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말고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이 깊어지면 더 깊은 곳으로
달려가기 일쑤였던 푸르고 푸른 날들
그러나 나와 시 사이에 전극이 번진다
나는 3인칭 관점에서
내 시를 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가 본 세계를 모두가 볼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이런 생각이 이런 시가 나를 이곳까지 이끌고 왔다
나의 이 대담한 웃음의 장치는
태어나기 전부터 설계한 조감도일 것이다
봄의 사계절의 어느 곳으로부터
2023년 2월
이 책을 쓰면서 글들은
나에게 커다란 눈송이로 와서
한 글자, 한 글자의 빈칸을 꽉 채워주고.
한 가지의 이야기에 온점을
달아놓을 때는 박하 향이 빛났다.
또 감미롭고 싱싱하기도 한
상큼한 정육각형의 얼음과자를 내주었다.
또 내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여주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문장과 그다음
문장으로 이끌고 가게 하는 힘은 컸었다.
무엇보다 내가 작가, 라는.
의미를 일깨워주고 잊지 않게 해 주었다.
나에게 이 계절은
어느 때보다 기쁨이 넘쳐났다.
글을 쓰면서도 쓰이는 시간이 좋았다.
시를 그리고 산문을
나의 그 모든 사랑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