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황의방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3년 6월 <사막의 고독>

시베리아

시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평평한 땅덩어리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는 우랄 산맥에서 동쪽으로 무려 9,600킬로미터나 태평양 연안까지 뻗어 있다. 남쪽은 산맥으로 둘러져 있지만 그 위로는 변변한 산도 없다. 거대한 강들─오브 강, 예니세이 강, 레나 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며 영구 동토층(툰드라)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면적이 1,280만 제곱킬로미터로, 알래스카를 합친 미국 본토보다 넓지만, 인구는 미국의 10분의 1인 3천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면적은 백 배가 넘지만 인구는 절반을 살짝 넘는 정도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땅이 무인지경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광대하고 신비스러운 미지의 땅이 소련의 개혁 개방 정책과 더불어 ‘개방’되었다. 《실크로드》를 쓴 대단한 여행작가인 콜린 더브런이 재빨리 이 길을 탐사하고 이 책 《시베리아》(원제 In Siberia)를 내놓았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99년이니, 한국에서는 소개가 다소 늦은 셈이다. 그가 시베리아를 탐사한 때는 공산 체제가 무너지고 아직 신(新)질서가 잡히지 않았던 옐친 대통령 시절이다. 주민들이 생활 터전을 잃고 불안해하고 생활도 어려워 불만이 대단했던 때였다. 단신으로 카메라도 없이 오지와 위험한 곳을 누비는 저자의 행선지를 대충 따라가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일가가 무참히 살해된 도시, 예카테린부르크다. 다음으로 라스푸틴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 들른 다음, 비행기로 1,000킬로미터를 날아 시베리아 동북단에 자리한 보르쿠타로 향한다. 이곳은 1920년대 초에 석탄이 발견되면서 수십만 명의 무고한 죄수들이 투입되어 강제노역을 하며 죽음을 맞은 곳이다. 이어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배되었던 옴스크를 거쳐 노보시비로스크에 이른다. 노보시비로스크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이 도시 남쪽 32킬로미터 지점에 아카뎀고로도크라는 목적 도시가 있다. 1950년대 중반 흐루쇼프가 야심적으로 건설한 과학센터 도시다. 이곳에서 고르노알타이스크, 파지릭, 키질을 거쳐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이르고, 이 도시에서 저자는 예니세이 강을 따라 극지로 가는 배에 오른다. 북극해에 면한 두딘카까지 갔다가 세계 최대의 민물 호수인 바이칼 호,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를 거쳐 노보셀렌긴스크, 스코보로디노를 지난 다음 아무르 강이 중국과 러시아를 갈라놓고 있는 알바진에 이른다. 이곳에서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길목에 한때 유대인 이주 도시로 기획된 비로비잔이 있다. 하바로프스크, 콤소몰스크, 야쿠츠크를 거쳐 오호츠크 해 연안의 악명 높은 콜리마 수용소가 있던 곳인 마가단에서 저자의 여정은 끝이 난다. 콜린 더브런의 특기 중 하나는 여행하면서 만난 현지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괴승 라스푸틴 흉내를 내는 주정뱅이도 만나고, 수용소에서 한평생을 보냈으면서도 스탈린을 원망하지 않는 노파,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젊은이,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과학도시의 행정 책임자, 우리나라의 무당과 흡사한 샤먼 등 여러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더브런은 러시아가 당면한 문제와 러시아의 미래를 가늠해보려고 애쓴다. 더브런이 만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직장이 없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금은 빵 한 덩어리밖에 사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스탈린 시대, 브레즈네프 시대가 차라리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인 탓도 있겠지만, 자유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브런이 집요하게 찾으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종교와 신앙이다. 공산주의라는 ‘신앙’이 붕괴된 시대, 러시아를 받쳐줄 토대는 또다른 신앙일 것이라고 더브런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80년의 공백이 있었을까 의심될 정도로 종교들─러시아 정교, 기독교, 토속신앙, 불교 등─이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을 더브런은 목격한다. 러시아 정교가 정립될 무렵 분리되어나온 옛 신자들에 대해서도 더브런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더브런이 중점적으로 찾은 곳은 옛 수용소들이다. 보르쿠타, 콜리마 등 수백만 수천만의 죄수들(이라고는 하나, 대다수는 무고한 사람들이었다)이 투입되어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지쳐 죽어가면서 석탄이나 금을 캐던 강제노동 수용소들이 있던 곳을 그는 끈질기게 탐사한다. 솔제니친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수용소에서 6천만 명이 무참히 죽어갔다고 한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나치의 유대인 학살보다 더 끔찍한 학살이 스탈린에 의해서 소련에서 자행되었던 것이다.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왔으면서도 공산 체제, 스탈린을 옹호하려고 애쓰는 한 노파가 6천만 명이 죽었다는 솔제니친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보다는 적은 2천 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더브런이 그 싹을 보고 우려했던 대로 러시아는 이제 독재자와 그 집단의 사생아들인 암흑가의 마피아가 권력과 부를 농단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는 때가 마침 한여름인지라, 독자들이 이열치열이 아니라 시베리아의 엄동설한으로 제대로 한더위를 이기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번역자는 자위한다.

