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당질제한식이란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 ADA에 따르면, 음식이 섭취되어 소화/흡수된 후, 당질은 100% 혈당으로 변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혈당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당질은 섭취 직후부터 급격하게 혈당치를 상승시켜서 2시간 이내에 대부분 흡수됩니다. 이것은 음식의 에너지(칼로리)와는 무관한 3대 영양소의 생리학적 특질입니다. 식사로 당질을 섭취했을 때에만 혈당치가 급상승하게 되어 인슐린이 대량으로 추가 분비됩니다. 지방을 섭취해도 인슐린의 추가분비는 생기지 않으며, 단백질을 섭취했을 때에는 극히 소량의 추가분비가 있을 뿐입니다.
현재, 당뇨병 치료에서 식후의 급격한 고혈당, 다시 말해 ‘글루코스 스파이크’가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식후 고혈당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의 합병증 위험인자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식후 고혈당을 일으키는 것은 3대 영양소 중에서 당질뿐입니다. 1g의 당질 섭취로 인해 체중 64kg인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치는 3mg/dL 상승합니다.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150g(252kcal)의 백미밥에 55.2g의 당질이 들어 있으므로 이것을 섭취하면 166mg/dL의 혈당 상승을 초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등심 스테이크 200g(약 1000kcal)을 먹어도 당질 함유량은 1g 미만으로 식후 혈당치를 거의 높이지 않습니다. 또한 1형 당뇨병의 경우, 1g의 당질 섭취는 체중 64kg인 사람의 혈당치를 5mg/dL 상승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질제한식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생리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가능한 한 당질섭취를 억제해서 식후 고혈당을 막는 것입니다. 쌀밥, 면류, 빵 등의 곡류나 근채류 등 당질이 많은 식품을 되도록 피하는 식사입니다. 아울러, 칼로리 계산은 원칙적으로 필요없지만 섭취 칼로리가 무제한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당뇨병 학회가 권장하는 것과 같은 엄격한 칼로리 제한은 필요하지 않지만, 신체 활동 레벨이 낮은 경우에는 후생노동성이 말하는 표준적인 범위에서 에너지 섭취를 하고, 신체활동 레벨이 낮은 남성의 경우는 1,850~2,250kcal, 여성은 1,450~1,700kcal를 기준으로 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타카오 병원에서 지도하고 있는 당질제한식의 경우, 하루 식사 전체에서 당질을 제한하면 총 칼로리 중 3대 영양소의 비율은 당질 12%, 단백질 32%, 지방 56% 정도가 되는데, 약에 의존하지 않고 신속한 혈당치 개선효과가 일어나며, 원활한 혈당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종래의 당뇨병 식사의 경우, 당질 60%, 단백질 20%, 지방 20%의 비율인 고당질식이기 때문에 하루 섭취 칼로리를 1200kcal로 제한해도 식후 고혈당이 반드시 일어나게 됩니다. 흰쌀밥과 등심 스테이크의비교로 분명해진 바와 같이, 고당질식으로 식후 고혈당을 막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대 영양소의 생리학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혈당조절 측면에서 종래의 고당질 치료식보다도 당질제한식이 유리합니다. 아울러 체중 감소, 체지방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에비던스 레벨이 높은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바 있습니다.
근래에 크게 주목받고 있는 식후 고혈당 방지, 혈당 변동폭 축소, 저혈당 예방에 있어서도 당질제한식은 발군의 효과가 있으며, 점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구미歐美에서는 다수의 에비던스가 있으며, 이미 당질제한식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서 인정하고 당질제한식이 공식적인 치료식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당뇨병 치료에 있어 일본에서도 당질제한식이 중요한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당질제한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루 당질섭취량 130g 이하의 식사요법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을 초과하는 양의 당질을섭취하는 식사요법을 당질제한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당질제한식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미국 당뇨병학회나 당질제한식의 선구자 중 한 분인 번스타인Richard K. Bernstein 의사도 ‘당질제한식이란 하루 당질섭취량 130g 이하인 식사요법’이라고 인식하였으며, 현시점에서는 이것이 당질제한식에 대한 정의라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주장하는 당질제한식의 특징이나 장점은 원칙적으로 ‘하루 당질량 130g 이하’의 식사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130g을 초과하는 당질을 섭취하는 식사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당뇨병 및 당질제한식에 관한 주된 연구나 지식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또한 타카오 병원에서 당질제한식을 10년여에 걸쳐 지도해온 경험이나 데이터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의료 관계자 여러분을 비롯하여 당질제한식에 대하여 보다 상세하게 알고자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 책의 내용은 저의 블로그 ‘닥터 에베의 당뇨병 일기’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해 왔던 강연회 내용이나 데이터를 가미하는 형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블로그도 5년 이상 경과하여 내용이 방대해졌습니다만, 이 책은 그 내용을 체계화한 것으로 블로그를 보실 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당질제한식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실시하기 위한 지침서로 꼭 활용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