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살던 집 마당에 작은 그네가 있었어요. 혼자 타는 그네보다 같이 타는 그네는 더 재밌었어요. 친구들이 많이 올라타면 그네는 더더 무거워지고 점점 느려졌지만, 웃음소리는 아주 많이 커졌어요. 그네는 가고 싶은 곳 어디든 데려다주었어요. “미국 가는 사람 올라타세요.”라고 하면 친구들은 우르르 올라탔고, “미국입니다. 내리세요.” 하면 우르르 내렸어요. 우리는 그네 위에서 수많은 놀이를 발명했어요. 그네만 타면 우리 집 마당은 가고 싶은 세계가 되고 우주만큼 커졌어요.
<그네>는 어린 시절 마당의 하늘과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만든 그림책입니다. 그네를 생각하면 아직도 흔들흔들 웃음이 나요.
하루는 인생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마주하는 다양한 사건들로 구성했습니다.
하루 속에서 나와 만나는 사람, 사물, 시공간과의 인연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나의 하루를 그림으로 펼쳐보니 내 인생에 찾아온 작은 사건들이 떠올랐습니다.
달리기가 느린 내가 운동회 때 결승선 위로 넘어져 꼴찌를 면했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아마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스탠드에 앉아 열심히 응원했던 엄마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다른 아이에게 양보하느라 그네 앞에 서 있기만 했을 때 갑자기 쏟아진 비에 놀이터 전부가 내 세상이 되었던 날,
지하철 타기를 좋아했던 아들과 종점역에 내려서 사 먹었던 붕어빵의 따뜻함,
벼룩시장에서 사 온 찢어진 바지를 어른이 될 때까지 입었던 딸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우리 모두의 하루>를 보며 나의 책 속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떠올리고,
나의 책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상상하며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 속 인물 중에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물들의 하루를 이야기로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그림책 보기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