실크로드

단순히 여행을 좋아한다고 여행가라는 호칭을 가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여행기 몇 권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해야 그런 호칭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겁 없이 모험에 뛰어드는 용기,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해박한 지식, 그리고 치밀한 정보 수집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훌륭한 여행가가 되어 훌륭한 여행기를 써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콜린 더브런은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훌륭한 여행가다. 그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치밀한 준비, 그리고 끈질기고 용감한 추적 의지는 찬양받아 마땅하다. 역자로서는 그의 문장마저 간명하고 분명해서 번역하기 좋았더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실크로드는 세계 최고(最古)의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비단이 교역되던 세계 최고(最古), 최장(最長)의 교역로다. 기원전 수천 년에 이미 동서양을 이어주던 문화의 통로이기도 하다. 실크로드가 교역로로서 빛을 잃게 된 것은 나침반의 발명으로 해상 교통이 발달하면서부터다. 지금은 항공교통까지 발달했으니 실크로드의 교역로로서의 가치는 더욱 줄어들었을 터다. 저자는 중국 시안을 출발해서 터키의 안티오크까지 1만 2천 킬로미터 가까이 되는 길을 여행했다. 그는 시안의 비림(碑林)에서 네스토리우스파 신부 알로반의 행적을 새긴 비석을 찾아내고(당나라태종이 이방의 종교 기독교를 수용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항복한 로마 군단 장병들의 후예를 찾기 위해 중국 서부의 오지 마을을 헤매기도 한다. 마침 그 무렵 사스(SARS)가 중국에 번져, 가는 곳마다에서 검문을 당하다가 결국은 격리수용되고 만다. 이 수용소에서 만난 타클라마칸의 오지 마을 청년을 통해 저자는 그곳 오지에도 인터넷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그는 이동전화로 약혼녀와 대화를 나누는 청년을 만나기도 하고, 이란에서는 무슬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성소 안으로 몰래 들어가 종교적 열정으로 광란상태에 빠진 사람들 속에 섞이기도 한다. 테헤란의 팝 화가를 만나기도 하고, 이란의 여대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이 불법으로 설치된 접시 안테나를 통해 서방의 문화와 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는 또 암살단 종파의 근거지 유적을 찾아 험한 산속을 헤매기도 한다. 암살단 종파는 하산이라는 사람이 11세기에 창설한 이슬람의 이단 종파로, 험한 산 계곡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암살단을 각지로 파견해서 자기네들이 보기에 제거해야 할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을 암살했다. 그들은 150년 동안이나 이런 무시무시한 암살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들은 산속에 멋진 정원을 차려놓고 그곳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젊은 여자들과 즐겼다고 한다. 그들은 하시시(대마초)에 취했다고 해서 하샤신(hashashin)이라고 불렸는데 여기서 암살자(assassin)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들의 근거지를 함락시키고 파괴한 사람들이 몽골 군이라고 한다. 몽골의 정복이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저자의 여행은 지중해에 면한 터키의 항구 안티오크에서 끝난다. 실크로드의 종점(혹은 시점)이었던 이 도시는 서양에서 한때 로마와 알렉산드리아 다음가는 인구 50여 만의 대도시였다. 저자는 실크로드의 빛과 그림자를 이 쇠락한 도시에서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장엄한 역사의 조락이다. 2003~2004년에 걸쳐 총 240여 일간 진행된 그의 여정(사스 바이러스가 한창 창궐하던 해 봄에 여행을 시작하여 북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전투로 인해 중단되었다가 이듬해 같은 계절에 계속된다)은 낙타, 택시, 트럭, 달구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발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이 여정을 통해 중국 서부에서 로마 군단의 자취를 찾았고, 켈트족의 미라를 직접 보기도 했다. 1만여 킬로미터의 그의 긴 여정은, 역사는 인간들 자신과 그들의 삶의 지속이라는 것, 소통에 대한 인간의 의지는 의외로 강하다는 것, 권력의 통제가 아무리 강해도 세계는 어떻든 서로 소통한다는 것(오늘날에는 인터넷과 위성방송 등 소통 수단이 발달해서 소통을 억제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특히 젊은이들은 세상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 등을 생생하면서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던 그의 이 기록에 의해, 13세기의 마르코 폴로의 실크로드는 이제 21세기의 콜린 더브런의 실크로드가 되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