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예술 뽕도 못 맞아요?”"
한국 문학을 즐겨읽는 독자라면 언제부턴가 서이제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 202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 이 계절의 소설을 소개하는 '소설 보다' 기획에 세 차례 이름을 올린 작가의 첫 소설집이 드디어 출간되었다.
작가는 '필름 영화에서 디지털 영화로 변화하던 시기에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어떤 우리는 작가 서이제와 같은 시간을 통과했을 것이다. 종로3가에서, 홍대에서, 삼청동에서 우리가 사랑하던 극장들이 문을 닫았듯, 우리의 청춘도 필연적으로 한 장면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에릭 로메르 영화를 보고 채식주의자가 된 것만 봐도 알겠다.'(73쪽,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 중)는 소설 속 인물의 말솜씨는 여전히 어떤 우리를 웃기고 만다. 막을 내렸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영화 같은 건,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 (355쪽, <0%를 향하여> 중) 이 문장에 '영화' 대신 당신과 내가 사랑하는 것을, 이를테면 '소설'같은 것을 대입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말의 진심을, 사랑의 진심을, 영화의 진심을 믿습니까?"(318쪽)라는 소설 속 질문이 공허해보이지 않는 건, 서이제가 묘사하는 이 '청춘'들의 '예술 뽕'에 여전히 '진심'이라고 말할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우리는 이런 자신을 쑥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이제의 문장처럼 곤궁하고 푸르고 우리답게 살아갈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