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거 박사의 이야기를 읽고 영원히 변화되었다."
홀로코스트 때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짓들을 저질렀는지는 안다. 인간 종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이미 많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에거 박사가 당한 일도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더 이상 놀라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책의 가치는 악을 지적하는 데에 있지 않다. 이 책의 경이로운 지점은 모두, 그가 지옥과도 같은 삶에서 어떤 마음으로 존엄한 선택을 해냈는 지로부터 나온다.
10대 중후반의 어린 나이에 수용소에 수감된 에거는 죽음과 삶을 가르는 매 순간마다, 목숨과 존엄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믿기 힘들 정도로 강인한 우아함을 보인다. 선택의 순간이 아닐 때조차 그는 품위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낸다. 주변의 영혼들이 점멸해갈 때 안간힘으로 인간다움을 지켜낸 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간임을 되뇐다. 그 되뇜은 에거의 삶을 관통하고, 그가 심리치료사가 된 이후 내담자들에게까지도 희망이 된다.
존엄과 용기, 강인함과 우아함과 같은 단어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 책은 보여준다. 오프라 윈프리는 "나는 에거 박사의 이야기를 읽고 영원히 변화되었다"고 썼다. 진실한 감정은 고정되어 있던 세계관에 작은 지진을 만들어낸다. 그런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 인문 MD 김경영 (202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