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나는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저 한 잡지사의 기자로서 평탄한 삶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다소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위해 여행가로서의 길을 걸을 것인가. 한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고정적인 수입원이 떨어져 나갈 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무명의 여행작가에게 덥석덥석 원고를 청탁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이때 나는 유년 시절의 순수했던 꿈을 떠올렸다. 지구촌 곳곳을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여행가가 되겠다던......
결국 아내와의 오랜 협의 끝에 나는 다니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 후 전업을 선언한 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매우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적당한 긴장과 설렘 속에서 하루하루를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먼 훗날 '멋진 여행가'가 되어 있을 내 노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