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노래는 죽지 않는 메아리요, 치솟는 불길이다. 비록 누더기를 입고 벌판에 설지라도 시인은 겉꾸미는 자의 황금옷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시인은 본디 한 잎의 풀, 한 소리의 울음으로 태어난 몸이요, 제 나라 흙에 뿌리박고 태어난 여리고도 강한 풀잎의 울음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여든살 고개를 넘으며 아홉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다. 그동안 적지 않이 힘든 고비를 넘겼으나, 그럴 때마다 나를 세워준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시 한편을 쓰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과, 저 아득한 곳에서 나를 지켜봐주시는 오직 한분의 스승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할 말이 뭐가 남았겠는가. 시를 쓴다는 것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힘든 작업에 비해 소득이 적은 예술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이제껏 불평한 적이 없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동, 유일한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준 여러 독자와 벗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2013년 초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