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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방현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4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익산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3년 9월 <코인>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사람은 누구나 낯선 피를 가진 사람을 접하면 본능적으로 경계한다. 상대방이 완전히 꼬리를 내리지 않으면 내 영역을 침범하고 내 소유를 빼앗길까봐 과도하게 공격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유전자에게 매혹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공격성을 억누르고 피를 섞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오직 에로티즘뿐이다. 하지만 에로티즘을 통해 피를 섞었다 해도 경계와 배척이 완전히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낯선 피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은 피에 새겨진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과 배신은 계속된다.

달을 쫓는 스파이

한 겨울 이틀 동안 깜빡 잊고 베란다 문을 닫지 않고 잔 적이 있다. 오랫동안 키워 온 영산홍이 꽁꽁 얼어 버렸다. 쩍 갈라진 화분을 내려다보며 망연히 앉아 있는다. 그리고 영산홍에게 조그맣게 말한다. 밤늦도록 소설 쓰느라 잊었다, 라고. 그 핑계는 꽁꽁 얼어 버린 영산홍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아니, 내게만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소설 쓰느라 잊고 있었던 게 어디 영산홍 하나뿐일까? ('작가의 말'에서)

동냥그릇

타인에게서 조금 떨어지고, 나 자신에게서도 조금 떨어져 바라 볼 일이다. 그러면 여기 실린 이 모든 글들이 나를 풍자하고, 나를 비유하고, 내 모습을 해학적으로 비틀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테고, 우리 모두는 삶의 작은 상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별은 멀리 있어도 똑같이 밝게 빛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p.6

바빌론 특급우편

내게 비정상인은 정상인이 되고 정상인은 비정상인이 된다. 그러므로 내게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은 아무 소용이 없다. 비정상인인 주제에 허술하기까지 하면 내겐 금상첨화가 된다. 그들과 나는 아주 잘 교류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

사랑과 일에서 냉소적이려고 애쓰지만 결국 그건 실패를 가볍게 포장하려는 것에 불과한, 씁쓸하고도 서글픈 젊은이들. 인생에서 가장 확신에 넘쳐야 할 시기, 그 시기에 사랑과 일에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젊은이란 무엇일까. 그런 젊은이에게 영혼이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무엇일까. 있긴 있으되 존재감조차 희미해서 자기 자신도 알아볼 수 없는 무엇일까. 가족 관계에서의 약자가 사회적 관계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며 심지어 연인 사이에서도 약자의 입장에 놓이게 되는데 이런 젊은이들이 느끼는 일상적 분노와 뿌리 깊은 분노를 생각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 강자에게 약자의 분노는 전혀 치명적이지 않다. 약자는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지만 실제로는 누구에게도 영행을 미치지 못하는 발길질을 하는 것뿐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바라봐야 하는 무능한 영혼의 아픔을 그리고 싶었다.

타오르다

하나의 단어에 강렬한 의미가 응축되어 있음을 느낄 때, 몹시 놀랍기도 하고 몹시 슬프기도 하다. 이런 뜻을 응축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얽혔을 인간의 삶이 애틋하다. 하나의 글자는 인류의 족적을 축약한다. 내가 종종 자전(字典)을 찾는 이유이다. 그렇게 눈길이 멎은 게 타다, 라는 단어였다. 타다, 라는 말에는 단순하게 훑어봐도 무려 열여섯일곱 개의 의미가 담겨 있다. 손을 타다, 기회를 타다, 가을을 타다, 마음이 타다 등, 대체로 과잉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의미를 담게 되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어땠겠는가. ‘타다’ 연작을 마치고 ‘지다’라는 말을 생각했다. 짐을 지다, 라고 할 때의 질 ‘부(負)’자에 관한 것이다. 이 질 부 자는 ‘짐을 지다’로도 쓰이고, ‘싸움에 지다’로도 쓰이고, 심지어 배신을 뜻하는 ‘저버리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어쩌다가 누군가의 삶을 짊어지는 의미로 쓰던 ‘지다’ 라는 말이 누군가를 저버린다는 말로도 쓰이게 되었을까. ‘등’을 보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말이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가지고 또 두 편의 소설을 썼다. 그리고 ‘지다’라는 말의 종착지는 숨지다가 아닐까 싶어 숨진 삶에 대한 소설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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