공간과 시간 자체는 단순한 그림자로 사라질 운명이며 둘의 조합만이 독립적 실재를 간직할 것이다.” H. G. 웰스가 그곳에 처음 도달했지만, 민코프스키와 달리 우주를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기막힌 이야깃거리에 맞는 그럴듯한 문학적 장치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_ ‘I. 기계’ 중에서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래블. 제임스 글릭 지음, 노승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