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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표명희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대한민국 대구

직업:소설가

최근작
2024년 2월 <소설의 첫 만남 11~20 세트 - 전10권>

3번 출구

언젠가 나는 곱창을 씹으며, 내 소설도 이런 뒷고기 운명을 닮았으면, 하는 생각을 떠올린 적이 있다. 한 생명체의 마지막 허드렛일을 도맡음으로써 몸을 정화시켜주는, 정작 자신은 군내를 풍길지언정 온몸에 활기를 불어넣고 향취가 살아나게 해주는, 주목받지 못하는 운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제 일을 해내는 그런 역할이 빛나 보였던 것이다. 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작품, 오래오래 질기고 튼튼하게 살아남는 작가. 그 두 가지를 나는 동시에 소망한다.

버샤

공항 인근 동네에 살아서 마실 다니듯 공항을 자주 오갔다. 바깥 산책이 힘든 추운 겨울에는 공항 청사 안에서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산책을 했다. 거대한 성이자 화려한 시장통 같기도 한 그 공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 닫혀 있으면서도 열린 공간, 멀리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에서 엇갈리며 오가는 사람들 물결이 결국 『버샤』를 낳았다. 처음엔 발상을 전환해 난민 이야기일지라도 경쾌하게 그리고 싶었다. 이를테면 뱅크시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남겨 놓고 온 벽화 ‘발레리나’ 같은 작품처럼 말이다. 포연이 머무는 전쟁터 담장 위에 그려진, 무너진 벽돌을 손으로 짚고 허공에 휙 물구나무서듯 몸을 띄운 발레리나의 춤 동작 같은 놀라운 상상력의 창작물. 아니 그보다 전쟁터에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그런 불가사의한 예술혼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소심하고 자질 부족의 작가는 흉내는커녕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라는 것만 절감했다. 역량 부족의 소심한 작가가 낯선 문화, 더욱이 이 나라에서는 편견과 냉소의 시선까지 있는 이슬람 문화를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모험이자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또 매혹적이었다. 낯선 정서, 생소한 문화를 이해하느라 천일의 밤을 보낸 셰에라자드만큼이나 시간을 보냈다. 그런다 한들 이방인의 시선의 한계를 얼마나 넘어설 수 있겠는가. 혹 누군가 이슬람 문화와 관련해 문제점을 지적해 온다면 ‘소설가’의 특권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이야기는 순수한 픽션, 그러니까 허구다. 허점이 보인다면 그건 허구를 진짜인 것처럼 그려 보이는 소설가적 자질 부족을 탓해야 한다. 탈고하는 동안 여행의 밑그림이 수정되어 순례지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뱅크시 그림을 보러 우크라이나에도 갈 것이다. 오늘도 나는 버샤처럼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을 꿈꾼다. 전쟁이 끝나고 하루빨리 평화가 왔으면……. 간절한 바람에 버샤의 위로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믿으면 된다. 결국은 믿음이 마술을 부리는 법이니.’

황금광 시대

우연히 주어진 패의 행운이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듯, 경험과 실력이 승리를 장담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기고 지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도 아니다. 패를 주고받는 상대의 눈빛과 표정, 지거나 이겼을 때의 감정, 우연과 변수, 주고받는 이야기, 손기술과 손맛 등등 그 모든 것이 모여 세상의 축소판이라는 그 세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신통치 않은 패를 들고 오래 고심하다 내놓은 도박꾼 심정이다. 패를 던진 뒤에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과도 같은 게임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쯤은 나도 깨우쳤다. 그러니 이후의 일은 이 놀이판을 기웃거린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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