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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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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복숭아를 먹는 저녁>

복숭아를 먹는 저녁

제자리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는 붉은 여왕의 가설을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쾌속의 세상에서 붙잡히지 않는 마음의 소리들을 잡아두겠다고 허공을 휘젓던 손짓의 기록들을 세상에 방목한다. 변방을 떠도는 내 쓸쓸과 뜨거움을 앞서 보내고 천천히 따라가겠다. 적막이 그리웠다고는 적지 않는다. 지워지는 시간을 움켜쥐듯 물처럼 흘러가며 천천히 적어둔 나를 느릿느릿 읽어주시기를. 모처럼 거울을 들여다보며 가을 같은 나를 보고 웃겠다. 2024년 위례산 아래서 이순옥

슬픔도 기다려지는 때가 있다

때로는 목숨줄 붙잡고 있는 부표였다가 때로는 어깨에 짐 하나 더 얹어주는 지게였다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일로 가자고 낯설고 울퉁불퉁한 길 함께 걷다가 수시로 옆길로 빠져 혼자가 될 때마다 서럽고 쓸쓸하고 눅눅했다 너를 홀대하고 외면하던 배반의 시간들 시여 용서하시라 내가 너를 용서하듯이 깊은 가을 속에서

어쩌면, 내 얼굴

모란을 만나러 가는 길 길가에 엎드린 작은 목숨들의 숨소리와 만났다. 자꾸만 바닥을 들여다보고 뒤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모란은 어디에 피었는지 피기는 피는 것인지 발목을 휘감는 詩를 어르고 달래며 여기까지 왔다. 꽃 농사를 지었다. 작고 못생긴 것들이어서 더욱 버릴 수 없었다. 일으켜 세우고 일으켜 세워도 주저앉는 꽃들 때문에 나는 자주 아프고 쓸쓸했다. 내 꽃밭에 우후죽순으로 돋아난 오종종한 것들 바람결에 서로 얼굴 비비며 눈빛 반짝이는 꽃송이들에 내 얼굴을 부벼본다. 다시 길을 떠나면서 낮은 곳을 사랑하는 작은 것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지극히 아끼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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