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리는 사람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두운 방 한 칸 없이 살아왔다. 사방이 유리인 방에서 어둠을 한사코 밀어내며 살아왔다. 자면서도 불을 끄지 못했다. 엘이디 불빛을 가둔 내면, 스스로 발광해 왔다. 불현듯 오십 대, 그렇게 내 캐릭터는 만들어졌다.
밥알 한 알까지 꼭꼭 씹어 먹듯 맨발로 걸어 본다. 느린 보사노바 리듬으로 미워하지 말자 이제 미워하지 말아야지 하며, 몸에서 매일 태어나고 죽는 것들, 아침의 꽹과리 소리에 깨어나는 것과 함께 나는 여기 있다. 괴롭다는 착각 속에.
2023년 겨울 초입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고 나는 하나의 길을 선택해 왔다. 그때마다 ‘나’라는 벌거벗은 아상我相과 내가 입었던 옷이 서로 밀고 당겼다. 그게 나의 길을 만들었다. 작업복과 평상복을 구분하지 못하고 나는 살아왔다. 옷이 몸을 만들어왔다. 입었던 옷이 누더기가 되었다.
누더기에 진 빚이 찬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