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1970년대)만 해도 마르크스를 모르는 학생이 있다곤 생각조차 할 수 없었죠. 1991년 소련 붕괴라는 대사건을 맞아 ‘소련=마르크스’라는 아무리 봐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발상에 기초해 ‘마르크스는 죽었다’, ‘자본주의 만세’ 운운하며 떠드는 캠페인이 벌어졌습니다. 저보다 젊은 세대인 여러분은 아마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부터 갑자기 마르크스의 등장이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도저히 ‘만세’를 부를 만한 상황이 아니죠? 학교에서도, 취직해 일하면서도, 결혼해서도, 정치판을 봐도,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넘쳐납니다. 그 와중에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특히 청년 세대의 간절한 바람과 ‘아직 마르크스는 죽지 않았어!’라고 외치는 아저씨 아주머니 세대의 ‘가르침’이 이어진 것이 최근 마르크스가 작은 붐을 일으킨 계기라고 생각해요. 그럼, 카페에서 차라도 한잔 하면서 부담 없이 읽어 보시길.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의 자매편 『사회과학은 처음입니다만』을 한국의 여러분께 소개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오늘날 일본 사회는 세 가지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계와 대기업, 즉 돈의 힘이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는 외교나 경제 정책에서의 대미 종속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침략 전쟁과 제국주의를 긍정하는 시대착오적 사상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 사회 고유의 문제를 포함하여 21세기 자본주의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지금의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베 정권을 군사대국화로 내모는 힘은 단순하지 않다. 독자적인 세계 전략에 의거한 미국의 요청, 자유로운 활동 영역을 늘리려는 일본 재계의 염원, 군비 증강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려는 일본과 미국의 군사 및 우주 산업계의 노림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요청을 통째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일본의 전통과 역사를 오로지 야스쿠니 사관으로만 환원시킴으로써 강권을 휘두르는 아베 정권의 사상적 문제도 있다.”
“제 경우에는 ‘뭔가 신선한 관점이 없을까’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마르크스를 읽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찾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목전의 과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었어요. 말하자면 사물을 대담하게 분석하게 해주는 ‘큰 뜻’이나 ‘용기’를 얻는다는 점이 더욱 중요했지요. 내 나름대로 ‘사로잡힌 우리’에서 빠져나오는 ‘큰 뜻’이나 ‘용기’를 얻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