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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지수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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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쌀례 이야기 2>

[세트] 쌀례 이야기 - 전2권

- 다시 차려진 ‘쌀례’의 밥상 - 안녕하세요? 새 단장 하고 나온 ‘쌀례’ 덕에 다시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5년 구정을 앞두고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잘 견디고 계신가요? 차가운 날씨 덕분에 따뜻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이 칼칼할 때 마시게 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입이 심심하다 할 때 묵은 김치 종종 썰어 엄마가 지져 주신 따끈따끈 김치전. 외출하다 들어온 동생이 건네주는 뜨뜻한 붕어빵 봉지, 종이컵에 받아 홀홀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는 어묵 국물…… 모두 어찌나 고마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부엌에서 맡게 되는 밥 익어 가는 냄새가 아닐까 싶어요. 짜장면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좋지만 밥이 익어 갈 때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정말이지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밥은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밥을 잘 하진 못해요. 전자 밭솥이 아닌 그냥 압력솥 밥은 바람 불면 날아갈 만큼 되거나, 질거나, 밑바닥을 태우거나 하죠. 어쩌면 그래서 밥 잘 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지을 때 쌀을 어느 만큼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저와는 달리 커다란 무쇠솥에 척척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쌀례의 모습을 쓰면서 나름 대리 만족을 느꼈지요. 그리고 그녀가 커다란 솥에 딱 알맞게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사람들에게 먹이는 만큼이나 쓰면서 즐거웠던 장면은 쌀례가 지은 밥을 행복하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선재는, 그리고 찬경이는 쌀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운을 찾아갑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없이 그저 그녀가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에 그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허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분명 작은 위로는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작은 위로. 그것이 제가 밥 잘 짓는 여자를 쓰면서 전하고 싶던 첫 번째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그 밥처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근현대사 시대물을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지는 무수한 남녀들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슴 아픈 이별도 좋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 기쁜 재회를 이루는 커플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어요.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사랑하는데 본의 아닌 시대적 사정 때문에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늙어 가는 것보단 소설에서일망정 한 쌍 정도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설레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전쟁이 나도 무쇠솥에서 밥하길 멈출 수 없었고, 이별을 해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습니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잘 떠서 밥상에 내놓듯이, 저는 지금 설레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쌀례 이야기 1

- 다시 차려진 ‘쌀례’의 밥상 - 안녕하세요? 새 단장 하고 나온 ‘쌀례’ 덕에 다시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5년 구정을 앞두고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잘 견디고 계신가요? 차가운 날씨 덕분에 따뜻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이 칼칼할 때 마시게 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입이 심심하다 할 때 묵은 김치 종종 썰어 엄마가 지져 주신 따끈따끈 김치전. 외출하다 들어온 동생이 건네주는 뜨뜻한 붕어빵 봉지, 종이컵에 받아 홀홀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는 어묵 국물…… 모두 어찌나 고마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부엌에서 맡게 되는 밥 익어 가는 냄새가 아닐까 싶어요. 짜장면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좋지만 밥이 익어 갈 때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정말이지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밥은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밥을 잘 하진 못해요. 전자 밭솥이 아닌 그냥 압력솥 밥은 바람 불면 날아갈 만큼 되거나, 질거나, 밑바닥을 태우거나 하죠. 어쩌면 그래서 밥 잘 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지을 때 쌀을 어느 만큼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저와는 달리 커다란 무쇠솥에 척척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쌀례의 모습을 쓰면서 나름 대리 만족을 느꼈지요. 