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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김기정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6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통영

최근작
2023년 9월 <나는 무수히 발원한다>

귀향

나이가 들어가며 두고 온 고향생각이 더 간절하다. 섬들이 곳곳에 적절하게 박혀있는 고향바다는 머리 풀어헤치고 다가오는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억세고도 여린 감정들과 재회하고 싶었다. 기억해 두고 싶다. 살아가면서 온몸에 스미어 드는 세상풍경들을 몸으로 마음으로 모두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는 그 기억들조차 사위어 가겠지만,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기억들을 증언하지 않는다면 남아 있는 세월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

꿈꾸는 평화

“나에게 있어 시작詩作)이란” 보기에 따라 무모한 짓이란 것도 다소 엉뚱한 짓이란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직업간구 획이프로페셔날리즘이란 이름으로 위대한 법칙처럼 나부끼는 세상이다. 금을 넘어서는 짓은 만용에 가깝다. 그래도 이세상이 아마추어리즘의 순수한 열정과 고백을 외면하기엔 아직 때가이르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시작(詩作)이란 회색 지대 속의 나를 건지는 일이었다. 세상은 지나친 양분법적구획으로 편집된 영화와 같지 않은가? 흑과 백의 구분, 우리와 저들의 구분 화해할 수 없는대립과 끝없는 나뉨이 지배하는 세상은 아닌지… 이에 따라 이성과 감성의 구분도, 논리와정서, 과학과 직관, 합리와 열정 등에 대한 우리의 이분법적 구획 또한 그러한 나뉨의 원리에 의해 장악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구분되어진 둘 사이에 끝없이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거나 혹은 수많은 다리가 걸쳐져 있는 강(江)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나는 왜 두가지 색조를 모두 띤 새가 되어 하늘을 날수는 없는가? 너른 평원의 가운데 어딘가에 다리위의 어느 지점에 내가 측은하게 서 있다면 나는 어떻게 구원될 것인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다. 적어도 20세기의 지독한 이성주의와 ‘메마르고’ 냉철한 논변을 내세우는 직업에 발 들여 놓기 시작한 이래.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나를, 강과 들 어딘가 숨겨두었다고 생각했던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은, 사실 나 자신에 대한 용서였다. 잊지 못해 내내 꺼내보았던 가슴속 거울에 대한 나의 용서였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어 시작(詩作)이란 결국 구원을 향한 갈구였던 셈이다. 살아가면서 기록해 두어야 할 것들이 있었다. 세상을 향해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세계가 결코 완제품이 아니므로. 그런 만큼 희망과 기대도담고 싶었다. 그 형식이 논문인들 시론(時論)이건, 혹은 시이건 무슨 큰 상관있으랴… - 머리말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역사적 원형과 20세기 초 한미 관계 연구

동아시아 근대상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는 지역 국제정치의 폭력과 갈등의 문제, 그것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역외 세력의 개입, 그리고 20세기를 통해 끊임없이 계승되어온 동아시아 갈등 구조의 중요한 당사자의 하나인 미국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생각의 최전선

세 번째 산문집 『기억을 위한 새벽』을 낸다. 산문(散文)은 글의 형식이기도 하지만, 문자대로만 풀이하자면 ‘흩어진 생각을 모은 글’이다. 두 번째 산문집 『풍경을 담다』를 세상에 내밀었을 때 가까운 분이 내게 물었다. ‘요즘은 시를 쓰지 않고 산문으로 바꾸었냐’는 질문이었다. 엉겁결에 ‘시가 산발(散髮)을 하고 찾아오면 그게 산문 아니겠냐’고 대답하긴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영 틀린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시적 감상이 머리를 곱게 빗은 모습으로 찾아오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나를 찾든 모두 생각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프로스트(Robert Frost)의 표현대로 감상이 생각을, 생각이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세상 풍경을 관찰하는 일도, 기억 속 풍경들을 재생하려는 글도 생각들이 움직여 직조(織造)했던 것들이다. 무념무상(無念無想) 경지에 이르러야 득도한다던데 아직은 여러 생각 속에 갇혀 있으니 해탈은 턱도 없는 상상인가 보다. 이른 아침에 기침(起寢)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늙어가면 잠이 없어진다 그랬는데 잠이 늙음을 깨우고 확인하는 것 같다. 그것을 거부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고 청춘으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하루가 허락하는 더 많은 시간을 눈에 담아두라는 뜻일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랜다. 기억들을 생각 속에 각인시키는 일이 절실한 나이가 되었다. 이런 일을 위해서는 새벽 시간이 제격이다. 새벽 풍경은 흑백 무성영화 같다. 색조는 짙고 채도는 낮다. 어두운 화면 속에서 무엇인가 흐릿하게 움직이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풍경에서 음향을 제거하여, 되돌아보고 기억해 내는 일에 더 집중하라는 주문 같기도 하다. 살아서 숨 쉬는 동안, 기억을 위해 새벽을 깨우려 한다. 새벽은 경계와 같다. 하루의 저편 기억과 새로운 시작 사이의 경계이고, 온전한 어둠과 완벽한 밝음 사이의 경계다. 경계는 변화가 예정된 전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관찰했던 세상의 모든 역사가 전환기 역사였듯이 모든 오늘은 곧 새벽의 하루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새벽 시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겸허한 태도로 하루의 시간과, 사람이 살아가는 일과, 세상의 동작들을 보게 한다. 남아 있는 나날은 너그러움으로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 새벽인 것 같다. 이 산문집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 후 썼던 글들과 이전에 써두었던 글 일부를 다시 고쳐 실었다. 전략연구 구상에 출발이 되었던 생각들과 개인사(個人史) 곳곳에 숨어있던 기억들을 정리하였다. 교직 이후의 금단현상을 갖가지 설레발로 풀어내며 생각 정리에 애쓰는 원장의 분투 노력을 감내해준 연구원 식구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글을 쓰게끔 은근한 방법으로 나를 자극했던 조문환 부원장, 편집과 독자 역할을 동시에 해주었던 김선혜 홍보팀장에게 지면을 빌려 고마움을 기록해두고 싶다. 새벽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이 책의 출판으로 작은 대답을 대신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2022년 2월 도곡동에서 김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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