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이름:박상순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1년 8월 <정병규 사진 책>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시는 그것을 말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이 말해지는 언어이다. ‘나’를 무너뜨리면서도, 어떤 희망도 미래도 없는 ‘나’를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는 생존이다.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다시 또 봄이 오고 진달래건 철쭉이건, 은행이건 참외건 다 뒤집어 증오로 슬픔으로 귀신같이 섞어버린 뒤에도 죽지 않는 나의 봄. 그런 나의 봄을 보는 것은 나의 몸. 그런 나의 몸을 보는 것은 나의 봄. 그런 몸의 봄과, 봄의 몸 바닥에서 내 청춘을 마감하고, 차마 죽지 못한 내 몸에 죽음을 선언하는 시여. 뒤엉킨 내 청춘의 가시줄기를 거세하여 나를 사실의 세계에서 진실로 살게 하는 극사실의 섬세함이여. 언어여.

밤이, 밤이, 밤이

2017년 6월, 나는 프랑스 파리의 길거리 카페에 있다. 실내에도 자리는 있지만, 카페의 손님들 대다수는 실내를 등지고 거리를 향해 앉아 있다. 카페 앞 도로는 좁다. 그래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카페의 탁자, 바로 앞으로 지나간다. 나 역시 실내를 등진 채 앉아 커피를 주문한다.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분주하다. 혹시 누군가에게는 이 카페에 있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나에게 자유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낯선 곳에 대한 새로움도 자유도 느낄 수 없다. 떠나온 곳이 그리운 것도 아니고, 내가 앉아 있는 이 길거리 카페의 환경이 어색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오늘의 내가 걱정이고, 내일의 내가 걱정이다. 그래도 하늘은 맑다. - 에세이 「그의 카페」

슬픈 감자 200그램

슬픈 도구가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봄날을 그리고 싶다. 나의 도구는 구체적이거나 실재적인 것을 통해 더 구체적이거나 더욱 실재적인 것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에 이 길을 선택했던 이유처럼, 나의 도구는 언어이고, 이미지와 소리와 문자이고, 나 자신이고, 문제인, 오래된, 낡은 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인 나 자신만의 미미한 독자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미한 개인에게도 사실이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가슴에 묻어두고 가야 하는 것 또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때로는 참이, 거짓이나 침묵, 헛것들을 만나 진실이 된다. 나에게 사건과 행위, 동작이나 동세는, 진실을 비껴서는 것이기도 하지만 뒤집고, 버리고, 되돌아서는 작용점으로써 실재적인 곳으로 도구를 끌고 가려는 마음과 같다. 하나의 작품은 발단의 연유나 종결의 의미를 넘어서는 곳에 있다. 그러나 세상은 지각이나 감각 또는 인지의 결과와는 다른 것일 수 있고, 나는 그 한계 안에 있다. 허구처럼 보이는 사건들과 이미지로서의 환영을 교차하면서, 미미한 나의, 문제와, 절박하게, 침통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대면하고자 했지만, 더 즉물적으로 그것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어떠한 의미도 배제해야 한다. 문제들은 즉물적인 것들을 통해 마침내 미적으로 환상을 만들며 소멸한다. 따라서 그런 즉물성을 통해 구조에서 구축으로, 시선에서 포착으로의 이동이 필요하지만 나의 도구는 아직, 거리보다는 관계에 놓여 있다. 그래서 아직은 상황과 감정이 햇빛 속의 먼지처럼 떠돈다. 언어. 공간을 여는 길은 경계의 확장이나 출구를 통한 방법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확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시선이나 표현을 넘어서는 시적 대상이나 상황을 현재와 같은 고정된 무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대상의 동태를 내 안에 옮겨, 다시 바깥과 잇는 과정에서의 호흡과 박동의 차이, 잡음에 관한 것들. 그리고, 매체가 경직된 내용을 생성하기 전에 방향의 역전을 꾀했지만, 의미를 단순하게 확정하는 경향을 가진 구체제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심란하다. 그런 심란함은 자연을 차용하거나 정서적 상황에 머물게 한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라리 의지나 욕망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떠돌거나 격동하는, 내 심장에 박힌 기억을 열고, 두려움을 감춘 채 세상의 맞은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들도 가볍게 날려 보내는, 그런 봄날뿐인 봄날을 만들 수 있을까. 주어진 기회라고는 단지 예술밖에 모르는 미미한 크기의 나는, 그래도 이 세상에 한 점으로서나마 잠깐의 숨을 쉬며, 그 숨으로 오늘은 겨우 200그램짜리 감자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것이 유동이나 불확정성에 관한 포착, 연결 구조를 열면서도 위에서 닫아버리는 구축이라면 좋겠다. 그래서 내일 오후쯤에는, 나의 언어가 예술적 기술과 비장함을 딛고, 맑고 투명한, 또는 어둡고 칙칙한, 그런 등등의 물체를 가진, 햇빛 속의 하루로 바뀐다면 좋겠다. 더 어려운 일이지만 그 반대로도 늘 가능하다면 좋겠다. 당나귀, 기린, 대장, 좀 이쁜 누나, 고독, 고래, 시금치에게 미안하다. 아직은 밤이니 내일 정오까지는 우리 모두, 무사할 것이다.

Love Adagio

시는 가나다, 숫자,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다. 다만, 첫 시는 짧게 마지막은 '마지막'이니까.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