그리고 그녀가 커다란 솥에 딱 알맞게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사람들에게 먹이는 만큼이나 쓰면서 즐거웠던 장면은 쌀례가 지은 밥을 행복하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선재는, 그리고 찬경이는 쌀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운을 찾아갑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없이 그저 그녀가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에 그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허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분명 작은 위로는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작은 위로. 그것이 제가 밥 잘 짓는 여자를 쓰면서 전하고 싶던 첫 번째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그 밥처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근현대사 시대물을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지는 무수한 남녀들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슴 아픈 이별도 좋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 기쁜 재회를 이루는 커플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어요.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사랑하는데 본의 아닌 시대적 사정 때문에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늙어 가는 것보단 소설에서일망정 한 쌍 정도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설레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전쟁이 나도 무쇠솥에서 밥하길 멈출 수 없었고, 이별을 해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습니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잘 떠서 밥상에 내놓듯이, 저는 지금 설레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쌀례 이야기 1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외할머니는 열세 살의 나이로 스물 초반의, 그 당시 마을 최고의 꽃미남이셨다는 외할아버지와 혼인하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 장녀로 출생하신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의 아버님처럼 후리후리하고 멋진 남정네는 동리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을 사진으로도 뵌 적 없는 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어린 새신부가 잘생긴 연상 청년에게 시집갔다는 그 모습이 손녀딸의 머릿속에서 연분홍 상상의 나래를 폈지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바로 《쌀례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아명, 어린 신부가 미남 청년에게 시집갔다…… 정도의 큰 틀에 쌀례와 선재가 함께 야반도주하는 장면 등, 실제 두 분이서 겪으셨던 약간의 실존 에피소드와 다량의 창작을 씨실과 날실 엮듯 만든 픽션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쌀례만큼은 아니어도 열세 살에 족두리 쓰고 유부녀가 되신 할머니의 삶도 꽤 흥미진진하여서 시어머니 되시는 외증조모께서 새신부 머리도 빗겨 주시고, 콧물 흘리면 치마폭으로 코도 닦아 주면서 막내며느리를 키우셨다고 해요. 어머니께 어린 새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녀인 주제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요. ―귀엽군. 따져보면 우리나라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이고, 어린 소녀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등 떠밀리듯 치른 혹독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어린 새색시였던 외할머니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으면서 그 어두운 시절이 누군가에겐 빛나는 청춘의 한 자락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들들 딸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고, 어린아이들이 일본 비행기와 미군 비행기 엔진소리를 구별해야 하고, 조상을 받드는 제기에, 여자들 비녀까지 모두 빼앗기던 그 시절, 그래도 사랑하고 혼인하고 인연 맺고 슬퍼하고…… 살면서 거쳐 가는 것들은 다 하고 산 시절이기도 했다고 말입니다. 할머님의 일은 제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야기 속 쌀례가 그 시절을 버틴 건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들’과 ‘밥’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도 제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맑은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을 한 술 크게 넣으시고 아삭한 열무김치를 얹어 정말 맛나게 진지 드시던 외할머니의, 또 다른 쌀례 씨의 모습이랍니다. 사실 이 쌀례는 제가 정신적으로 참 배고팠을 때 지은 이야기입니다. 그해 봄에 배고픈 제 머릿속에서 ‘밥 좋아하는 여자’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가 동시에 떠올랐는데(주식과 후식이 동시다발로) 더 밝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 쪽을 먼저 시작하다 보니 밥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를 끝내기까지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연애물밖에 못 쓰는 사람이 어려운 시절을 배경으로 또 연애물을 써서 그 혹독한 시기를 꿋꿋이 버틴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만, 오랜 시간 끌어온 이야기 한 장이 끝을 맺고 보니 개인적으로 시원섭섭하네요. 오랜 세월 기다려 준 쌀례와 선재, 찬경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 이야기의 시작을 들려주신 엄마, 고맙습니다. 할머니도 참 많이 뵙고 싶고요. 그리고 전자책 때부터 지켜봐주시고 따끔한 서평 주신 양파북 독자님들, 리뷰팀, 전주예 팀장님을 비롯, 테라스북, (주)가딘미디어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주셨기에 이 긴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밥 좋아하는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용인에서 수현 드립니다.

