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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김종균

최근작
2025년 3월 <모던데자인>

모던데자인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도시, 집과 물건의 모양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또 그럴 겨를도 없는 것 같다. 간혹 관심이 있어 디자인 서적을 펼쳐 보면 열에 아홉은 서구의 이론만 되풀이한다. 한때 지구를 지배한 종교의 폐단과 식민지 제국주의, 세상의 절반을 차지했던 사회주의, 자유를 향한 민중의 열망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양식만 훑는다. 멋들어진 화보집은 많은데 ‘읽을 책’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볼 만한’ 책이 아니라 ‘읽을 만한’ 디자인 역사책으로 기획했다. 유럽의 성당이 왜 빛나는지, 디자인이 왜 사회주의 산물인지, 현대 미술이 왜 난해하고 비싼지, 모던디자인이 왜 광기의 산물인지, 근대건축은 왜 유리와 콘크리트 덩어리인지, 가전제품은 왜 네모상자인지, 평소 생각해 보지 못한 주제를 끌어와 숨은 의미를 풀어놓는다. 이 책이 현대 예술과 건축, 디자인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쪽과 저쪽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늠해 보고,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 보라. 그러라고 역사를 공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전통을 없애버렸고, 곳곳에 국적 없는 건물을 남겨 놓았다. 뜬금없이 기와지붕을 쓴 건물이 현재까지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기하학적으로 힘을 준 기념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그곳에 왜 그런 모양의 조형물이 서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는 모더니즘이 만연했지만 뿌리가 없고 발전도 없었다. 한국 근대예술에는 왜 모두 추상 작가들뿐인지, 한국에서는 왜 세계적인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안 나오는지도 모른다. 모두 한국 디자인 역사는 아예 이야기하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일본 이야기만 한다. 흡사 나는 가난한 집 아이로 태어났는데, 옆 동네의 부잣집 아들의 족보를 꿰고, 그 집 아버지의 가훈을 익히며, 그 집안의 가풍을 따르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버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할아버지가 누구인지는 관심이 없지만, 부잣집에서 새로 산 물건과 새집은 늘 궁금해한다. 한편 부잣집 아버지가 과거에 술주정이 심하고, 정신분열증이 있고, 한때 공산주의자였으며, 동네에 소문난 폭력배였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잊어버렸다. 오직 현재 시점에 부자라는 사실만 주목한다. 이것이 한국 디자인의 현실이다. 세상 모든 역사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한국의 디자인사엔 밝은 면만 남아서 지면을 채우고 있었다. 이 책에선 어두운 면도 들춰내어 균형 잡힌 정보를 전하고 싶었다. 긴 예술의 역사를 한 권의 책에 욱여넣느라 놓치고 가는 부분도 많다. 여러 가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경우엔 가능하면 가장 대표성을 띠는 부분만 골라서 소개했다. 잘 알지 못하는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부실한 설명을 할까 염려되어 언급을 자제했다. 보통의 역사책은 학술적 뒷받침을 위해서 주렁주렁 각주가 달리고 인용문이 넘치지만, 그래선 잘 안 읽힌다. 그래서 장터 버전의 ‘이야기책’으로 꾸미고 글쓰기도 입말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제목도 모던디자인의 근대식 표현, ‘모던데자인’이라 붙였다. 대부분 서양의 이야기지만, 우리의 시선으로 풀이하려 노력했다. 모쪼록 이 책이 현대의 예술과 건축, 디자인을 보는 균형 잡힌 시선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쪽과 저쪽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늠해 보고, 미래를 위해서 이쪽에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라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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