쌀례 이야기 2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외할머니는 열세 살의 나이로 스물 초반의, 그 당시 마을 최고의 꽃미남이셨다는 외할아버지와 혼인하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 장녀로 출생하신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의 아버님처럼 후리후리하고 멋진 남정네는 동리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을 사진으로도 뵌 적 없는 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어린 새신부가 잘생긴 연상 청년에게 시집갔다는 그 모습이 손녀딸의 머릿속에서 연분홍 상상의 나래를 폈지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바로 《쌀례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아명, 어린 신부가 미남 청년에게 시집갔다…… 정도의 큰 틀에 쌀례와 선재가 함께 야반도주하는 장면 등, 실제 두 분이서 겪으셨던 약간의 실존 에피소드와 다량의 창작을 씨실과 날실 엮듯 만든 픽션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쌀례만큼은 아니어도 열세 살에 족두리 쓰고 유부녀가 되신 할머니의 삶도 꽤 흥미진진하여서 시어머니 되시는 외증조모께서 새신부 머리도 빗겨 주시고, 콧물 흘리면 치마폭으로 코도 닦아 주면서 막내며느리를 키우셨다고 해요. 어머니께 어린 새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녀인 주제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요. ―귀엽군. 따져보면 우리나라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이고, 어린 소녀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등 떠밀리듯 치른 혹독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어린 새색시였던 외할머니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으면서 그 어두운 시절이 누군가에겐 빛나는 청춘의 한 자락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들들 딸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고, 어린아이들이 일본 비행기와 미군 비행기 엔진소리를 구별해야 하고, 조상을 받드는 제기에, 여자들 비녀까지 모두 빼앗기던 그 시절, 그래도 사랑하고 혼인하고 인연 맺고 슬퍼하고…… 살면서 거쳐 가는 것들은 다 하고 산 시절이기도 했다고 말입니다. 할머님의 일은 제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야기 속 쌀례가 그 시절을 버틴 건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들’과 ‘밥’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도 제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맑은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을 한 술 크게 넣으시고 아삭한 열무김치를 얹어 정말 맛나게 진지 드시던 외할머니의, 또 다른 쌀례 씨의 모습이랍니다. 사실 이 쌀례는 제가 정신적으로 참 배고팠을 때 지은 이야기입니다. 그해 봄에 배고픈 제 머릿속에서 ‘밥 좋아하는 여자’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가 동시에 떠올랐는데(주식과 후식이 동시다발로) 더 밝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 쪽을 먼저 시작하다 보니 밥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를 끝내기까지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연애물밖에 못 쓰는 사람이 어려운 시절을 배경으로 또 연애물을 써서 그 혹독한 시기를 꿋꿋이 버틴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만, 오랜 시간 끌어온 이야기 한 장이 끝을 맺고 보니 개인적으로 시원섭섭하네요. 오랜 세월 기다려 준 쌀례와 선재, 찬경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 이야기의 시작을 들려주신 엄마, 고맙습니다. 할머니도 참 많이 뵙고 싶고요. 그리고 전자책 때부터 지켜봐주시고 따끔한 서평 주신 양파북 독자님들, 리뷰팀, 전주예 팀장님을 비롯, 테라스북, (주)가딘미디어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주셨기에 이 긴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밥 좋아하는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용인에서 수현 드립니다.

쌀례 이야기 2

- 다시 차려진 ‘쌀례’의 밥상 - 안녕하세요? 새 단장 하고 나온 ‘쌀례’ 덕에 다시 새로 인사드립니다. 이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15년 구정을 앞두고 있어요. 여러분은 추운 겨울 잘 견디고 계신가요? 차가운 날씨 덕분에 따뜻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면서 저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목이 칼칼할 때 마시게 되는 따뜻한 보리차 한 모금, 입이 심심하다 할 때 묵은 김치 종종 썰어 엄마가 지져 주신 따끈따끈 김치전. 외출하다 들어온 동생이 건네주는 뜨뜻한 붕어빵 봉지, 종이컵에 받아 홀홀 마시면 속이 따뜻해지는 어묵 국물…… 모두 어찌나 고마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것은 부엌에서 맡게 되는 밥 익어 가는 냄새가 아닐까 싶어요. 짜장면 냄새도, 된장찌개 냄새도 좋지만 밥이 익어 갈 때 풍기는 구수한 냄새는 정말이지 근사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밥은 좋아하지만 글쓴이는 밥을 잘 하진 못해요. 전자 밭솥이 아닌 그냥 압력솥 밥은 바람 불면 날아갈 만큼 되거나, 질거나, 밑바닥을 태우거나 하죠. 어쩌면 그래서 밥 잘 짓는 여자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밥 지을 때 쌀을 어느 만큼 넣어야 하는지 아직도 알쏭달쏭한 저와는 달리 커다란 무쇠솥에 척척 밥을 지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는 쌀례의 모습을 쓰면서 나름 대리 만족을 느꼈지요. 그리고 그녀가 커다란 솥에 딱 알맞게 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사람들에게 먹이는 만큼이나 쓰면서 즐거웠던 장면은 쌀례가 지은 밥을 행복하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할 때였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선재는, 그리고 찬경이는 쌀례가 지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기운을 찾아갑니다. 별다른 위로의 말없이 그저 그녀가 정성들여 지은 밥 한 그릇에 그들은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허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따뜻한 밥 한 그릇에 완전히 사라지진 않더라도 분명 작은 위로는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작은 위로. 그것이 제가 밥 잘 짓는 여자를 쓰면서 전하고 싶던 첫 번째 주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또 그 밥처럼 따뜻한 사랑 이야기도 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접한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근현대사 시대물을 보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지는 무수한 남녀들 이야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가슴 아픈 이별도 좋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 기쁜 재회를 이루는 커플 이야기도 써보고 싶었어요. 사별이든 생이별이든 사랑하는데 본의 아닌 시대적 사정 때문에 평생 그리워만 하면서 늙어 가는 것보단 소설에서일망정 한 쌍 정도는 다시 만나 서로에게 설레고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전쟁이 나도 무쇠솥에서 밥하길 멈출 수 없었고, 이별을 해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 여자 쌀례의 이야기를 다시 들고 왔습니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잘 떠서 밥상에 내놓듯이, 저는 지금 설레고 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쌀례 이야기 세트 - 전2권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외할머니는 열세 살의 나이로 스물 초반의, 그 당시 마을 최고의 꽃미남이셨다는 외할아버지와 혼인하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 장녀로 출생하신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당신의 아버님처럼 후리후리하고 멋진 남정네는 동리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을 사진으로도 뵌 적 없는 저는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어린 새신부가 잘생긴 연상 청년에게 시집갔다는 그 모습이 손녀딸의 머릿속에서 연분홍 상상의 나래를 폈지요. 그렇게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바로 《쌀례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의 이름과 아명, 어린 신부가 미남 청년에게 시집갔다…… 정도의 큰 틀에 쌀례와 선재가 함께 야반도주하는 장면 등, 실제 두 분이서 겪으셨던 약간의 실존 에피소드와 다량의 창작을 씨실과 날실 엮듯 만든 픽션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 쌀례만큼은 아니어도 열세 살에 족두리 쓰고 유부녀가 되신 할머니의 삶도 꽤 흥미진진하여서 시어머니 되시는 외증조모께서 새신부 머리도 빗겨 주시고, 콧물 흘리면 치마폭으로 코도 닦아 주면서 막내며느리를 키우셨다고 해요. 어머니께 어린 새신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손녀인 주제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었지요. ―귀엽군. 따져보면 우리나라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이고, 어린 소녀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등 떠밀리듯 치른 혹독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요, 어린 시절 엄마에게서 어린 새색시였던 외할머니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으면서 그 어두운 시절이 누군가에겐 빛나는 청춘의 한 자락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아들들 딸들은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고, 어린아이들이 일본 비행기와 미군 비행기 엔진소리를 구별해야 하고, 조상을 받드는 제기에, 여자들 비녀까지 모두 빼앗기던 그 시절, 그래도 사랑하고 혼인하고 인연 맺고 슬퍼하고…… 살면서 거쳐 가는 것들은 다 하고 산 시절이기도 했다고 말입니다. 할머님의 일은 제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겠지만 이야기 속 쌀례가 그 시절을 버틴 건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들’과 ‘밥’ 덕분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도 제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것은 맑은 콩나물국에 따뜻한 밥을 한 술 크게 넣으시고 아삭한 열무김치를 얹어 정말 맛나게 진지 드시던 외할머니의, 또 다른 쌀례 씨의 모습이랍니다. 사실 이 쌀례는 제가 정신적으로 참 배고팠을 때 지은 이야기입니다. 그해 봄에 배고픈 제 머릿속에서 ‘밥 좋아하는 여자’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가 동시에 떠올랐는데(주식과 후식이 동시다발로) 더 밝은 케이크 좋아하는 여자 쪽을 먼저 시작하다 보니 밥 좋아하는 여자 이야기를 끝내기까지 그 뒤로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연애물밖에 못 쓰는 사람이 어려운 시절을 배경으로 또 연애물을 써서 그 혹독한 시기를 꿋꿋이 버틴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만, 오랜 시간 끌어온 이야기 한 장이 끝을 맺고 보니 개인적으로 시원섭섭하네요. 오랜 세월 기다려 준 쌀례와 선재, 찬경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 이야기의 시작을 들려주신 엄마, 고맙습니다. 할머니도 참 많이 뵙고 싶고요. 그리고 전자책 때부터 지켜봐주시고 따끔한 서평 주신 양파북 독자님들, 리뷰팀, 전주예 팀장님을 비롯, 테라스북, (주)가딘미디어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주셨기에 이 긴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밥 좋아하는 한 여자와 그녀를 사랑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여러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용인에서 수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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